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율 "긴 무명 생활, 흔들린 적 없었죠"(인터뷰)

부수정 기자

입력 2015.06.07 09:27  수정 2015.06.16 09:04

tvN '식샤를 합시다 시즌2'서 5급 공무원 이상우 역

"항상 신선한 배우 되고 싶어…초심 잃지 않을 것"

케이블채널 tvN '식샤를 합시다 시즌2'에서 이상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권율.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식샤를 합시다 시즌2'(이하 '식샤2')의 수확 중 하나는 권율(본명 권세인)이라는 배우의 재발견이다. 그는 극 중 잘생기고 능력 있는 '엄친아' 공무원 이상우 역을 맡아 인기를 얻었다. 특히 그가 보여준 순애보는 여성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권율은 시즌1부터 주인공이었던 윤두준의 존재감을 넘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게 됐다. 지난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조곤조곤 자상한 목소리로 "'식샤2'를 하면서 정말 행복했다"며 "즐거운 휴가를 다녀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식샤2', 에너지 받은 작품…감사하고 뜻깊어

드라마의 성공으로 신이 날 법도 한데 상우처럼 진중하고 반듯한 이 청년은 "인기에 취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식샤2'는 '너 잘하고 있어'라며 저 자신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 작품이에요. 시즌1때부터 봤는데 음식이라는 주제가 친근하게 느껴져서 출연하고 싶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셨죠."

'식샤2'는 먹방(먹는 방송)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백수지(서현진)와 구대영(윤두준)이 먹방 연기를 도맡아 했다. 서운하진 않았을까. "사실 조금은 아쉬워요. 촬영하면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얼마나 좋아요? 하하."

권율은 얌전한 캐릭터를 위해 맛있게 먹는 모습을 포기해야만 했다. "입을 크게 벌리면서 군침이 돌게 먹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상우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죠. 아쉽긴 했는데 어쩔 수 없었어요. 먹방 촬영이 정말 어려워요. 서현진 씨와 윤두준 씨는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서 제가 미안할 정도였죠."

'식샤2'는 수지와 대영, 그리고 상우의 삼각관계 로맨스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드라마다. 동경했던 '사무관님' 상우와 사귀게 된 수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편한 연애를 하고 싶어 하게 된다. 상우 앞에서 할 수 없는 행동, 말도 친구 대영 앞에서는 쉽게 나온다. 결국 수지는 상우에게 이별을 고하고 대영과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결말에 대해서 온라인에서는 "수지가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게 짜증 났다", "수지와 상우가 돼야 한다", "상우가 불쌍하다"는 글이 잇따랐다. 사랑하는 여자를 친한 동생에게 뺏긴(?) 당사자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결말은 작가님과 감독님의 고유 권한이라서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에요. 전 캐릭터에만 집중했어요. 수지를 보내는 상우가 매력 있도록 말이죠."

케이블채널 tvN '식샤를 합시다 시즌2'에서 이상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권율.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실제 상황이라면 어땠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수지를 보내준 상우에게 공감한다"며 "수지와 두준은 상우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들이라서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상우는 연애에 서툰 사람인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권율은 "정확하게 짚었다"며 "내가 상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전 상우처럼 사람들을 사귈 때 신중한 편이에요. 친해지기까지 시간도 걸려서 일부러 거리를 둔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요."

다른 점은 연애 스타일이다. 상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동원해 데이트 코스를 짰다. 최고급 음식을 대접하는 가하면, 고가 의류까지 선물한다. 물론 좋다. 문제는 좋아하는 마음이 앞서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쳐하던 수지는 자기 생각을 피력하지도 못한 채 상우에게 이끌려만 갔다.

"저 같으면 여자친구의 의견을 물어봤을 거예요. 상우는 순수한 마음에 그랬던 거고요. 허세를 부리거나 돈 자랑을 한 건 아니잖아요. 최선을 다해 여자친구에게 다가간 남자라고 생각해요."

상우가 수지에게 빠져든 과정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드라마의 특성상 함축적으로 보여줘야 했다. 상우는 한 번 마음을 열었을 때 그 마음의 깊이가 엄청난 남자다. 단 하루를 만났을 때도 그렇다. 교제 기간을 떠나서 순수하게 달려가는 청년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상우가 내뱉은 차진 욕도 화제였다. 말끔한 모습과는 다른 반전 매력이다. "욕이 이렇게 귀여울 줄이야"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욕 연기는 어렵지 않았어요. 작가님께서도 욕과 상우가 잘 어울린다고 하셨죠(웃음). 시청자들이 친근하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케이블채널 tvN '식샤를 합시다 시즌2'에서 이상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권율.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데뷔 8년 차에 빛 본 단단한 배우

2007년 시트콤 SBS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권율은 올해 8년 차 배우다. '내 깡패 같은 애인'(2010), '피에타'(2012), '잉투기'(2013) tvN '우와한 녀'(2013), KBS2 '천상여자'(2014) 등에 출연했지만 권율하면 딱 떠오르는 작품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명량'에서 이순신 장국 이회 역을 맡으면서 서서히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권율은 길고 긴 무명 생활을 등산에 비유했다. "'산에 올라가면서 나보다 먼저 가는 사람이 왜 저렇게 많지?'라고 생각했어요. 돌에 걸려서 넘어지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는 과정이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어요. 끝이 어딘지 몰랐지만 희망의 끈을 놓은 적은 없었죠."

그는 잠시 음료수를 한 모금 들이켜고 말을 이어갔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고 해서 정상에 오르는 건 아니에요. 정상을 향해 가는 도중에 보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보며 피로를 털고, 힘을 얻는 게 중요합니다."

오롯이 스스로 버틴 것이냐고 묻자 "어찌 됐든 모든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며 "내 의지와의 싸움에서 져 본 적은 없었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어딘지 모르는 정상을 위해 걸어왔어요. 꿈과 목표의 한계를 정해놓진 않았어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죠. 언젠가 도착한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순간도 오겠지만 그때까진 쭉 걸어가고 싶습니다."

권율은 그간 재벌 3세, 명문대 수석 졸업 엘리트, 기타남, 건달을 꿈꾸는 청년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선 "작품을 신중하게 고르는 편인데 일단 재밌어야 끌린다.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이거나 안 해 본 장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보고 싶은 역할은 고운 외모와 상반된 남성적인 상남자 캐릭터를 꼽았다. "화나면 소리 지르고, 슬프면 울고, 사랑한다면 바로 고백하는 약간 '나쁜남자'를 맡고 싶어요. '식샤2'에서 정직하고 바른 역할을 했으니 비윤리적인 사이코패스도 탐나고요."

'식샤2'로 흥한 그의 차기작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목표는 "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며 "공들여서 찾아봐야겠다"고 전했다.

배우 권율, 그리고 인간 권율의 꿈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아 저 배우가 권율이었어? 대박!'이라고 말할 정도로 예측할 수 없고, 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한 인간으로선 예체능에 소질이 있는 영재들을 지원하는 게 꿈이에요. 예술에 대한 열정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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