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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해방군사령관'이 여전히 무고한 4.3 희생자라고?


입력 2016.03.07 09:40 수정 2016.03.07 09:54        목용재 기자

폭력투쟁 선봉자 등 불량 4.3위패 정리 안돼

공원 측 "지난해 일부 정리" 생존자 이름도...

제주4.3평화공원 4.3희생자 위령제단과 위패 봉안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948년 벌어진 제주4.3사건 당시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의 '인민해방군사령관'으로서 각종 폭력투쟁에 앞섰던 김의봉이 여전히 제주4.3 '희생자'로 둔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에 의해 '불량 희생자 위패'로 지목된 김의봉의 위패는 '자진철거' 형식으로 위패봉안소에서 빠졌지만 제주4.3평화공원 홈페이지에서는 김의봉(북제주군 조천면 와흘리)이 여전히 무고한 '희생자'로 검색되고 있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제주 4.3희생자'란 제주4·3사건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 후유장애가 남은 사람 또는 수형자를 의미한다. 4.3사건이 벌어지는 기간 동안 남로당 무장폭도세력과 정부의 군·경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여전히 정리 안 되는 불량 4.3위패들

하지만 4.3희생자로 선정돼 봉안소에 모셔진 위패 가운데 상당수는 살해 및 납치 등 폭동 사태를 이끈 주요 인물로 파악되고 있다.

김의봉의 경우 와흘리 청년회 단장으로 마을에서 신임을 쌓고 광복 이후 와흘리장과 인민위원장을 겸하고 제주 4.3사건 당시에는 인민 유격대원들을 통솔하는 인민해방군사령관으로 각종 폭력투쟁의 선봉에 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4.3평화공원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김의봉이라는 희생자가 있었는데, 지난해 가족들이 동의를 해서 철거했다"면서 "민감한 부분인데, 김의봉을 포함한 두 케이스가 작년 유가족의 동의를 통해 봉안소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2월 26일 기준, 제주4.3평화공원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위패봉안소에서 빠진 김의봉이 무고한 '희생자'로 검색되고 있다.제주4.3평화공원 홈페이지 캡처

남로당 제주도당 인민해방군 참모장 김완식(북제주군 조천면 북촌리)도 여전히 위패봉안소와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표석 구역에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김완식은 제주 4.3사건 당시 입산, 남로당 제주도당 인민해방군 참모장 역할을 했으며, ‘관음사 전투’를 지휘하다 산에서 자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아있는 생존자의 위패가 4.3평화공원 위패봉안소에 안치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선교 현대사포럼 대표에 따르면 현재 생존자 4명(북한 2명, 일본 1명, 제주도 1명)의 위패가 봉안소에 안치돼 있다. 무고한 희생자들을 낸 폭도의 수뇌부와 멀쩡히 생존해 있는 인사들의 위패가 봉안소에 안치돼 있어 당초 희생자 선정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본보에 "북한에 생존해 있는 사람은 이산가족상봉 당시 미디어에 노출돼 생존이 확인됐고 제주도에 생존해 있는 사람은 육군 대령 출신으로 위패가 들어가 있다"면서 "그동안 희생자로 선정된 인사들을 한명, 한명 따져본 결과 많은 불량위패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기 위패봉안소는 4.3사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추모공간으로 4.3사건으로 인한 희생자 1만4121명의 위패가 봉안돼 있었다. 제주4.3평화공원 측에 따르면 현재 봉안소 위패는 1만4097위로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 제주4.3평화공원 관계자는 본보에 "60여년이 흐른 진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하나, 둘 정도 잘못 정리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재 제주4.3정립연구 유족회에서 50에서 60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엉뚱한 주장이고 이 가운데 4명 내지 5명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4.3평화공원 전체를 두고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희생자 이름도 '오류' 4.3평화공원

아울러 4.3평화공원 측은 4.3사건 희생자의 이름조차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4.3 사건으로 희생된 여성을 형상화한 제주4.3평화공원 내 대표적인 조형물인 '변병생 모녀상-비설'의 주인공을 잘못된 이름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변병생 모녀상'으로 안내되고 있는 제주4.3평화공원 내 대표적인 조형물. 실제 '변병생 모녀상'의 주인공 이름은 희생자 변병옥 씨다. ⓒ데일리안

'변병생 모녀상'으로 알려져있는 제주4.3평화공원 내 대표적인 조형물인 '비설'.ⓒ데일리안

평화공원 안내에 따르면 '비설'은 1949년 1월 6일 변병생(당시 25세)과 그의 딸(2세)이 거친오름 북동쪽 지역에서 피신도중 희생된 상황을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후일 행인에 의해 눈더미 속에서 이 모녀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모녀상은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두 생명의 넋을 달래고자 설치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4.3사건 당시 희생자 명단에는 '변경생'(제주읍 도련리)이라는 비슷한 이름의 희생자만 있을뿐, '변병생'이라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평화공원 관계자는 본보에 "조형물 작가가 취재를 통해서 만든 작품인데 실제 본명은 변병옥이다. 같이 희생된 딸의 이름은 강영자"라면서 "변병생이라는 희생자는 없다. 원래 (당시) 여자 이름이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아는데, 작가가 증언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잘못 기재가 된 것이다. 변병옥으로 수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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