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탐정: 더 비기닝',·'서부전선'이 추석 극장가에서 맞붙는다. ⓒ쇼박스·CJ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왼쪽부터)
하반기 극장가 대목인 추석 연휴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올 연휴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준비한 국내 작품들은 남자 배우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통 사극, 코믹, 전쟁 드라마 등 장르도 다양하다. 남자 배우들의 나이 차도 19살, 9살, 29살 등 제각각이다.
이준익·송강호·유아인의 조합 '사도'
추석 연휴 극장가를 장악한 작품은 '사도'다. 개봉 13일째인 28일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보다 사흘 빠른 기록이다.
영화는 조선 시대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은 사도세자 이야기를 재조명하는 작품으로 2005년 '왕의 남자'로 1230만 흥행신화를 기록한 이준익 감독이 10년 만에 선택한 정통 사극이다.
'설국열차'(2013·935만명) '관상'(2013·913만명) '변호인'(2013·1137만명)으로 한 해에 2000만 관객을 동원한 송강호가 영조 역을, 최근 '베테랑'으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올라선 유아인이 비운의 사도세자 역을 각각 맡았다.
충무로 대표 흥행 배우가 만난 '사도'는 '암살', '베테랑'에 이은 또 하나의 천만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겉으로 보여주는 화려한 기교 없이 배우들의 연기와 이야기만으로 승부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란한 기교와 양념이 뿌려진 픽션 사극에 길든 젊은 관객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추석 연휴 가족들이 보기에는 다소 무거운 영화 분위기도 걸림돌이다. 그러나 송강호 유아인 두 배우가 펼치는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권상우 성동일 표 코믹 '탐정: 더 비기닝'
'통증(2011)' 이후 4년 만에 복귀한 권상우의 '탐정: 더 비기닝'(24일 개봉)은 셜록 홈즈를 꿈꾸지만 현실은 만화방 주인인 강대만(권상우)이 광역수사대에서 좌천된 형사 노태수(성동일)와 힘을 합쳐 살인사건 해결에 나서는 대결을 담았다.
무거운 역할만 주로 맡아온 권상우의 힘을 뺀 연기가 인상적이다.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성동일의 연기는 권상우와 어우러져 감칠맛이 난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범죄를 해결해가는 과정과 후반부에 드러나는 반전이 적당한 긴장감을 준다.
두 사람의 코믹 호흡이 어떤 시너지를 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 개봉 전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성동일과 권상우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권상우는 "이번 작품이 배우로서 내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코믹하고 경쾌한 분위기가 장점이다. 명절에 가족들과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얘기다. 최근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는 "예상외로 재밌다"는 평이 많다.
'쩨쩨한 로맨스'(2010)의 김정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9일 오전 기준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한 중이다.
설경구·여진구 구구케미 '서부전선'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서부전선'은 설경구와 여진구 훌륭한 연기력을 갖춘 두 배우의 조합이 눈에 띈다. 두 배우의 나이 차이는 무려 29살. 영화 속 호흡은 나이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빛난다.
영화는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남복(설경구)과 북한 탱크 부대 막내 영광(여진구)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전쟁 영화라고 해서 무겁다고 생각했다간 오산이다. 전쟁 영화 특유의 끔찍하고 잔인한 과정을 줄이는 대신 남복과 영광이 집으로 가기 위해 티격태격, 아웅다웅하는 모습에 중점을 뒀다.
남과 북,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목표는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서로를 불신하며 총을 겨누던 남복과 영광이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으며 차츰 가까워지는 장면은 뻔하지만 뭉클하게 다가온다.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떠올리면서 알게 모르게 서로를 어루만져주는 모습에선 공감을 자아낸다.
코믹으로 흐르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갑자기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은 다소 억지스럽지만 설경구 여진구가 헐거운 부분을 메웠다. 성인 배우를 앞둔 여진구의 순도 100% 눈물 연기를 기대하는 여성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영화다.
'7급 공무원'(2009), '추노'(2010),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의 각본을 쓴 천성일 감독이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누적 관객 수는 41만명.
외화는 최근 200만 관객을 돌파한 '앤트맨'이 대표적이다.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 히어로물로 그간 봐왔던 영웅들과는 다른 독특하고, 깜찍한 매력으로 전 연령층을 공략한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메이즈 러너' 후속작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도 기대작이다. 이번 편은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미로에서 탈출한 러너들이 또 다른 세상 '스코치'에서 벌이는 생존 사투를 그렸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계 배우 이기홍이 출연했다.
영국 유명 영화 제작사 워킹 타이틀이 제작한 '에베레스트'도 무시할 수 없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할 세상 가장 높은 곳, 에베레스트에 도전한 산악 대원들이 극한 상황에 맞서는 이야기로 1996년 산악 사고의 실제 생존자가 쓴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제이슨 클락, 조슈 브롤린, 키이라 나이틀리, 샘 워싱턴, 제이크 질렌할 등 유명 배우들을 한 스크린에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만난 '인턴'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는 30세 젊은 CEO(앤 해서웨이)가 운영하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 회사에 채용된 70세 인턴 사원(로버트 드니로)의 유쾌한 근무일지를 담아냈다. 두 배우의 패션과 톡톡 튀는 발랄한 이야기가 젊은 여성 관객들의 발길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로맨틱 홀리데이', '사랑할 땐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을 연출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누적 관객 수는 56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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