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교실' 또 기다리라고? 신입생은 어쩌라고!
재학생 학부모들, 교육청 '방관' 지적…교육청 "중재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신학기가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4·16 기억교실' 존치 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간 사태 해결을 차분히 기다려온 재학생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 “교실을 재학생들에게 돌려달라”고 호소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 이르렀지만, 경기도교육청은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4·16 가족협의회 등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명예졸업식을 거부하고 기억교실을 그대로 보존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명예졸업식 때까지 기억교실을 존치하자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하고 있어 문제 해결 실마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재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경기도교육청이 이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는 이 교육감의 사퇴까지 언급하고 있다. 실제 15일 재학생 학부모들은 '단원고등학교 교육가족 일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일부 유가족과 시민단체에서 10개 교실을 영구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재정 교육감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학부모들은 결국 16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16 단원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장의 출입문을 걸어 잠궈 행사를 무산시키고, 신입생들에게 '기억교실을 학교의 주인인 재학생들에게 돌려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나눠주기도 했다.
당장 2주 뒤 학기 시작을 앞둔 단원고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재학생들의 수업공간이 부족한 사태를 맞을 수 있는데도 교육청이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단원고 관계자는 17일 '데일리안'에 "지금 모든 사람이 걱정을 하고 있는데 (교육청으로부터) 특별히 연락 온 것은 없다"며 "새 학기가 시작되고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다른 학교 학생들처럼 똑같이 교육활동을 할 수 있게끔 나라에서건 교육청에서건 여건만 마련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 1월 12일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명예졸업식을 거부한 이후 상황에 대해 "가족협의회는 협의회대로, 재학생 학부모님들은 학부모님들대로 교육청과 소통한 일은 몇 번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지금까지 전개를 보면 특별히 진전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재학생 학부모들과 단원고 측의 이 같은 우려에도 교육청 측은 "기다려달라"는 답변만을 내놨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억교실) 존치를 한다, 안 한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논의된 게 없다"며 "교육청 입장에서는 중재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생각만큼 잘 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저희는 계속 협의 중에 있고, 가족협의회와 재학생 학부모와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서로 간에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부 재학생 학부모들이 교육청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기억교실을 다 빼는 것을 원하고 계신데 아무래도 진전되는 게 없다보니 그렇게 말씀하실 거라고 생각이 든다"며 "그렇지만 교육청은 가족들과 학부모 측이 원만히 (협의)할 수 있도록 소통의 통로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고 답했다.
한편, 단원고 학부모회는 17일 오후 7시 단원고에서 긴급 학부모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부모총회는 재학생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1·2학년 재학생 학부모는 물론 신입생 학부모들도 참석 대상에 포함됐다. 총회 참석 학부모들은 기억교실 문제 등 현재 단원고를 둘러싼 사안들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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