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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개혁안 불발에 애먼 어린이 보육 유탄 맞다


입력 2015.05.07 18:29 수정 2015.05.07 18:38        하윤아 기자

지방재정법 개정안 처리 못해 누리과정 예산 '펑크'

지방채 발행은 물론 예비비도 받지 못해 '보육대란'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광진 회장과 지역 회장단이 국회 정론관에서 안정적인 누리과정 예산지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천안시 성정동 시립성정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한 교육을 하고 있다. ⓒLG복지재단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재원 마련을 위해 최대 1조원까지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또 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누리과정 예산 부족 사태가 다시금 불거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앞서 일부 시·도 교육청은 지방재정법 개정안에 따라 지방채를 발행해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더해 교육부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목적예비비 5064억원을 시·도교육청에 배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당초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점쳐졌던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공무원연금 개혁 등 현안에 가로막혔고, 시·도교육청은 지방채 발행은 물론 예비비도 배분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당장의 누리과정 예산 마련에 걸림돌이 생긴 셈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누리과정 운영비 지원이 중단된 강원교육청은 당초 교육부 지급 목적예비비 52억과 정부 보증 지방채 367억원, 자체 부담 71억원으로 미편성 누리과정 예산 490억원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 누리과정 예산 확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현재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삼영 강원도교육청 대변인은 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행 지방재정법 상으로는 지방채 발행이 위법”이라며 “개정안이 이번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되리라 생각했는데 통과가 안 돼 현재로서는 지방채 발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재정법이 통과되면 정부가 목적예비비 5064억원을 바로 교부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그것도 머뭇거리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강원도가 편성해놓은 예산을 우선 지급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앞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과 학부모의 걱정을 외면할 수 없기에 국고 지원액 이외의 누리과정 지원액을 정부 보증 지방채로 발행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충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정안 불발에 따라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게 되고 목적예비비 수령도 불투명해지면서 도교육청은 현재 유일무이한 대책으로 강원도가 편성해놓은 예산 431억원을 우선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른 지방교육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초 강원도교육청과 같이 3개월치 예산만을 편성한 인천과 광주교육청은 지난달 누리과정 예산 지원 중단 위기에 처했다 지자체가 한 달치 예산을 긴급 지원함으로써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다.

두 교육청은 향후 정부 보증 지방채를 발행해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 당장 다음 달부터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 김진철 인천시교육청 대변인은 개정안 처리 불발에 대해 “우리 교육청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며 “누리과정 자체 재원조달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방재정법이 통과돼야만 지방채를 발행해 예산이 편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여력은 전혀 없는 상태”라며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또 다시 통과되지 못할 경우에는) 아예 예산 편성을 못하게 된다. 아마 다른 교육청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교육청들도 지방재정법 개정안의 시급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돼 정부 보증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다면 당장의 시급한 보육대란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일선 보육 현장에서는 누리과정 예산 지원 문제를 둘러싼 혼란이 여전히 잠재된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측은 지방재정법 개정안 처리 불발과 이에 따른 누리과정 예산 지원 중단 사태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향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조성열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사무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5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면서도 “정치적인 문제로 여야가 기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만약에 안 된다면 긴급이사회를 열어 결의대회를 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무상보육 문제는 당연히 정부와 교육청이 책임지고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누리과정 지원 사업에 대한 정부와 교육청의 양측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홍순옥 강원도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역시 “아이들과 교사들을 거리에 내몰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민생을 돌아보지 않는 국회가 무슨 필요가 있나. (개정안 통과를) 강력하게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 회장은 “정치논리로 미래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국회나 교육감은 반드시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은 이번 본회의 파행으로 누리과정 예산 부족 사태를 또 다시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7일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출한 5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받아들였지만, 임시국회가 소집되더라도 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지방재정법 개정안의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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