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최저실적 난 최고연봉, 그래도 우린 총파업"

이강미 기자

입력 2015.09.08 08:50  수정 2015.09.08 14:13

<이강미의 재계산책>금호타이어 이어 현대차 등 줄파업

영업손실 경영난 아랑곳 내몫 챙기기가 노동개혁 대상

7일 금호타이어공장 정문에 사측이 설치한 '차벽' 앞에 직장폐쇄를 알리는 공고문이 놓여있다.ⓒ연합뉴스
노조의 존재이유는 고용보장과 임금인상이다. 더 나아가 노사가 힘을 합쳐 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그에 따른 혜택을 사원들과 함께 나누는 것도 노조의 역할이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극한의 이기심이 도를 넘어서면서 회사의 존폐마저 흔들리게 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가뜩이나 내수와 수출의 동반부진으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대내외적인 상황에서 강성노조와의 갈등으로 휘청이는 산업들 대부분이 최근 경쟁력을 급속히 잃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기심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바로 금호타이어다. 금호타이어는 8일 현재 23일째 계속되는 장기파업을 견디다 못해 지난 6일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중국발 경기 침체로 상반기 매출이 12.3% 줄었고,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률도 한국타이어·넥센타이어 등 경쟁사보다 떨어진다. 회사와 허리띠를 졸라매도 부족할 판에 머리띠를 두르고 나섰다. 워크아웃을 졸업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노조가 머리띠를 두르고 직장폐쇄까지 내몰았다는 점이 그저 황당하기만 하다.

노조의 주장은 이미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직후인 올해 1월 무려 25.6%의 임금인상과 별도로 성과금을 개인당 500만원씩 지급했다. 올해 동종업계 최저실적을 기록한 금호타이어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노사가 한마음 한뜻으로 새출발하자는 취지’에서다.

노조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 또 8%대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기간 받지 못한 임금까지 보전해 달라며 생떼를 쓰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도 완강히 거부했다.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는 금호타이어 노조의 끝없는 욕심이 비난받는 이유이다.

이에 회사는 기존보다 상향된 평균 4.6%의 임금안상안을 제시했고, ‘임금피크제’는 노조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시행시기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따른 일시금 300만원도 지급키로 하는 등 원만한 노사교섭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조는 안하무인이다. 이번엔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2015년 성과에 대한 성과금을 요구하는가 하면 파업기간 동안 ‘무노동무임금’에 대한 보전방안까지 내놓으라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미 23일째 계속되는 파업으로 금호타이어의 매출손실은 1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분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지난해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타이어는 또다시 경영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강미 데일리안 산업부장. ⓒ데일리안DB
금호타이어 노조의 떼쓰기 주장에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곱지않다. 회사 사정은 아랑곳 않고 자기 몫 뜯어내기에 몰두하는 강성노조의 갑질이라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금호타이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산업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 대다수 조선사 노조는 9일 공동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고, 대우조선해양은 올 2분기에만 3조 원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조선사 모두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노조는 오히려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올해 실적 하락세가 뚜렷한 현대자동차도 노조가 9일 파업찬반 투표에 나서는 등 또 파업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파업에 뛰어든 기업들의 평균임금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고(高)임금 회사이다. 현대차의 평균 임금은 9700만원으로 세계 1~2위 자동차 기업인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폴크스바겐보다도 높다. 현대중공업의 평균 임금은 7590만원으로 국내 10대 그룹을 통틀어 3위다. 금호타이어나 한국타이어의 평균 연봉도 6000만~7000만원대로 국내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5000만원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들의 파업에 대해 '귀족 노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회사는 노사 공동체다. 회사 없는 노조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우리나라 노조는 종종 이 엄연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지금은 회사를 살려야 할 때다. 노조의 파업 협박 속에 무리하게 임금을 올리는 관행이 계속되면 기업은 정규직 고용을 회피하게 되고, 청년실업·비정규직 문제는 더 깊어지게 마련이다.

지금은 내수활성화를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현 시점에서 노동계와 재계는 힘을 합쳐야 할 시기이다. 특히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서고 미국이 금리인상을 목전에 두는 등 글로벌 경영환경은 진폭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머리를 맞대고 수출전략과 마케팅전략을 새로 짜야 할 시기이다.

그런데 노조가 회사의 발목을 붙잡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노사가 힘을 합쳐 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노조의 또다른 역할이다. 노동계는 회사의 존폐를 위태롭게 만드는 극한의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 회사 형편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내 몫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이기주의적 발상은 버려야 할 때다.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노사간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노동시장을 왜곡하는 강성노조의 파업병도 노동개혁의 대상이라는 점을 노동계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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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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