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김만복 새누리 입당에 여도 야도 "김만복스럽다"


입력 2015.11.05 17:09 수정 2015.11.05 17:14        전형민 기자

'황당하다'는 반응 속 말 아끼는 친노와 새누리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동아시아와 유럽, 평화를 향한 동맹'을 주제로 열린 '10.4남북정상선언 8주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8월 새누리당에 입당한 사실이 5일 뒤늦게 밝혀지면서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원장이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내는 등 노무현 정권의 핵심 인물이었음은 물론 과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여러 송사에 휘말렸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전 원장은 부산 기장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노무현 정부에서 첫 공채 국정원장을 지냈고, 2007년 10월 노 전 대통령의 방북에도 동행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원장의 새누리당 입당에 대해 고향인 부산에서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포석을 깐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원장의 새누리당 입당은 적절치 못한 처사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김 전 원장은 과거 여러가지 문제로 새누리당과 수차례 송사를 겪은 바 있다. 새누리당의 선택은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다.

지난 2008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7년 10월 노 전 대통령이 방북해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과 관련 김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었다. 지난 같은 해 11월에도 한나라당은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 친인척과 지인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원법 위반으로 김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여기에 이런 당이 고발한 인물을 입당시킨 새누리당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를 두고 “우리가 범죄자로 규정했던 사람을 입당시킨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총선을 앞두고 이율배반적인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김 전 원장의 일관성 없는 ‘갈지(之) 자 행보’에 대한 비난도 나온다. 지난 10월1일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함께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이라는 책을 펴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8월에 새누리당에 입당한 김 전 원장이 입당 후에도 야권 인사들과 회고록을 냈기 때문이다. 김 전 원장은 이 책을 통해 국정원장으로 재직 시 알게 된 민감한 사안들을 공개해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김 전 원장은 과거 말바꾸기를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김 전 원장은 지난 10월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가 있었고, 이 핫라인이 24시간 가동돼 남북 정상 간 필요하면 언제든지 통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가 이튿날 바로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국방위원장이 직접 통화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렇듯 여러 방면에서 전직 국정원장답지 못한 처사와 행동을 보인 김 전 원장이 결국 자신이 속했던 진영의 반대 진영으로 입당한 것을 두고 야당에서는 ‘황당하다’는 눈치다.

새정치연합의 한 친노 의원은 5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신 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다른 의원들도 아쉬워하기보다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박지원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새누리당 입당원서를 제출했다는 보도에 많은 기자들이 제게 전화 오네요”라면서 “먼저 저와는 교류 없고, 그분의 새누리 입당은 노무현 정부 국정원장 출신으로 황당하기도 하고 ‘역시 김만복답다’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이른바 친노 최측근 의원들은 대체로 말을 아낀 채 발을 빼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 중진인 모 의원은 “내가 사실관계 확인을 못했기 때문에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 초선 의원은 “말조심 해야겠다”며 “노코멘트”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황당하다는 반응은 여당 내부에서도 나왔다. 김 전 원장이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출마를 준비했던 부산 해운대구 기장을을 지역구로 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일주일 전 쯤 해운대 기장을 당협위원장인 저와 꽤 길게 통화했을 때도 입당 사실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 ‘buti****’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5일 ‘김만복에 대해 말하자면’이라는 글을 통해 “김만복은 국정원 내부인사 출신으로 그저 참여정부 국정원장에 불과한 사람”이라며 “정체성에 따라 당을 찾아간 것일 뿐”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에게 중책을 맡겨준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을 져버린 사람”이라며 “자신의 입신을 위해 아주 더러운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 전 원장은 새누리당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회로 입당을 신청한 것이 아닌 서울시당으로 팩스를 통해 입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시당 사무처는 ‘통상 절차’에 따라 탈당여부를 확인한 바, 탈당전력이 없어 입당 처리했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당적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전형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