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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전선' 여진구 "'성인배우' 타이틀, 부담 없다"(인터뷰)


입력 2015.09.22 10:06 수정 2015.11.04 17:45        부수정 기자

북한군 탱크병 영광 역 맡아 설경구와 호흡

"청춘 놓치고 싶지 않아…다양한 도전 꿈꿔"

배우 여진구는 "'서부전선'은 눈물, 재미, 감동이 어우러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05년 '새드무비'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꼬마가 내년 벌써 스무 살이란다. 열아홉 살 앳된 고등학생이지만 골격은 성인 남자 뺨친다. 특유의 저음 목소리는 완전 '상남자'다.

'노안', '애늙이'라고 불리지만 '스무 살이 돼서 하고 싶은 일'을 쉴 틈없이 나열할 때는 영락없는 고등학생이었다.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에서 유명세를 탄 이후 영화, 시트콤, 드라마 등 30편이 넘는 작품을 소화한 여진구는 나이 답지 않은 성숙한 연기력을 펼쳐 영화계 최고 기대주로 꼽힌다.

24일 개봉하는 '서부전선'에서는 열여덟 북한군 병사 영광을 연기했다.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여진구는 "촬영 당시 나와 나이가 같은 영광이에게 공감을 많이 했다"며 "아무것도 모른 채 전쟁터에 남겨진 영광이가 어리바리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고 웃었다.

'서부전선'은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남복(설경구)과 북한 탱크 부대 막내 영광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코믹하게 그렸다. 전쟁 특유의 잔인하고, 무거운 부분을 줄이고 남복과 영광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경쾌하게 풀어냈다.

추석을 맞은 가족들에겐 제격인 영화다. 여진구는 "가족 관객들이 편하게 보셨으면 한다"며 "'서부전선'은 눈물, 재미, 감동이 어우러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고 자신했다.

영화는 설경구와 여진구의 '구구 케미스트리'(배우 간 호흡)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설경구가 영화 출연을 결정하기 전 "상대 역으로 여진구를 캐스팅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을 만큼 영광 역은 여진구에게 꼭 맞는 옷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진구는 영광이가 평범한 소년처럼 보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생 같은 느낌이랄까요? 뭔가 해내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여진구에게 변화를 가져다줬다.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감'으로 연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익숙하면 익숙한 대로, 낯설게 느껴진다면 또 낯선 느낌을 살려 표현했다고 여진구는 말했다.

"현장에서 직접 감정을 느끼며 연기하다 보니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나?' 헷갈리기도 했어요. 처음엔 걱정했는데 촬영을 할수록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이전 작품들에선 제가 맡은 캐릭터와 친한 친구처럼 지냈는데 '서부전선'에선 영광이에게 저 자신을 대입했어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배우 여진구는 "'서부전선'은 눈물, 재미, 감동이 어우러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서로 다른 곳을 향하는 남복과 영광이가 바라는 바는 같다.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자'는 것. 군대 경험이 없는 여진구는 영광이를 만나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사실 제 또래 친구들은 전쟁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직접 겪은 게 아니라서 그냥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만 알죠. '서부전선'을 통해 학도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쓰라린 상처를 알게 됐고, 당시 '얼마나 무서웠을까' 마음이 아팠죠. 가족을 그리워하며 집에 가고 싶어하는 학도병의 절절한 심정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아웅다웅하던 남복과 영광이 탱크를 배경으로 담배를 피우며 미소를 짓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웃는 모습은 연기가 아닌 실제 모습인 듯 자연스럽다.

여진구는 "금연초를 태우면서 촬영했는데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며 "가장 아끼는 장면 중 하나"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금연초를 언급하자 순간 얼굴을 찡그렸다.

"냄새가 굉장히 역했어요. 삼겹살 냄새를 뚫고 올라올 정도라니까요? 하하. 담배가 금연초와 비슷하다면 피울 생각은 전혀 없어요. 어휴."

코믹으로 흐르던 영화는 극 후반부에 이르러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아낸다. 특히 여진구 눈물 효과는 관객들을 펑펑 울리고 만다. 눈물을 글썽 거리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의 심장을 건드리는 눈물 연기는 '소년' 여진구만의 특권이다.

눈물 연기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자 여진구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눈물의 종류도 다양하잖아요? 기쁘거나 슬플 때 울기도 하지만 화가 나거나 누군가가 원망스러울 때 울기도 해요.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메인은 슬픈 요리고 여러 감정, 사건들을 양념으로 뿌리는 셈이죠. 영광이가 가진 슬픔도 다각도로 해석했습니다. 우는 장면을 찍을 때마다 다른 감정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배우 여진구는 "'서부전선'은 눈물, 재미, 감동이 어우러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여진구는 나이는 어리지만 어느덧 10년 차 배우다. 그간 차곡차곡 쌓은 시간 만큼 눈빛도 꽤 깊어졌다. 성인 배우 저리 가라 할 정도다.

그는 "눈빛으로 감정을 전달하려고 애를 쓴다. 감정에 취하면 안 되고, 극에 몰입해야 한다. 그래야 진심이 묻어 나온다"고 강조했다.

어린 나이에 소처럼 일한 그는 내년 성인이 된다. 10대를 보내면서 아쉬운 점을 물었더니 "너무 아쉽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만 지나가는 것 같고, 하루하루가 아쉽다"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특유의 '애늙은이' 답변이 이어졌다.

"배우로서도 지금 이 시기가 아쉬워요. 나중에 지금 제 나이가 그리울 거예요. 선배님들이 제게 '젊음이 가장 부럽다'고 하셨거든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무한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지금인 듯하거든요. 청춘의 시기를 놓치고 싶진 않은데...너무 '애어른' 같나요? 하하."

스무 살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희망 사항이 술술 나왔다. "치킨에 맥주, 곱창에 소주를 먹고 싶어요. 드라이브도 하면 재밌을 것 같고요. 물론 연애도 하고 싶고요(웃음)."

연애 얘기가 나오자 문득 이성관이 궁금해졌다. 연애 경험이 없다는 그는 "내가 무뚝뚝해서 여자친구는 애교가 많았으면 하고, 음식을 복스럽게 잘 먹는 여자가 좋다. 음식을 통해 얻는 행복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웃는 모습도 예쁘면 더할 나위 없다"고 신이 난 듯 말했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 여진구는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당분간 입시에 전념하느라 차기작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아역 배우가 성인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에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진구는 "성인 배우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도 않고, 일부러 성인 연기를 하려고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때가 되면 무르익은 배우가 될 듯하다"고 여유를 보였다.

다만 삶과 연기 생활에서 10대 때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직·간접 경험이 절묘하게 합쳐지는 순간 연기에 대한 진심이 묻어나온다는 이유에서다. 어린 배우답지 않은 진중한 답변이다.

"연기뿐만 아니라 제 인생에서도 여러 경험과 도전은 필요해요. 사실 두렵기도 하고, 내게 닥치는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되지만 뭐, 주저하지 않고 해보려고요."

설레는 20대를 앞둔 그에게 6개월 후 여진구는 어떤 모습일 것 같으냐고 구체적으로 물었다. "음...따뜻한 봄일 텐데 날씨도 화창하니 여자친구랑 소풍 가서 데이트하고 있지 않을까요? 흐흐. 근데 공개 연애는 원하지 않아요. 팬들이 싫어하거든요!"

수많은 여성 팬들을 거느린 여진구의 팬 사랑은 대단했다. "팬들에게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살도 좀 뺐지요. 아참, 피부 관리는 따로 안 해요. 타고 났거든요(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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