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는 16일(한국시각) PNC 파크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 4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강정호는 전날 메이저리그 데뷔 첫 4번 타자로 낙점됐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친 바 있다. 하지만 허들 감독은 강정호의 해결사 본능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신뢰는 2경기 연속 4번 타자 배치였다.
강정호의 방망이는 첫 타석부터 불을 뿜었다. 강정호는 1회 1, 3루 상황에서 주자를 불러들이는 적시타를 때려내더니 6회 네 번째 타석에서도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로 멀티 히트를 완성했다.
최근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한일 야구에서는 3번 타자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지만 4번 타자 역시 팀 타선의 중심을 지킨다는 상징성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실제로 각 팀 4번 타자들의 면모를 보면 타격의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득점권에서 무척 강하고 한 방을 갖춘 거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프로야구 출신의 특급 타자들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4번 자리에 배치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스즈키 이치로와 같은 교타자 스타일의 타자들이 대부분인 이유도 있지만 아시아 선수들의 파워가 빅리그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인 게 직접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가뭄에 콩 나듯 일본 출신의 4번 타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뉴욕 양키스에서 오랜 기간 몸담았던 마쓰이 히데키다. 마쓰이는 메이저리그 통산 4번 타자로 210경기(선발 205경기)에 나와 타율 0.267 24홈런 128타점을 기록했다. 당시 양키스 타선이 거포들로 무장돼있어 마쓰이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가 4번으로 나섰을 때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친 것은 분명하다.
그는 오히려 5번 타자에 어울리는 선수였다. 마쓰이는 5번으로 무려 519경기를 소화했고 타율 0.285 82홈런 350타점이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게다가 6번에서의 기록(198경기)도 타율 0.283 31홈런 138타점으로 4번에 배치됐을 때보다 부담을 덜 느꼈다.
이밖에 스즈키 이치로를 비롯해 마쓰이 가즈오, 후쿠도메 고스케, 아오키 노리치카들도 간헐적으로 4번에 배치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 대타 투입이었고, 성적 역시 눈에 띄는 활약은 없었다.
4번 타자는 오히려 일본보다 한국 출신 선수들에게 맞는 옷이었다. 메이저리그 1호 타자였던 최희섭은 4번으로 타율 0.193 1홈런 4타점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마쓰이와 마찬가지로 5, 6번 타순에서 보다 힘을 내는 유형이었다.
반면, 추신수는 타순에 상관없이 고른 성적을 냈다. 추신수는 지금까지 4번 타자로 87경기에 나와 타율 0.310 12홈런 58타점을 기록했고, 도루도 11개나 뽑아냈다. 추신수가 3할 타율을 올린 타순은 4번과 6번(0.320) 뿐이며 인플레이 타율을 뜻하는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기록은 4번(0.386)에서 가장 좋았다.
올 시즌 피츠버그는 앤드류 매커친이 3번 붙박이로 나서는 가운데 시즌 초 닐 워커가 4번으로 나서다 5월 들어 스털링 마르테로 교체됐다. 하지만 워커와 마르테 모두 4번에서의 성적이 썩 좋지 못하다. 워커는 4번에서 타율 0.252 2홈런 15타점을 기록 중이며, 마르테 역시 타율 0.266 3홈런 18타점으로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이에 허들 감독은 피츠버그의 새로운 4번으로 강정호를 낙점했다. 이제 2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강정호는 득점권에서 강한 집중력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아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그동안 잠자고 있는 홈런포마저 터져준다면, 공석인 4번 자리에 무혈입성하게 될 강정호의 올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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