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의 드라마·다시 잡은 윤종빈의 손…하정우의 배수진 [D:이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3.14 08:11  수정 2026.03.14 08:13

배우 하정우가 19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TV 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다. 이는 2007년 MBC 드라마 히트 이후 약 19년 만의 드라마 복귀다. 오랫동안 한국 상업 영화의 중심에 서 있던 배우가 다시 드라마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다층적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하정우는 한때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암살’, ‘아가씨’, ‘신과함께’ 시리즈 등을 통해 대중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증명하며 한국 상업 영화 시장에서 안정적인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그의 필모그래피는 하향세를 보여왔다. 2022년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이 글로벌 화제를 모으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듯했지만, 이후 스크린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비공식작전’, ‘1947 보스톤’, ‘하이재킹’, ‘브로큰’이 잇따라 흥행에서 아쉬운 결과를 남겼고, 본인이 연출을 맡은 ‘로비’와 ‘윗집 사람들’ 역시 관객 반응 면에서 뚜렷한 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때 이름만으로도 관객의 기대를 모았던 ‘하정우표 영화’라는 신뢰는 최근 몇 년 사이 이전만큼 강력하게 작동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번 드라마 복귀를 두고 하정우 본인은 전략적인 변화라는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제작발표회에서 “흥행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고 작전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한 인간이 어떤 일을 평생 해야 한다면 그런 시기를 맞이하고 감당해야 한다고 본다. 아침이 있고 낮이 있고 밤이 있듯, 이 작품이 찬란한 태양이 뜨는 아침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마주하는 흥행의 부침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영화계에서는 이 선택을 보다 복합적인 맥락 속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영화 시장은 관객 감소와 투자 위축이라는 이중의 압박을 겪고 있다. 과거에는 스타 배우의 이름값이 일정 수준의 관객을 끌어들이는 흥행 장치로 작동했지만, 최근에는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과 화제성이 흥행의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스크린에서 연속된 부진을 겪은 배우들이 드라마나 OTT 시리즈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드라마는 긴 호흡의 서사를 통해 배우의 캐릭터를 깊이 있게 구축할 수 있고, 새로운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영화는 개봉 첫 주와 둘째 주가 흥행이 전체 성패를 가르는 구조가 되는 반면, 드라마는 주 단위로 시청자와 호흡을 맞추며 관계를 쌓는 방식으로 한 편의 실패가 곧 퇴장을 의미하진 않는다. 수많은 회차를 걸쳐 캐릭터를 다져 시청자의 감정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가능하다. 지금의 하정우에게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분명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정우는 영화 작업 역시 동시에 이어가고 있다. 그는 현재 윤종빈 감독의 신작 ‘보통사람들’(가제)을 촬영 중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시작됐다. 이후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그리고 ‘수리남’까지 여러 작품을 함께하며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감독·배우 조합을 형성해 왔다.


윤종빈 감독은 남성 집단 내부의 위계와 폭력, 욕망과 배신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연출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정우는 그 안에서 거칠고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을 연기할 때 누구보다 빛난다. 이 조합이 만들어낸 화학작용은 상업적 성공과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재결합에 거는 기대감은 결코 작지 않다.


이번 신작 역시 두 사람이 다시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동시에 오랜 협업이 반복되는 만큼 검증된 조합이 주는 안정감과 함께 새로운 긴장감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흥행 부진의 흐름을 끊어내기 위한 심기일전으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익숙한 조합을 다시 선택했다는 점에서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따라붙는 이유다. 과거의 협업이 찬란할수록,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 역시 커지기 마련이다.


결국 하정우가 스크린에서의 잇따른 부진을 딛고 안방극장에서 반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그리고 다시 손을 잡은 윤종빈 감독과의 신작이 그에게 다시 한번 찬란한 태양을 띄워줄 전환점이 될지는 그가 내놓을 결과물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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