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수사' 김윤석 "할리우드 대작? 자신 있다"(인터뷰)
공길용 형사 역 맡아 열연…곽경택 감독과 첫 작업
"탄탄한 시나리오에 끌려, 기교 없이 담백한 영화"
영화 '극비수사'에서 공길용 형사는 유괴된 아이를 살리기 위해 극비리에 수사를 진행한다. 아이의 생사보다 범인 검거에 혈안이 된 다른 경찰들과는 달리 그는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공 형사는 세 아이를 둔 아버지이면서 한 집안의 평범한 가장이다. "친구를 찾아달라"는 아들의 말이 가슴을 찌른다.
'소신'과 '인정(人情)'으로 뭉친 공 형사는 배우 김윤석이 연기했다.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공 형사를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소시민'이라고 정의했다. "보통 형사이면서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유괴 사건에서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를 지닌 인물이죠.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어린이 유괴 사건을 다룬 실화 영화다. 두 딸의 아빠이기도 한 김윤석은 "유괴 사건의 결말이 안 좋았다면 시나리오를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범인도 잡혔고, 아이도 찾은 결말이라 출연하게 됐다. 무엇보다 유괴 사건 뒷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곽 감독은 신문 보도와 다른 이야기를 공 형사로부터 직접 들었다. 당시 사건이 워낙 극비리에 진행됐기 때문에 경찰이 범인을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건을 해결한 이는 공 형사와 김중산 도사(유해진)였다.
부산 서구에서 나고 자란 김윤석은 "당시 유괴 사건이 횡행했을 때라 기억이 나는데 이런 뒷이야기는 시나리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도사가 사주를 봐서 범인을 잡았다는 사실이 거짓말인 줄 알았죠. 이야기를 접하고 김 도사님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걸 느꼈어요. 유괴범이 나쁜 마음을 먹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밤새 기도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김윤석은 인터뷰 전날 영화 토크 콘서트에서 공 형사와 김 도사를 만났다. "영화를 어떻게 보실까 조심스러웠죠. 두 분 모두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고 좋아해 주셨어요. 그분들의 소신과 열정 때문일까요. 나이가 들어도 순수해 보이더라고요."
'극비수사'는 범죄·수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전과 화려한 액션 없이도 관객을 잡아끄는 힘이 있는 웰메이드 영화다. 김윤석은 "겉멋이 없어서 좋았다"며 "기존 수사물은 현란한 편집, 기교를 비롯해 눈이 돌아갈 정도의 액션, 긴박한 음악 등 외형적인 것에 신경 쓰는데 '극비수사'는 이야기만으로 정면 돌파한 정통 수사물"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곽 감독과의 작업은 생각지도 못했다. 알려진 작품들이 마초적이고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특별한 기회가 아니면 함께 작업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시나리오를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처음 도전한 부산 사투리 연기는 '부산 사람은 강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최대한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표현했다.
김 도사 역을 맡은 유해진과는 '타짜'(2006), '전우치'(2009), '타짜-신의 손'(2014)에 이어 벌써 네 번째 호흡이다. 꽤 깊은 인연이다. "연극 출신이고 같은 소속사라 친하죠. 유해진 씨는 준비를 많이 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한 배우예요.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잘 챙기기도 하고요. 빨리 장가를 가야 할 텐데…(웃음)."
1988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연극배우로 데뷔한 그는 '타짜'(2006) 아귀 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후 '추격자'(2008), '황해'(2010), '완득이(2011), '도둑들'(2012), '해무'(2014), '쎄시봉'(2015) 등 쉬지 않고 작품을 했다. 대중이 생각하는 김윤석은 '강하다', '세다'는 이미지다.
김윤석은 "이게 모두 IPTV 때문"이라고 농담을 던진 뒤 "'황해'와 '타짜'가 800~1000번이나 방영됐을 것이다"고 웃었다.
'극비수사'의 공 형사는 '추격자'의 전직 형사 중호, '거북이 달린다'의 한량 형사 조필성과 어떻게 다를까. "중호와 필성은 '비정상'이지만 공 형사는 '정상'"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연극 무대가 그립지 않으냐고 묻자 "무대가 겁이 난다"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하면 끝까지 해야만 해요. 엔지도 없죠. 제대로 하려면 반년 이상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타짜'로 얼굴을 알리기 전 무명 생활을 거친 그는 인생의 슬럼프를 영화 속 한 장면에 비유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공 형사와 김 도사 가족들이 서로 모여 화기애애하게 어울리는 장면이 있어요. 업적을 알아주든 말든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자기들만의 작은 행복을 지키는 게 뜻깊었죠. 사는 동안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면 힘든 시간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소처럼 일하는 그가 배우로서 지닌 '소신'은 뚜렷하다.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제 정체성을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죠. 사실 저같이 용감하게 장르를 파고드는 배우도 많지 않아요. 후배들에게 '안주하지 않는 선배'로 남고 싶기 때문에 주·조연 가리지 않고 출연할 생각입니다."
아줌마들에게 김윤석은 아직도 '유미 아빠'로 불린다. 2006년 방영된 MBC 아침드라마 '있을 때 잘해'에서 그는 외도를 저지르는 뻔뻔남 하동규 역을 맡아 아줌마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지방에 내려가면 아직도 '유미 아빠'라고 외치는 분들이 많죠. 하하."
드라마 출연 계획에 대해선 "영화에 적응된 상태라 드라마의 빠른 호흡을 따라가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극비수사'는 '쥬라기 월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 할리우드 대작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맞서야 한다.
김윤석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 있다"고 했다. "형사와 도사의 말도 안 되는 앙상블이 재밌어요. 소신을 지키는 두 남자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질 거예요. 찝찝함이 없어서 전 연령층이 봐도 되는 훈훈한 영화입니다. 할리우드 CG(컴퓨터 그래픽) 따위 걱정 안 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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