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억 돈 잔치? FA시장 구조적 모순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5.12.07 10:01  수정 2015.12.07 16:00

박재상 원소속팀 SK와 낮은 액수에 FA 계약

두산 고영민은 자칫 FA 미아될 위기에 처해

박재상(오른쪽)은 우여곡절 끝에 SK와 계약했지만 고영민은 여전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연합뉴스

KBO리그 FA 시장이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반면, 제대로 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속출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미친 듯 폭등하는 몸값 속에 8~90억원 등 일반인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계약이 이뤄진다. 하지만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세간의 무관심 속에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같은 공간, 같은 세계 위에서 활약하는 동료들이다.

2015 FA 시장은 선수 영입과 이적에 약 717억원이 들어간 역대 최고의 돈잔치였다. NC 박석민(4년 96억), 한화 정우람(4년 84억) 등은 이번 FA시장이 배출한 최고의 수혜자들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같은 FA임에도 차가운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외야수 박재상과 내야수 고영민이 그 주인공이다.

일단 타구단 협상서 소득을 얻지 못했던 박재상은 원 소속팀 SK와 2년(1+1년) 총액 5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2익수’로 이름을 날렸던 고영민은 여전히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계약자로는 두산 김현수와 오재원도 있지만 이들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김현수는 이미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고, 최소한 국내에 잔류하더라도 사상 최초의 FA 100억원 돌파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오재원은 4주 기초군사교육을 받는 중이라 협상이 불가능했을 뿐 FA시장에 나오면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대어다.

반면 고영민은 그야말로 프로 구단들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FA 미아가 될 위기에 놓였다. 박재상 역시 우여곡절 끝에 친정팀으로 돌아왔지만 계약 규모는 당초 원소속팀 협상 때 제시받은 금액보다 현저히 낮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도장을 찍은 셈이다.

고영민은 6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원소속팀 SK-두산을 포함한 10개 구단과 모두 협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시장에서 이미 이들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지라 좋은 대우는 기대하기 힘들다. 소속팀에 돌아가더라도 헐값에 계약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선택이 되어버렸다. 최악의 경우, 아예 한 시즌을 소속팀 없이 날리거나 은퇴로 내몰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원소속팀 두산의 입장이다. 두산은 김현수와 오재원의 거취에 더 주력해야하는 상황이다. 두산은 이미 고영민이 FA를 선언하던 시점부터 전력 외 선수로 분류한 지 오래다.

고영민이 처한 현실은 거품 논란에 휩싸인 국내 FA시장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 두 선수는 이 정도로 시장의 외면을 받을 만큼 가치가 없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와 FA 보상규정에 따른 제약이 고영민 같은 베테랑 FA들에게는 오히려 족쇄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FA시장이 성적 좋은 극소수 대어들만 엄청난 혜택을 독점하는 기형적 FA시장이 아니라, 준척급이나 베테랑 등 모든 선수들이 자유롭게 이적의 통로가 열리는 개방적 FA시장을 만들어야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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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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