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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국회법 개정안, 유승민 거취는?


입력 2015.06.19 20:43 수정 2015.06.19 20:54        문대현 기자

당청이 함께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 유승민 거취는 수면아래로 갈 듯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 인준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앞서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여당 일각에서는 계속해서 '유승민 사퇴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거친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 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여당 입장으로서는 현재 상황이 매우 부담스럽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려는 것은 현재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를 불신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법이 재의결에 부쳐져 가결될 경우 당청 관계는 사실상 파탄 지경에 이를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당·청이 서로 총질할 때가 아니라는 주장에 힘이 더 실린다.

만약 친박계를 비롯한 여권의 표가 대거 이탈해 부결될 경우에는 협상 결과를 책임지지 못한 유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전망이다. 이미 친박 의원들은 국정 혼란을 초래한 유 원내대표가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법안을 아예 재의결에 부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해 19대 국회 임기 종료(2016년 5월)와 함께 자동 폐기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김무성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여러 헌법학자가 위헌성이 있다고 해서 저희도 참 난감한 상황"이라며 청와대와 궤를 맞추기도 했다.

또한 최근 메르스 확산 사태로 인해 국민이 정치 현안에 갖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굳이 당·청이 내지 않아도 될 파열음을 내는 것은 국민에게 괜한 반감만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법 개정안은 조용히 사라질 확률이 많다는 평가다.

다만 여당은 이 과정에서 생길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야당은 협상 결과를 뭉갠 여당에 향후 협상 보이콧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법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보름을 넘기지 않고 신속하게 재의에 부치겠다고 밝힌 정의화 국회의장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도 여당으로서는 부담이다.

재의에 부쳐지든 그렇지 않든 '유승민 사퇴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반대를 뿌리치고 국회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장본인이다. 이 때문에 당내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사퇴 요구'를 받고 있고 청와대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현재 여당 내에서 유 원내대표를 향한 신뢰도도 많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한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협상을 못한다고 당 내에서 평가가 좋지 않아 너무 작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 원내대표는 최근 부쩍 말수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웬만해서 웃음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승민 사퇴 가능성은?

친박계 의원들이 원내지도부를 향해 연일 집중 포화를 날리고 있지만 유 원내대표가 당장 자리를 물러설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달 초 계속해서 불거지는 사퇴설에 "이 문제는 당청이 함께 풀어가야 한다"며 "사퇴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후에도 유 원내대표는 줄곧 "국회법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해왔다. 그가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인 것은 분명하나 취임한 지 4개월가량 밖에 되지 않았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로드맵 가동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당장 사퇴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유 원내대표에 힘을 실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7~18일 전국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한다(47.7%)'는 응답이 '반대한다(26.4%)'는 의견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44.8%)가 우세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여론 추이를 좀 더 살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김무성 대표 역시 이달 초 공식석상에서 "(국회법 문제는) 유 원내대표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갈등 수습에 나서는 등 유 원내대표를 엄호한 바 있다. 또한 총선을 10개월여 남겨둔 상황에서 최근 지지율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여당의 원내지도부가 비정상적으로 물갈이되는 것은 그다지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도 간과하지 못 할 요소다.

'친박 대 비박' 끊이지 않는 갈등

그러나 친박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를 향해 연일 폭격을 가하고 있다. 최근 김태흠 의원은 '데일리안'에 "(이 상황은) 청와대와 국회가 부딪히고 친박과 비박 간에 부딪히는 상황"이라며 "유 원내대표 사퇴론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친박 강경파로 분류되는 그는 "나를 포함한 다른 의원들도 유 원내대표 사퇴 요구에 뜻을 함께 하고 있다"며 유 원내대표를 향한 총공세를 예고했다.

반면,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승민 사퇴론'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치를 거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소장파' 박민식 의원은 19일 원내대표단-정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법률 해석 문제에 과잉 의미를 부여해 지도부 책임론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분열을 조장하는 분파주의적 행동"이라고 '유승민 사퇴론'을 내세우는 일부 세력에 반기를 들었다.

앞서 당내 중진격 한 의원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말 그러면 잘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청와대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다수가 합의를 봐서 통과를 시켰고 그 조차도 정치적으로 풀어보자고 해서 조율을 한 것 아닌가"라며 "이 자체에 대해 그런 식으로 끌고 간다고 하면 정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러나 저러나 유 원내대표는 작금의 현실을 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을 향한 비판적인 여론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빨리 사태를 수습해 민생챙기기는 물론 총선체제를 정비해 시동해야 할 판이다.

'유승민 사퇴론'을 둘러싼 혈전의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가운데 여야 협상을 주도한 유 원내대표의 거취가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날 지 이목이 쏠린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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