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신태용 감독이 황희찬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요르단전에서 감지된 위기는 기우에 불과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꺼내든 신태용 감독의 족집게 용병술이 결국 자신과 팀을 모두 살려냈다.
신태용 감독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7일 오전(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알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전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류승우, 권창훈, 문창진의 연속골로 3-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결승에 오른 한국은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전만해도 양 팀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오일머니로 무장한 홈팀 카타르는 1992 바르셀로나 이후 24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8강전까지 11골, 네 경기 전승으로 파죽지세의 흐름을 보여 온 카타르였다. 또한 카타르는 경기 시작 전부터 홈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을 업고, 한국과의 준결승전을 통해 올림픽 진출을 확정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한국은 카타르전을 앞두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가 감지됐다. 8강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경기력이 좋지 못했고, 오히려 오심에 힘입어 졸전 끝에 가까스로 4강에 합류했다. 특히 역대전적에서 5무 1패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카타르와의 대결은 부담이 클 만도 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서 신태용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그동안 4-4-2 전술을 주로 채택해왔던 신 감독은 이날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스리백 전술을 꺼내 들었다. 국가대표 임시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14년 9월 우루과이와의 친선전에서 재미를 봤던 스리백 카드를 올림픽 대표팀에서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국은 전반 내내 이어진 카타르의 공세에 몇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시작부터 홈팀 카타르가 강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수비에 치중한 신태용 감독의 선택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공세에도 전반 무득점으로 기운을 뺀 카타르는 후반 시작 3분 만에 류승우에게 선제골을 얻어 맞으며 흔들렸다. 공격에 치중한 나머지 수비 뒷공간을 느슨하게 둔 것이 화근이었다. 선제골을 넣자 경기의 흐름은 한국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요르단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주전 공격수 황희찬을 무리하게 투입시키지 않고 후반 조커로 투입 시킨 것도 신의 한수였다.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황희찬은 후반 33분 투입돼 10분 만에 권창훈의 역전골에 다리를 놓는 패스를 연결하며 진가를 드러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폭발적인 드리블로 수비수 3명을 따돌리며 문창진의 쐐기골을 도왔다. 문창진을 조커로 투입한 신태용 감독의 용병술 역시 멋지게 적중하며, 한국의 8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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