대한민국, 어벤져스2이후를 생각해야 할 것 같네
<김헌식의 문화 꼬기>흥분하지 않는 촬영가이드 만들어야
영화 '어벤져스2'는 역시 작년에 예상했던 대로 결과를 맺을 듯 싶다. 많은 한국인 관객들은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겠지만, 관객들이 기대하는 한국의 모습은 그렇게 흡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대로 되었다. 경쟁작들이 아예 길을 비켜준 데다가 5월 어린이 달이 있으니 폭발적인 초기 반응을 예상할 수 있을 듯 싶다.
물론 '어벤져스2'를 통해 2조원대의 관광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예측도 마찬가지다. 불가능하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은 예상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예상된 일이라고 누구나 예측을 했으니 별다른 것도 없는 상황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는가 일 것이다.
우선, 시민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해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는 홍보 마케팅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 사실상 동의라기보다는 일단 결정한 뒤에 합리화 하는 수순에 과장된 경제전망치가 등장한다. 매번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기 마련이다. 이제 거의 대부분 경제 효과를 특정하기가 불가능한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효과보다는 다른 문화적인 차원의 공헌점을 우선하거나 그런 점들을 마케팅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해당영화나 한국사회에 더 나은 이로움을 줄 것이다.
또한 막연한 일반화의 오류에 매몰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사전에 방지될 필요성이 있다. 프로도 효과처럼 다른 나라의 사례를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일반화의 오류라는 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본질과 맥락에서 '반지의 제왕' 사례의 뉴질랜드와 한국이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반지의 제왕'은 그 시리즈가 모두 뉴질랜드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에 파격적인 조건이 뒤따랐다. 무엇보다 감독이 뉴질랜드 출신이었다. 물론 '어벤져스2'는 이와 관계가 없다.
앞으로 촬영될 다른 영화들은 시민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출퇴근 시간에 교통수단이 전면 수정되는 차원에서 촬영이 이루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어벤져스2'의 경우 출퇴근 시간에 불편을 주고도 정작 그 해당 촬영분이 제대로 영화에 녹아들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오히려 그러한 통제없이 촬영한 곳이 더 핵심적인 각인효과나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다.
제작비나 흥행 대작이라는 규모가 아니라 다른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한다. 대형 블록버스터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막연한 사고에서 이제 벗어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한 브랜드 제고와 관광 소비, 부가 콘텐츠의 파생은 핵심 타켓층이 전제 되어야 한다.
문화마케팅, 그 가운데 장소성 마케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연구결과로도 공간 문화 마케팅의 원칙들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영화와 공간 스토리 마케팅의 원론적인 수준의 기계적 적용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세밀한 모색이 있어야 할 단계이다. 해외 관광객들에 대한 기계적인 접근은 결국 우리의 손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지원이나 협조의 영화 장르에서도 구분과 분별의 선택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달라야 한다. 액션영화 중에서도 특수효과를 많이 사용할수록 장소와 공간에 대한 매력은 떨어진다. 따라서 본래 공간성에 대한 훼손과 보전을 기준에 적용해야 한다. 공간에 대한 왜곡은 방문의사가 생기지 않거나 방문했어도 재방문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오히려 빈번하게 지적되었듯이 감성적인 스토리라인을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들이 오히려 더 나은 공간 문화 마케팅에 더 맞을 수 있다. 이런 영화들은 제작비에 관계없이 마니아 혹은 핵심적인 팬들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영화들은 '어벤져스2'와 달리 인위적으로 공간협조와 펀딩을 연결시키지 않는다.
'어벤져스2'도 인위적으로 공간 배경을 확 바꾸지는 않는다. 공간에 대한 대중적 관광 소비효과는 스타들이나 핵심 주인공들이 해당 공간에서 결정적인 흔적을 남기거나 스토리 텔링 소재를 남겨주어야 한다. 예컨대 주인공들이 공간에 실제 방문을 유도하는 것이 매뉴얼에 포함되어야 한다.
성장하는 한국영화는 영화 소비의 측면에서 접근될 때 재생산의 선순환에 들어서지 못한다. 파격적인 조건의 할애와 적용은 콤플렉스에 토대하고 있다. 많은 기대도 큰 의도를 갖지 않아야 오히려 문화 관광효과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문화 콘텐츠 산업만큼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인 곳도 드물다는 점은 언제나 우리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한국의 영화 시장의 규모에 맞게 해외 촬영팀에 대한 당당한 대응이 필요하다. 흥분하지도 무리하지도 않는 촬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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