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공천 달라고..." 문재인 속내 드러낸 문건 파장

"공천지분 확보 위해 사심갖고 지도부 흔드는 것, 용납 않겠다"

새정치민주연합이 4.29재보궐선거의 패배로 불거진 문재인 대표 책임론으로 당내 계파인 친노와 비노간 파벌싸움으로 비화돼 혼란스러운 가운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29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사퇴설의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당 내에서는 결국 친노와 비노의 ‘공천권 싸움’이라는 해석이 대다수다. 문제는 문 대표의 리더십이 이러한 기싸움을 조율할 능력이 부재하다는 것. 그러한 가운데 문 대표가 지난 15일 내놓은 '당원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서신이 더 불을 지피는 꼴이 됐다.

문 대표는 당 안팎의 지도부 흔들기를 정면 겨냥해 “사심을 갖고 위기를 가중시켜선 안된다”며 “혹여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 패권주의를 성토하면서 패권주의를 보이는 행태야말로 역 패권주의”라고 성토했다.

그는 특히 “당이 어려운 틈을 이용해 기득권과 공천권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과거정치이고, 기득권과 공천권을 탐해 당을 분열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기득권정치”라며 “기득권을 지키고 공천지분을 챙기기 위해 지도부를 흔들거나 당을 흔드는 사람들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 그런 행태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문 대표는 또 “내가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당 대표직을 온존하기 위해 그런 부조리나 불합리와 타협하고 싶지는 않다. 내 양심이 허락지 않는다”면서 “당 대표 자의로 공천권을 행사하는 일도 없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당내 누구라도 공천지분을 챙기기 위해 패권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경고했다.

결국 문 대표는 비노계의 비판을 '공천권 탐하는 세력'으로 규정하며 마치 그 모습이 '부조리나 불합리와 타협하는 행태'라고 결론을 지은 셈이다.

다만, 서신의 초안을 두고 문 대표와 지도부가 논의를 벌이는 과정에서 내용과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일부의 의견에 따라 발표는 잠정 보류한 상태다.

실제 당 외부 인사들은 물론, 소속 의원들 역시 현재 벌어지는 당 내홍이 결국 계파 간 공천 주도권 대결이라는 지적을 부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 문제는 문 대표의 리더십이다.

이동형 시사평론가는 이에 대해 “어떻게 보면 협박 같은 거다. 왜냐하면 결국은 공천 아닌가”라며 “문 대표 흔들기를 하는 이유는 내년에 총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걸 생각했을 때 좀 더 강력한 리더십을 보일 필요가 있는데 문 대표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강력한 리더십이 없기 때문에 정청래 위원 출당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거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조경태 의원 역시 같은 날 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천권을 둘러싼 비노계의 전초전’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래서 아마 이대로 지도부가 가게 되면 공천을 받더라도 아마 많은 지역에서 전패할 것”이라며 “지난 번 재보궐 선거에서 얼마나 좋은 여건이었는데 한 군데도 이기지 못했다. 다음 총선은 불보듯 뻔하다. 그저 버티면 된다는 아주 나쁜 생각을 그분들은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물론 당 일부에서는 동교동계와 비노계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호남 지역 당직자는 “동교동계가 여의도에서 어땠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딨나. 자기들부터 구 세력으로 국민에게 선택받지 못했는데, 이제와서 마치 개혁 세력인 양 대표를 흔드는 게 우습다”며 “원로라는 이름으로 당 밖에서 자꾸 당을 흔드는 건 결국 자기들 자리 하나 달라는 거 아닌가. 원로라면서 허구헌날 대표 흔들고 지도부 흔드는 것좀 그만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