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KIA 타이거즈의 분위기는 다른 팀들에 비해 어수선했던 것이 사실이다.
재계약을 맺은 선동열 감독이 우여곡절 끝에 자진 사퇴했고, 급하게 김기태 감독을 선임했지만 신생팀 kt에 내준 특별지명선수가 하필 FA 이대형이라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포스팅 자격을 얻은 에이스 양현종은 너무 낮은 액수로 인해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고, 개막 직전에는 1년 만에 돌아온 윤석민의 보직을 놓고 또 다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큰 기대감이 품어지지 않았던 KIA의 2015시즌은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과는 정반대로 전개됐다. 개막 6연승. 윤석민은 뒷문을 철통같이 막았고,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은 끝내기 홈런으로 광주벌을 달궜다. 여기에 몇 년째 소식이 깜깜하던 최희섭까지 가세하며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는 듯 했다.
그러나 KIA의 기세는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8위로 4월을 마감한 KIA는 5월에도 순위가 마찬가지였고, 6월 들어 공동 6위로 잠깐 희망을 주는 듯 했지만 7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급기야 ‘엘롯기 동맹의 부활’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는 것이 KIA의 현주소다.
현재 KIA는 팀 평균자책점(4.62)이 4위에 올라있어 마운드 걱정은 크게 되지 않는다. 다만,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팀 타율(0.251)과 득점(371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면면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리그 최강의 에이스로 거듭난 양현종이 1선발을 맡고 있으며, 마무리 윤석민은 구원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선에서는 브렛 필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으며, 부상을 털고 돌아온 김주찬의 방망이도 무척 뜨겁다.
그래도 KIA의 타선은 여전히 무게감이 떨어진다. 원인은 바로 두 선수. 주장 이범호와 4번 타자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나지완이다.
이범호의 시즌 초반은 KIA의 질주와 궤를 함께 했다. 특히 지난 4월 4일 kt전에서는 홈런 2방 포함 6타점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5월 들어 급격한 타격 슬럼프에 빠진 이범호는 급기야 6월 한 달간 타율 0.196 2홈런 8타점에 그쳤다. ‘캡틴’이 부진하자 팀 분위기도 가라앉고 말았다.
나지완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김기태 감독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은 나지완은 4번 타자로 중용됐지만 타율 0.204 3홈런 14타점으로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 급기야 김기태 감독은 세 차례나 2군에 내려 보내는 강수를 뒀지만 효험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믿고 4번으로 기용한 김기태 감독의 인내심이 실로 대단할 뿐이다.
KIA가 후반기 반등을 노린다면, 이범호와 나지완의 문제를 반드시 풀고 나서야 한다.
그나마 이범호에게는 조금의 희망이 엿보이고 있다. 이범호는 지옥 같았던 6월을 보낸 뒤 7월 들어 타율 3할과 5홈런 9타점으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7월 11경기 중 8경기서 안타를 뽑아냈고, 5경기에서 홈런 맛을 봤다. 6개의 볼넷을 골라낸 선구안이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증명한다.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나지완은 지난달 0.289의 월간 타율을 기록, 잠시 설레게 했다. 하지만 야구에서의 4번 타자는 높은 타율보다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한 방을 요구한다. 지금의 나지완은 장타력이 완전히 실종된 타자다. 지난 14일 LG전 솔로 홈런으로 다시 기대감을 품기 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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