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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와 신경전, 박희태의 맞수', 별세 박상천 누구?


입력 2015.08.04 20:15 수정 2015.08.04 21:36        이슬기 기자

여권 대통합 두고 DJ와 신경전, "열린우리당 계승 정당으로 낙인찍힌다"

박희태 전 의장과의 담판으로 '이회창-김대중 후보 TV 토론회' 성사시키기도

4일 별세한 고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야권 신당’ 논의에 불을 지핀 구 민주계 소속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가 4일 지병으로 별세한 가운데, 고인의 생전에 정치권 유력 인사들과의 일화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특히 13대 총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 서경원 전 의원 밀입북 사건 당시 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아 활약한 만큼, DJ와의 일화가 잘 알려져있다.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는 지난 2007년 박 전 대표와 DJ가 여권 대통합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일화다. DJ가 범여권 단일후보와 단일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박 전 대표는 후보단일화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맞서면서 여권통합구도에 긴장감을 조성한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민주당 신임대표로 당선된 다음 날 김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표와 김효석 당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동교동 사저로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단일정당이 최선이고 안 되면 단일후보로 가야 한다”며 범여권 단일후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연립후보로 선거를 치러 승리한 뒤, 상황에 맞게 단일정당으로 창당하면 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합치면 열린우리당을 계승하는 정당으로 낙인 찍혀 표가 안 나온다”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또 김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간 데는 ‘나가라’고 한 민주당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하자, 박 전 대표는 “나가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맞서기도 했다.

아울러 ‘영원한 맞수이자 절친’으로 불리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의 일화도 손꼽힌다. 박 전 대표가 1997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원내총무 시절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박희태 당시 신한국당 원내총무와 담판을 벌인 끝에 이회창·김대중 후보의 TV토론을 성사시킨 일은 오랜 시간 회자됐다.

특히 두 사람은 1938년생 동갑내기이자 서울대 법대 동기생으로, 1971년 고등고시 13회 사법과 합격, 1988년 13대 총선 당선, 당 대변인, 법무부 장관, 당 대표에 이르기까지 눈에 띄게 닮은 정치 행보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또한 박 전 의장은 지난 2012년 2월 9일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의장직을 사퇴했고, 박 전 대표 역시 같은 시기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 정치일선에서 후퇴했다.

이날 박 전 대표의 별세 소식을 문자로 접한 박 전 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70대밖에 안됐는데 뭘 그리 빨리 갔나. 나는 한마리 짝잃은 거위”라며 "참 오랫동안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지냈는데 섭섭하고 쓸쓸할 따름이다. 최근에는 잘 만난 일도 없고, 전화통화도 거의 한 적이 없었지만 늘 가까이 있는 친구 같은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별세와 구 민주계의 신당 논의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당장 당내에서도 박 전 대표에게 공천을 받은 안규백 의원 등을 제외하면 원내에선 고인을 아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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