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잠수함탄도미사일 실험도 강건너 불구경
<칼럼>SLBM은 미국의 핵 억제 방어전략 무력화시킬 것
드디어 최후의 통첩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정말 더 회피하거나 미룰 수 없다. 북한은 2015년 5월 8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한미 정보당국이 ‘KN-11’로 명명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의 수중발사 시험을 실시하였다.
지난 2014년 11월 소련의 골프급 잠수함을 역설계하여 2500~3000톤급 전략잠수함을 진수하였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고, 곧 이어서 지상발사 시험을 실시하였으며, 지난 2015년 2월에는 해상발사 시험을 실시하였는데, 3개월도 채 안된 시점에 이번 수중발사 시험을 한 셈이다. 예상보다 빠른 개발속도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에는 SLBM을 목표까지 비행시킬 것이다. 이번의 시험은 김정은이 직접 참관하였고, “인공지구위성을 쏘아올린 것에 못지않은 경이적인 성과”라고 칭찬하였다고 한다. 진위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으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위협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결과가 된다.
그 동안 대두되었고, 그 동안 북한의 핵능력은 괄목할 정도로 증대되었지만, 한국의 대비태세는 20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야할 일을 계속 미뤄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실시한 세차례의 핵실험도 한국의 대비태세를 결정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하였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실시하였을 때도 잠시 소란을 떤 후 평상으로 돌아갔고, 2009년 5월 25일 북한은 제2차 핵실험을 실시하였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심지어 2013년 2월 12일 북한은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한 후 실험의 성공은 물론이고, “소형화·경량화”된 핵무기를 사용하였다고 발표하였지만, 한국의 대응태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한국은 북한의 핵능력을 반신반의하고 있고,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만 매달리고 있다. 스스로의 능력보다는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즉 미국이 대규모 핵무기로 응징보복할 것이라는 약속에 의존하고 있다. 군은 계속하여 상황을 “예의주시”만 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국내정치로 이전투구(泥田鬪狗)하기에 바쁘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고 있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SLBM의 위력
북한이 SLBM을 개발하는 것은 그들의 핵무기 발사수단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지금도 북한은 1000기 가까운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활용하여 한국으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고, 거리가 짧은 한국으로서는 효과적인 방어가 어렵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는 것은 그것이 핵전략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핵미사일은 지상의 탄도미사일(ICBM), 항공기에 실린 탄도미사일(ALBM), 그리고 잠수함탄도미사일(SLBM)로 발사될 수 있는데, 어렵더라도 ICBM이나 ALBM은 탐지나 요격이 가능하지만,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은 탐지되지 않은 채 상대방 깊숙이 들어가서 100% 성공시킬 수 있다. 북한이 SLBM을 보유하게 되면 핵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제2격(the second strike, 상대가 핵무기로 먼저 공격하더라도 살아남아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의 능력을 북한이 구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아무리 큰 제1격(the first strike, 先攻)과 제2격 능력을 구비한다고 해도 대응할 수가 없다. 미국이 핵공격으로 북한을 초토화시킬 수 있지만, 미국의 어느 도시는 북한의 SLBM에 의해 핵공격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잃을 것이 거의 없는 북한은 이 전략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지만, 인명을 중시하는 미국은 1~2개 도시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SLBM을 구비하게 되면 북한핵에 대한 미국의 모든 억제 및 방어전략은 작동할 수가 없다.
핵전략에서는 이것은 “최소억제전략”(minimum deterrence strategy)이라고 부른다. 상대방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수개의 도시를 파괴시킬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의 보복능력만 구비하면 대규모 핵무기를 구비한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전략이다. 이것에 대조적인 것은 “최대억제전략”(maximum deterrence strategy)로서, 미국과 러시아가 채택하고 있는 일반적인 핵전략인데, 상대방이 핵무기로 공격하면 상대방을 초토화시킬 정도로 최대한 피해를 끼치겠다고 위협하여 상대방의 핵공격을 억제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의 5대 핵보유국 중에서 최소억제전략은 현재 영국과 프랑스가 사용하고 있다(중국의 경우 숫자는 아직 미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적지만 다양한 형태의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최대억제전략을 지향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수백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SLBM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각각 4척의 핵잠수함에 나눠서 핵미사일을 싣고 세계의 바다로 은밀하게 다니고 있고, 본국이 핵공격을 받으면 이 핵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여 상대의 주요도시들을 파괴시키겠다고 위협한다. 이로써 어느 국가도 이들 국가를 핵무기로 공격하지 못하게 억제하는 것이다.
북한 SLBM 개발의 의미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이 SLBM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 미국 확장억제나 핵우산(nuclear umbrella)은 무의미해진다. 미국이 핵무기로 공격하면 북한은 괌, 알래스카, 하와이 등을 SLBM으로 공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은 당연히 초토화되지만 괌, 알래스카, 하와이 등도 핵공격으로 폐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그 정도의 대가까지 치르면서 북한을 핵무기로 공격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SLBM을 개발할 경우 한국은 외교적으로 고립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한국의 동맹 및 우방국들은 북한의 SLBM에 의하여 자신의 어느 도시가 폐허가 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북한과 협상하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 한반도의 어떠한 핵무기 방어책도 무용해진다. 한국이 “킬 체인”(kill-chain)이나 “한국형 탄도미사일 방어망”(KAMD)을 완성했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SLBM은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방어망을 구축하지 않아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360도 방향에 대한 탄도미사일 요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이 SLBM 개발에 성공할 경우 한국은 혼자서 북한의 핵위협을 상대해야 하거나 아니면 북한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게 되는 상황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핵전략가들이 북한의 SLBM을 우려하는 것이다. 북한의 SLBM 개발은 핵전략의 기존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버리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할 것이다.
한국의 핵대비태세, 이래도 되는가?
최근에 미국의 과학자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속도를 매우 높게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핵과학자인 헤커(Sigfried Hecker) 박사는 2015년 1월 북한이 플루토늄 핵무기 6개와 우라늄 핵무기 6개로 12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의 물리학자인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 역시 그에 동의하면서 북한이 낮거나 중간이거나 높은 속도로 증강할 경우 2020년에 북한은 각각 20개, 50개, 1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들은 이미 북한이 농축우라늄(HEU: Highly Enriched Uranium)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증강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북한이 농축우라늄으로 핵무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전혀 없었고, 이러한 보고서가 발표되고 난 이후에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고 있지 않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도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부를 둘러싸고 심각한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일부 인사들은 주한미군이 자신의 보호를 위하여 자신의 비용으로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을 우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여론을 호도하기도 하였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한국이 새우등이 된다면서 불안을 부추겼다. 그리하여 “북한핵에 대한 우리의 방어력이 미흡한 현실에서 주한미군이 사드를 배치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국방장관의 말보다는 그들의 논리가 국민들에게 확산되었다.
심지어 이들의 근거없는 주장은 중국에까지 퍼져서 중국이 주권침해에 해당되는 간섭을 하도록 만들었다.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어떤 방책이 있기에 이들은 이와 같이 근거없는 선동으로 국가의 대사를 혼란시켰을까? 그리고 언론과 지식인들은 사실관계 확인없이 이들의 주장을 따랐을까? 우리 모두 북한 핵위협의 심각성을 보고 싶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회피하였기 때문이다.
2015년 4월 하순 일본의 아베 총리는 미국을 방문하여 “집단적 자위권”(right of collective self-defense)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군사작전을 전개할 수 있는 ‘보통국가’(normal state)로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미국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1997년 한번 확대된 ‘미일방위협력지침’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여 센카쿠 열도를 비롯한 섬에 대한 무력공격에 대해서는 미국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명시하였고, 미국이 공격받거나 한국을 의미하는 제3국(a third country)이 공격받을 경우 미일 양국이 서로 협의 및 지원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나아가 이번 아베 총리의 방미를 통하여 미국은 미 해군의 최첨단 초계기 P-8, 해병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 이지스함 2척,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호크 등을 일본에 추가로 배치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무기의 배치는 사드의 경우와 동일하게 미국이 이미 구매해둔 것을 일본으로 배치하는 것으로 비용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고, 따라서 일본 내에서는 한국에서와 같은 불필요한 논쟁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미일동맹은 날로 강화되고 있지만, 북한의 핵위협에 대하여 미국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한국은 사드의 경우와 같이 근거없는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동맹국을 멀어지게 하고 있는 셈이다.
추가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중국의 대응이다. 중국은 일부 언론에서 미일동맹 강화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는 했지만, 정부의 공식 입장은 발표되지 않았다. 사드의 X-밴드 레이더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다수의 레이더를 장착한 상태에서 2만킬로 이상을 비행할 수 있고, 42시간을 체공할 수 있는 글로벌 호크(Global Hawk)라는 무인정찰기를 주일미군에 배치하기로 하였지만,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배치와는 전혀 다르게 이 사안을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사드의 경우 한국의 일부 인사들이 중국의 개입을 자초하였거나 중국에게 한국이 만만하게 보여서 그렇다는 분석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현재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하다는 “명백한 징후가 발견될 경우” 선제타격하겠다는 개념 하에 ‘킬 체인’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KAMD를 위해서는 PAC-3라는 종말단계 하층방어용 요격미사일을 구매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것들은 구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하지만, 구축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에는 능력이 모자란다. 여기에 북한이 핵잠수함까지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답답하지 않은가?
한국의 과제
이번 북한의 SLBM 개발은 섬뜩하지만,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본격적이고 대대적인 대비의 기회로 삼는다면 전화위복일 수 있다. 국민들은 정부에게 핵위협으로부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요구하고, 정부와 군대는 이에 부응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유명한 군사전략가인 독일의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가 말한 대로 “국민-정부-군대”의 삼위일체(Trinity)가 가능해진다면 해결책을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북한의 SLBM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한국, 미국, 일본의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의 SLBM이 개발될 경우 일본이나 미국은 한국과 유사하거나 한국보다 더욱 심각하게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한미일 간에 지난 해 12월 체결된 정보공유 약정을 바탕으로 북한의 SLBM 개발에 관한 정보를 상호 긴밀하게 공유 및 평가하고, 이에 근거하여 3개국이 공동으로 필요한 실질적인 조치를 협의 및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필요하다면 어떠한 국가와도 협력하겠다는 자세를 건재하면서 역안분리(歷安分離) 개념으로 북한 핵위협에 대한 일본과의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2014년에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 국민들은 "북한 핵무기 보유에 대한 위협에 대하여 “매우 위협을 느낀다” 35.5%, “다소 위협을 느낀다” 53.7%로 89.3%가 불안해 하고 있는 상태이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 후 78.4%에서 10.9%가 높아졌다고 한다.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국민들은 내면적으로는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군은 이러한 현실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핵대응이 지니는 업무우선순위를 최우선으로 높이고, 북한의 핵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며, 군대로 하여금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지도해야할 것이다. 국방부/합참에 핵대응을 위한 부서들을 새롭게 설치하거나 기존 부서들을 그러한 목적으로 전면적으로 재개편해야 한다.
이제는 국민들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상당한 숫자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그 양과 질은 증대시킬 것이며, 한국의 대응태세는 미흡하고, 이제는 북한이 SLBM까지 개발해 나가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게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고, 선거에서도 후보자의 입장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하물며 일부 선동가들에게 현혹되어 잘못된 국민여론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서야 되겠는가?
평화를 원하거든 대비하라
전쟁을 대비하는 것은 전쟁을 처절하게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병을 앓아본 사람이 병을 앓지 않기 위하여 처절하게 건강해지고자 노력하는 것과 같다.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은 반드시 막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대비해야하는 것이 전쟁과 평화의 역설이다. 영세중립국인 스위스가 누구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하지 않는데도 국민 모두가 대피할 수 있는 핵대피시설까지 구축하는 것은 그 정도로까지 핵전쟁을 회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핵폭발 시의 대피, 즉 핵폭발의 상황까지도 포함한 민방위 활동까지도 검토해야할 지도 모른다. 스위스처럼 우리도 핵전쟁을 너무나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민족의 역사에서 현재의 세대만큼 중요한 세대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핵전쟁으로 민족이 공멸하도록 하는가 아니면 이 위기를 극복하느냐의 기로에 처하게 된 세대이기 때문이다. 핵무기는 나하나의 생존과만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존망과 관련되어 있는 너무나 중대한 사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상황이 절박하더라도 노력하면 극복할 방안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SLBM도 위기이지만, 이래도 우리가 본격적인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욱 큰 위기일 것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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