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미사일을 땅위 방어망으로? 박 대통령의 근자감
국방 전문가들 "킬 체인-KAMD로 SLBM 대응? 어불성설"
"북한 잠수함 기지에 우리 군 잠수함 배치해야 효과적"
북한이 최근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우리 정부가 ‘킬 체인’과 ‘KAMD’를 보완해 대응할 수 있다고 공언한 데 대해 ‘정확한 대응 방법을 인지하지 못한 안일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12일 청와대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킬 체인과 KAMD를 보완하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자 일부 국방 전문가들은 지상 미사일 대응체제로 해상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대응을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1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화려한 무기 체계들을 나열하면서 대응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은 전부 거짓말”이라며 “(SLBM 대응에) 하나도 쓸 수 없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정부가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과 탐지 전력으로 잠수함까지 공격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면서 정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확한 대응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이야기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국방부 장관께서 (국회 국방위에서) 하신 말씀을 들으면서 너무나 상황과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다”며 “솔직히 우리가 전혀 지금 대응할 수가 없다고 국민에게 이야기하고 막아내려면 이 정도의 예산과 전력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하는데 전혀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를 했다”고 꼬집은 바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킬 체인과 KAMD는 지상 미사일의 공격 상황에 대한 대비책인데, 지금 잠수함 위협에 대해서 이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은 할 말이 없어 하는 말로 보여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물론 레이더 탐지가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잠수함 탐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지해야 한다”며 “진짜 진실만을 국민들에게 이야기하고 필요하다면 국민들을 설득시켜 후손들을 핵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도 “지상에 있는 것은 레이더를 통해 감지해야하고 해상에 있는 것은 위에서 비행기가 날아다니면서 감지해야 한다”며 “(킬 체인과 KAMD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만 양 위원은 “(킬 체인이나 KAMD의) 개념을 해군에까지 포함했다고 하면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존에 이해하고 있기로는 킬 체인이나 KAMD는 지상에 있는 지대지미사일이나 탄두탄에 대응하는 체제로, 북한 잠수함에 대한 공격은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존 위협으로 떠오른 북한 'SLBM' 개발…대응수단은?
SLBM이 안보 위협을 가중시킬 새로운 무기 체계로 부상한 가운데 일부 국방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북한 잠수함 기지 인근에 우리 측 잠수함 전력을 배치시켜 수시로 감시하는 것밖에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우리 군의 잠수함을 북한 잠수함 기지 앞에 매복시켜 놓고 북한 잠수함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정확히 잡아내 유사시 격침시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적극적 탐지 수단으로는 우리 군의 잠수함을 북한 잠수함 기지 앞에다 매복시켜 놓는 것”이라며 “(적군의) 기지 앞에 잠수함을 매복시켜놓는 전술은 과거 미국과 소련이 해왔고 현재 미국과 러시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적의 잠수함이 나오면 엔진소리를 듣고 급(규모)를 파악해 신포급(2000톤급) 엔진소리가 들리면 따라가다 어떤 지점에서 갑자기 미사일 발사 징후를 보이면 먼저 격침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사출시험에 신포급 잠수함을 사용한 바 있다.
다만 신 대표는 우리 군이 이 같은 전술을 구사할 수 있으려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 추진 방식의 잠수함은 이른바 ‘무한동력’ 잠수함으로, 동력을 얻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가는 다른 잠수함에 비해 효과적으로 매복·미행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SLBM 개발로 2차 보복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까지 갖춘 상황에서 핵무기를 탑재한 북한의 잠수함을 없애지 않는 한 선제공격은 있을 수 없다던 신 대표는 재차 SLBM 탑재 잠수함을 격침시키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360도 전방향 탄도탄 추적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함 추가 구축 △탄도탄 추적이 가능한 E-2E 조기경보통제기의 공군 도입 △360도 전방향 요격 가능한 한국형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 개발 △스탠다드 미사일(SM)-3 이지스함 탑재 등을 통해 북한의 SLBM 개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 역시 “확실한 대응 방법은 (북한) 기지 앞에서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쫓아다니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SLBM) 탐지를 위해서는 플랫폼이 많아야 한다”면서 “대잠헬기나 대잠초계기, 잠수함 전력을 충분하게 가지고 있으면 (SLBM 대응) 작전이 가능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박 교수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사실상 불가능한 전력”이라면서 “만약 SLBM이 잠수함에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면 비행기를 보내 선제로 타격, 기지에 있는 잠수함을 미리 부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아직 SLBM이 완성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2~3년 내 우리도 빚을 내서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든지 아니면 미국 일본 등 주변국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SLBM은 우리에게도 위협이지만 일본과 미국에도 위협이기 때문에 그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긴밀하게 협력하고 필요하다면 협의기구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 예비역 해군 장성은 북한의 SLBM 개발에 대해 “우리 군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며 비관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핵무기에 대한 대응은 핵무기 외에는 없기 때문에 미국 핵우산(Nuclear Umbrella)의 도움을 받는 경우 외에는 대응 방법이 없다”면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들여오거나 미국 함정을 한국에 고정 배치할 수 있는 협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국가안보 관계자는 군당국을 맹비난하면서 "안보야말로 대통령에게 정확한 상황을 보고해야하는데 근거도 정확하지 않은채 '할 수 있다'로만 보고해서 안이한 판단을 낳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가운데 12일 외교부는 북한의 SLBM 시험발사 성공 발표와 관련, “미국 등 우방과의 협의를 기초로 국제사회의 대응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면서 “(함께 대응방안을 검토해나갈 대상에는) UN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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