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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눈물 삼킨 '159'가 쏘아올린 399홈런


입력 2015.06.02 08:58 수정 2015.06.02 10:11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고통의 시간이었던 일본 무대서의 159홈런

치열하고 절박한 시절 덕에 타자로서 장수

이승엽이 한국무대에서 기록한 399개의 홈런에 못지않게 일본무대에서 쏘아올린 159개의 홈런이라는 숫자 뒤에는 땀과 눈물로 만들어낸 이승엽의 야구인생이 오롯이 담겨있다. ⓒ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한국무대에서 기록한 399개의 홈런에 못지않게 일본무대에서 쏘아올린 159개의 홈런이라는 숫자 뒤에는 땀과 눈물로 만들어낸 이승엽의 야구인생이 오롯이 담겨있다. ⓒ 삼성 라이온즈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이 대망의 400홈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30일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에서 개인통산 399호 홈런을 쏘아올린 이승엽은 앞으로 1개만 더 때리면 한국야구사 전인미답의 400홈런 시대를 개척한다. 이승엽은 지난달 31일 잠실 LG전에서는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프로 통산 기록으로는 이미 400홈런 고지를 넘은 지 오래다. 이승엽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무대서 8시즌 활약하며 159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한일 통산 무려 558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홈런은 공식 기록으로 집계되지는 않는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이승엽이 그때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더라면'하고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다. 이승엽은 일본무대에서 요미우리, 오릭스 등을 거치며 좋은 시절도 있었지만 대체로 부진했던 시간이 더 길었다. 지금도 이승엽의 일본 시절을 '흑역사'로 규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승엽은 당시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국내에서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이승엽이 국내에 머물렀다면 양준혁(은퇴·352개)에 앞서 홈런 신기록을 이미 경신한 것은 물론 한국야구 역대 최초의 500홈런을 넘어 600홈런 고지를 넘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에서 가정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다. 이승엽은 당시 국내무대에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던 시절이다. 홈런에 관한 각종 기록도 작성해봤고 팀 우승과 MVP 등 모든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쥐었다. 자연히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더 큰 무대에 대한 갈증이 컸다.

당시만 해도 한국 선수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이승엽이 선택할 수 있는 무대는 한정됐다. 처음엔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뒀지만 현지의 저평가 속에 협상이 원활하지 못했고, 결국 일본무대로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서의 8년이 이승엽에게는 부침의 시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에서 보면 이승엽에게는 온갖 시련을 극복하며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승엽은 '용병'으로서 살아남아야했던 일본무대에서 생존을 위해 더욱 치열하고 절박했다. 그때 익힌 몸가짐과 정신자세는 이승엽이 불혹을 바라보는 지금도 홈런타자로서 건재할 수 있는 자기관리의 밑거름이 됐다.

국보급 투수였던 선동열은 30대 중반 일본에 진출했다. 김응용 전 감독은 "선동열이 그때 만일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국내에서 2년을 넘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 큰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승부욕과 자기관리가 선수생명을 더 연장시켰다고 진단한 것이다.

박찬호도 전성기에 허리부상과 슬럼프로 시련의 시간을 거쳤지만 메이저리그에서 14년이자 장수하며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124승)을 수립했다. 선동열-박찬호와 마찬가지로 이승엽에게도 전성기와 맞바꾼 시련이 일시적으로 힘든 순간이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지금의 더욱 성숙한 대선수가 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이승엽이 한국무대에서 기록한 399개의 홈런에 못지않게 일본무대에서 쏘아올린 159개의 홈런이라는 숫자 뒤에는 땀과 눈물로 만들어낸 이승엽의 야구인생이 오롯이 담겨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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