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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북녀 통일 합방? 커플들 탄생시킨 '새터민정거장'


입력 2015.09.28 08:10 수정 2015.10.09 09:00        목용재 기자

인터넷 커뮤니티, 남한 남성들이 탈북 여성 이해 창구

운영진 "'작은통일' 일구고 있다 자부"

탈북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새터민정거장' .인터넷커뮤니티 캡처

최근 ‘새터민정거장’ 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경사가 났다. 다섯 쌍의 선남선녀, 남남북녀 커플이 탄생하면서 커뮤니티 분위기가 핑크빛으로 물들었기 때문이다. “작은 통일을 만들자”라는 콘셉트로 지난 2011년 개설된 ‘새터민정거장’에서 실제 작은 통일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24일 카페 운영자인 탈북자 이웅길 씨에 따르면 5커플 가운데 1쌍은 이미 지난 4월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을 즐기고 있으며 또 다른 남남북녀 커플은 내달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 다섯 커플 가운데에서도 남한 남성 김민수(가명, 38) 씨와 탈북 여성 최민(가명, 33) 씨의 사랑은 더 애틋하다.

최 씨는 탈북이후 중국에서 살던 과정에서 중국인과 함께 살면서 그의 아이를 낳았다. 이후 아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입국했고, 탈북자 커뮤니티인 ‘새터민정거장’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의 활발한 온라인 활동과 볼링, 족구, ‘치맥’ 모임, MT 등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김 씨와 자연스러운 연애까지 이르렀다. 앞서 최 씨는 중국 생활의 아픔과 한국 정착이후 자신이 데리고 온 아이로 인해 남한에서의 연애에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남한 남성과의 만남을 꺼리고 있었다.

하지만 김 씨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탈북여성들의 많은 아픔을 공감하고 있었고, 이에 최 씨의 모든 아픔을 감싸주겠다며 구애, 결국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커뮤니티 운영자 이웅길 씨는 ‘데일리안’에 “최 씨는 아이를 혼자 키우느라 힘들었는데 김 씨가 최 씨에게 ‘모든 걸 감싸 주겠다’면서 다가갔다”면서 “김 씨도 처음에는 탈북 여성들의 아픔을 잘 모르던 분이었는데 카페 활동을 통해 그들의 아픔을 공유했고,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새터민정거장’에는 탈북자들의 고충을 담은 글들이 수시로 게재되고 있다. 이 커뮤니티에는 탈북 여성과 남한 남성이 주축을 이루는 공간으로 해당 게시글들은 남한 남성들에게 탈북자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 11월 커뮤니티에 게재된 ‘터놓고 말해요(결혼의 조건)’이라는 글은 “새터민 여성은 북한에서 엄청난 고생을 하다가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다. 고단한 떠돌이 생활, 목숨을 담보로 한 남한행으로 한국에 왔다”면서 “때문에 처자식을 건사할 줄 알고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그런 분을 만나야 한다”고 ‘남남북녀’ 커플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색시감 찾는 남터민 돌싱&총각님’이라는 글도 탈북여성을 단순히 결혼 상대자로 찾기 위해 커뮤니티에 가입한 남한 남성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해당 글에서는 “새터민 여성분들을 쉽게보나? 홀홀단신 갓난 아기 들쳐 업고 북이나 중국에 가족을 두고 온 새터민 마음이 어떤지 아나”라면서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는 분들이다. 새터민 여성분들 마음을 위로하며 감싸주고 안아주고 사랑해 주실 마음이 있지 않고 결혼이 목적인 분들은 절대 그 마음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올려두면 새터민 여성분이 얼씨구나 연락할 것 같나”라면서 “그렇게 쉽게 만나면 무슨 결혼이 되나. 안 그래도 아픈 가슴 염장 지르지 마시고 그냥 커뮤니티에서 나가주시면 좋겠다. 정말 자기희생과 사랑 없이는 새터민과의 결혼은 꿈도 꾸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커뮤니티 운영자인 이웅길 씨도 본보에 “결혼을 전제로 들어오는 남한 남성들이 많았다. 애가 있으면 안 되고 처녀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들어오는 남성들은 모두 강퇴시켰다”면서 “이렇게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또 탈북 여성들의 애환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니까 커플이 된 남남북녀는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탈북여성을 보듬어주지 못하고 사랑할 준비가 안 돼 있으면 남한 남성들에게 결혼이나 연애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충고를 한다”면서 “결국 커뮤니티가 남한 남성들이 탈북 여성들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나름 ‘작은통일’을 일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새터민 정거장 회원 30여명이 가평으로 MT를 가서 즐기고 있는 모습.ⓒ새터민정거장

고향소식, 정착정보 공유하고 실생활 고충도 털어놓는 '새터민정거장'

‘새터민정거장’ 온라인 커뮤니티를 남남북녀 만남의 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커뮤니티의 본질은 정기적인 온·오프라인 활동을 만들어 구성원간의 끈끈한 정을 만들고 이를 통해 고향소식, 정착정보, 구직 등 정착에 필요한 정보 전반을 주고받는 것이다. 남남북녀의 만남은 이 활동을 통해 나오는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다.

특히 ‘고향사람찾기’ 란에서는 북한에서 함께 살았던 고향 친구, 지인, 하나원 동기 등을 찾아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탈북 과정에서 잃어버린 동료를 찾는 글을 올리면서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애타게 찾기도 한다.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탈북구출본부’라는 란도 새롭게 구성해 북한에 있는 가족을 데리고 오기 위해 서로의 힘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다보니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많은 회원들이 참석한다. 지난달 정모 당시에는 80명이 모여 회포를 풀기도 했다. 남북하나재단에서도 탈북자들의 모임에 과일 선물을 마련해 전달하기도 했다.

이웅길 씨는 “10월 17일 우리 회원의 남남북녀 커플이 결혼을 하는데 그 예식에 모두 모이기로 했다”면서 “우리 커뮤니티가 상당히 많이 활성화 돼있고 보름에 한번정도는 다같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시간을 보낸다. 지난달에는 30여명 정도가 가평으로 MT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우리 커뮤니티는 탈북자들이 고된 일상 속에 들러서 서로의 고충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라면서 “정착정보도 공유하고 남한 생활을 하면서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질문할 수 있고 그때그때 답변이 달린다. 남한 남성들도 많이 가입하는데 서로의 말을 알게 되고 서로의 문화를 알게되면서 통일된 듯한 느낌을 미리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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