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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새누리당 최고위에는 무슨일이 있었나...


입력 2016.03.26 10:17 수정 2016.03.26 10:19        장수연 기자

20대 총선 등록 마감일 새누리 온종일 어수선

김무성 당사 복귀 → 소집 → 회의 릴레이 → 대타협

새누리당이 김무성 대표의 공천 날인 거부와 무공천 선언으로 공천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 최고위원등이 25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최고위원회의 소집요구서를 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 20대 총선 등록 마감일인 25일 새누리당은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직인을 찍지 않겠다는 김무성 대표와 보류된 5개 지역의 공천안을 추인하려는 친박계의 '옥새 파동' 때문이다. 이날 오전 8시께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로 입장하는 최고위원들의 얼굴에는 공천장 직인의 행방을 찾겠다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전날 김 대표가 등록 마감일인 25일까지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에 두고 원유철 원내대표는 "(대표가 국회로 오지 않는다면) 당사에 가서라도 최고위를 열어야 된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서청원·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과 황진하 사무총장,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를 개최해 김 대표가 최고위를 거부할 경우 권한대행을 통해서라도 공천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단은 김 대표에게 오전 10시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줄 것을 요구했다. 원 원내대표는 "당이 비상사태고 총선을 앞둔 시급한 현안을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조속히 당 복귀해 최고위 소집하고 공관위 결정사항과 총선과 관련된 여러 사항을 처리해줄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했다. 또 서청원 최고위원은 "만약에 당대표가 (최고위 소집을) 거부하거나 기피한다면 당헌에 따라서 원내대표가 합법적으로 사회 볼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회의에서 김 대표의 부재를 ‘유고(有故: 특별한 사정이나 사고가 있음)’ 상황으로 해석, 원 원내대표가 김 대표의 권한을 대행해 최고위를 소집해 6개 지역구 공천안을 의결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고위가 공천안을 의결해도 김 대표가 ‘대표 직인’을 찍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시각 국회 1층 기자회견장에서는 김 대표의 옥새투쟁으로 누구보다 애가 탄 '진박 5인'이 김 대표의 최고위 복귀와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후보등록 마감시한인 이날 오후 6시까지 공천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선거 출마는 백지화되기 때문이다. 정종섭(대구 동구갑), 추경호(대구 달성군), 유재길(서울 은평을), 유영하(서울 송파을) 등 무공천 지역구의 예비후보들은 김 대표의 무공천 결정이 "당원과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심각하고 중대한 헌법 위반 사항"이라며 "당 대표는 당의 분열 을 조장하는 작금의 사태를 대승적으로 결단하고 최고위에 돌아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특히 유영하 후보는 원조 친박으로 분류됨에도 눈에 띄게 성토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 공관위의 단수추천지역 5곳에 대한 공천 의결을 거부하며 이른바 '옥새투쟁'을 선언하고 부산으로 떠났던 김무성 대표가 25일 오전 부산에서 상경해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 서청원, 이인제 최고위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예서 예정된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5곳의 지역구 공천 의결을 거부하고 옥새투쟁에 돌입했던 김무성 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상경해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 하지만 부산에서 상경한 김무성 대표는 국회가 아닌 당사를 찾았다. 최고위원들이 국회로 돌아와 최고위를 소집할 것을 요구하긴 했지만, 이번만은 본인의 결정을 굽히지 않을 것이란 김 대표의 강한 의지 때문에 취재진들은 당사에 더 몰려 있었다. 착잡한 표정으로 당사 1층으로 입장한 김 대표는 "당헌당규를 수호하는 차원에서 당규에 심히 위배되는 것을 의결하지 않겠다"며 "청와대와의 관계에 대해 보도가 많이 나오는데 청와대 운운하는 것에 대해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고 입장을 거듭 재확인했다. 마지막 순간 몇 곳의 지역구를 타협할 가능성이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선 "현재로선 입장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지 1시간이 채 안돼 최고위 소집이 공지됐다. 최고위를 열지 않겠다던 김 대표가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약속됐던 오전 10께 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속속 당사 대표 최고위원실로 향했다. 그들은 회의 직전까지도 김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관위에서 결정했던 후보들의 공천 확정을 요구했다. 서 최고위원은 "당에서 공식적으로 추천했는데 안되면 후보자들이 가만히 있겠냐"면서 "나중에 법적인 책임 모두 당 대표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 역시 "공천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렵사리 열린 최고위는 예상대로 장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였다. 점심시간 즈음해 회의장 안으로 초밥, 햄버거 등의 음식물이 들어가자 밖에서 대기하던 취재진들 사이에선 '김 대표가 직인을 찍지 않으려고 6시까지 회의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같은 시각 당사 1층에서는 친김무성계와 비김무성계가 모여 시위에 나섰다. 이른바 김무성 대표의 '5개 지역구(서울 은평을·송파을, 대구 동갑·동을, 달성군) 무공천'을 지지하는 김 대표의 팬클럽 '김사모(김무성을 사랑하는 모임)'와 반대하는 어버이연합 등 4개의 단체(교학연·자유민학부모연합·한겨레청년단)가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후 4시께 회의장의 문이 열렸다. 결과는 유승민·이재오 의원의 생존, 그리고 이재만 예비후보의 탈락이었다. 당은 우선 유승민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대구 동구을에는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당 지역이 최고위의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후보자 등록 마감이 마무리(이날 오후 6시)이 되기 때문이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의 정치 도전이 무산된 것이다. 이재오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은평을에에도 공천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유재길 전 은평미래연대 대표도 20대 총선 출마 권한을 잃어버렸다. 이밖에 송파을 지역에 출마를 원한 유영하 전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의 공천도 전격 무효화 됐다.

다만 '진박 핵심' 정종섭 전 행정안전부 장관(동구갑)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달성군) 등의 공천은 이날 회의에서 확정됐다. 결국 김 대표는 이번에도 30시간을 채 넘기지 않은 채 뽑았던 칼을 도로 집어넣었다. 또 절충한 것이다. 김 대표로서는 비박계 최대 핵심 인물인 유 의원과 이 의원을 유지시키고, 친박계로는 대구 지역을 수성하면서 ‘진박’을 살렸다. 서로 취할 것은 취했지만, 역으로 서로 잃을 것도 잃었다. 친박계는 지지율 추락까지 감내하며 목표로 삼은 유 의원을 결국 남기게 됐고, 김 대표는 또 양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출마한 이재만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잠겨있는 최고위원회의 출입문을 두드리며 무공천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3. 비판은 그리 멀리 내다볼 필요도 없이 코 앞에 닥쳐 있었다. 무공천 지역으로 의결돼 결국 출마길이 봉쇄된 후보자들의 반발이 이어진 것이다. 이 전 구청장은 최고위가 대구 동구을 선거구에 대한 무공천을 확정한 직후 당사 대표실로 달려왔다. 하지만 김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전원이 회의장을 빠져 나간 뒤라 만날 수 없었다. 이 전 구청장은 당 대표실로 들어가는 출구를 경비에 가로막힌 채 한참 동안 얼이 빠져 문고리만 부여잡고 있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너무 분하다"며 "저를 지지한 너무 많은 유권자, 저 하나만 믿고 함께온 선거운동원 식구들, 제 가족 모두가 여기에 분노할 것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정의가 뭔지 밝히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같은 처지에 놓인 유재길 후보도 당사를 찾아 항의하려 했으나 최고위원들이 모두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김 대표에게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 후보 측 관계자는 본보에 "국민의 피선거권이 원천봉쇄 돼버린 것이다. 할 수 있는 법적, 정치적 조치는 다 취하려고 한다"며 "이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미리 당 대표가 문제제기를 해서 24~25일이 되기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해서 후보자 출마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어야 했는데, 결국 무소속으로 나갈 길도 없고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나갈 길도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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