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밥' 아침극…오현경이라고 다를까
오현경·홍아름 주연…tvN '울지 않는 새'
절대 선 vs 절대 악 대결 속 막장 우려
악녀, 복수, 살인.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다. 특히 아침 일일극에서는 어김없이 등장해 주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과하다', '지겹다'는 온갖 비판에도 이런 소재들이 계속 다뤄지는 건 국내 드라마의 어쩔 수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케이블채널 tvN이 새롭게 선보이는 아침 일일극 '울지 않는 새'도 마찬가지다. 전작 '가족의 비밀'이 사라진 딸을 구하기 위해 전사가 된 엄마의 눈물겨운 모습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딸이 전면에 나서 엄마가 살해된 사건을 추적하며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노란 복수초'의 여정미 작가와 '눈꽃', '두 번째 프러포즈'의 김평중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청담동 엠큐브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김 PD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 '인천모자 살인사건' 등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에 기초한 드라마"라며 "기존 아침 드라마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청률을 위해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를 넣는다든지 불륜, 패륜 등의 소재를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청자들의 심장에 시원한 돌직구를 날려 줄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특히 여 작가의 필력에 대해 믿음을 드러냈다. 그는 "몰입도와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대본"이라며 "일단 재미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절대 악'과 '절대 선'의 대립을 통해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여 작가는 "'울지 않는 새'로 알려진 황새는 인내와 끈기, 행복을 상징한다"며 "힘든 시간을 거친 사람은 결국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진리를 말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배우 오현경과 홍아름이 팽팽한 대결을 벌인다. MBC '전설의 마녀' 종영 후 안방극장에 바로 복귀한 오현경은 극 중 오남규(김유석)의 전 부인 천미자를 연기한다. 화려한 외모를 지닌 그는 자신이 꿈꾸는 완벽한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다.
착한 남규를 이용해 결혼까지 하지만 남편의 사업이 위태로워지자 돈을 빼돌려 위장 이혼을 하고 아이들과 필리핀으로 떠난다. 돈이 떨어져 다시 한국에 돌아온 그는 남편이 회사 여사장과 재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걸 보고 질투심에 휩싸여 일을 저지른다.
오현경은 "낮은 자세에서 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악녀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내가 악녀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궁금증도 생겨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천미자가 어떤 이유에서 악녀가 됐는지 알고 싶다. 악녀라고 해서 아픔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악만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지닌 아픔을 표출하고 싶다. 대사 톤이나 목소리, 표정 등을 통해 아픔 있는 악녀를 표현하겠다"고 설명했다.
주로 아침극에서 활약한 홍아름이 수연화장품 브랜드 매니저인 오하늬를 연기한다. 하늬는 사랑받고 자란 외동딸이라 애교도 많고 통통 튀는 매력이 있다. 엄마와 함께 화장품 회사를 일구던 중 엄마가 결혼기념일 여행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후엄마의 죽음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오현경은 홍아름에 대해 "눈빛 연기가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홍아름은 "오현경 선배와 연기하게 돼 기쁘다. 선배가 생각보다 기가 세지 않다.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유석이 하늬(홍아름)의 새 아빠이자 천미자(오현경)의 전 남편 오남규로 분한다. 착하고 선비 같은 남자로 미자로 인해 인생이 파국으로 치닫는다. 아내의 사망으로 하늬와 장모님, 딸 유미에게 상처를 준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죄책감 속에 살아간다.
김유석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드라마를 만들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김 PD와 마찬가지로 대본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대본이 정말 재미있어요. 대본을 읽는 순간 어떤 막장 요소도 다 이해될 정도였죠."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에 대해선 "사실 막장 요소는 인간의 삶 속에 있는 보편적인 소재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개연성 있게 그리는 게 중요한데 이번 드라마엔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특히 천미자가 동생과 어떻게 살아왔는지 대사를 하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며 선을 그었다.
강지섭이 변호사 박성수 역을, 백승희가 남규의 딸 오유미 역을, 이태현이 수연화장품 제품기획팀장 이태현 역을 각각 맡는다.
4일 오전 9시 40분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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