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난 연예인에 낄랑 말랑…그저 청자일 뿐”

김명신 기자

입력 2016.05.05 06:40  수정 2016.05.05 06:46

토크쇼 '톡투유' 1주년 간담회서 소감

대중과 소통하며 '소통전도사'로 인기

톡투유 김제동은 서울 상암동 모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기억에 남은 사연과 더불어 1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JTBC

“민주주의가 별거입니까. 대중들에게 마이크를 주는 것이 민주주의죠.”

소통과 불통, 진행자와 청자, 그리고 방청객과 방화객. 방송인 김제동은 이 세 가지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이미 한물간 ‘힐링’이 아닌, ‘소통’과 ‘공감’과 ‘동정’을 강조하며 ‘톡투유’가 왜 대중들에게 주목을 받는 지 의미를 부여했다.

설특집 파일럿에서 정규로 자리 잡은 JTBC ‘김제동의 톡투유’가 어느 덧 1주년을 맞았다. 김제동과 이민수 PD는 서울 상암동 모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기억에 남은 사연과 더불어 1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김제동은 “첫 방송을 앞두고 가진 간담회에서 ‘재미 하나 만큼은 자신 한다’고 말했었다. 그랬다. 1주년이 되기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재미’였다. 나홀로 단독으로 나선 토크쇼였다면 재미있다고 자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였기에 가능한 ‘재미’였고 그 믿음은 적중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톡투유’의 경우,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큰 호응을 얻으며 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제동의 톡투유’지만 실상은 객석의 이야기가 있고, 그들의 사연에 공감하는 ‘대중의 톡투유’로 자리 잡으면서 국민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제동에게 반감이 있던 대중들도 ‘톡투유’에 몰입하는 이유 역시 김제동의 이야기가 아닌, 대중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제동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물어보는 프로그램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 현장은 오히려 내가 힐링이 되는 곳이다”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MC교체가 되도 앞으로 100년은 가능할 프로그램”이라며 “출연료를 받는 것이 오히려 미안하다”는 너스레까지 떨었다.

톡투유 김제동은 서울 상암동 모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기억에 남은 사연과 더불어 1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JTBC

"‘톡투유’ 인기 비결은 침묵마저 편집하지 않는 ‘편집’"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민주주의가 별거인가. 사람들에게 마이크 주는 게 민주주의다. 결국 대중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김제동은 ‘톡투유’의 성공 비결에 대해 “나는 연예인 범주에 낄랑 말랑한 사람이다. 나의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진행자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로 잘 되겠나 싶었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듣고 그들의 이야기는 분명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 제작진과 청중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꼽았다.

그는 이어 “이렇게 토크쇼를 꾸려나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안함이 있었지만 대중과 소통하는 컨셉트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굳이 내가 끼어들지 않더라도 재미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청중은 확신이 서면 공감대가 커지고 그렇게 방청객이 아닌 방화객이 되고, 나는 진행자가 아닌 청자가 된다. 그 자체로서의 의미가 있고 재미가 있다”고 피력했다.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의 역할이 일방적이 아닌, 상호적으로 되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러면서 생기는 감정의 정화들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어설픈 충고나 꼰대질이 아닌 배우고 가르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는 공감이 바로 ‘톡투유’의 진정성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톡투유’의 가장 큰 매력은 침묵이고, 가장 어려운 점 역시 그 침묵을 편집하는 것이었다. PD는 “‘톡투유’의 현장과 방송 사이에서 가장 힘든 점은 ‘침묵’이었다. 말이 없는 토크쇼는 불가능하고 3초 이상의 침묵은 방송사고 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말없음이 수없이 많고 그 말없음을 덜어내야 하나 담아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한다. 하지만 ‘톡투유’는 들어주고 같이 느끼는 그 찰나의 순간이 있어야 했고, 그렇게 ‘침묵’을 편집하다 보니 방송의 방향이 보였다”고 전했다.

김제동 역시 “제작진에게 너무 고마운 점이 바로 그런 ‘침묵’을 덜어내지 않고 그대로 내준다는 점이다. 내가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침묵 뒤에 진짜 말이 나온다. 15초, 20초 말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이내 사람들은 웃고 그러다 ‘실은요...’라고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 이후 이야기들이 진짜 이야기고, 그런 의미에서 ‘침묵’ 역시 진짜 이야기다”라고 덧붙였다.

톡투유 김제동은 서울 상암동 모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기억에 남은 사연과 더불어 1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JTBC

김제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언급하고 자신의 정치관을 피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그에게 반감을 가지기도 하고, 옹호하기도 한다. 때문에 ‘톡투유’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양분화 돼 있다. 그러나 대중들의 이야기와 마음을 소통하는 점에서 만큼은 입을 모아 호평일색이다.

김제동은 “현재의 사회를 보면, 특히 정치와 관련한 이야기를 함에 있어 방어적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과거 조선시대에도 풍자나 유머를 통해 세상에 비꼬기도 했고 비판하기도 했다”면서 “일제 식민지 초기부터 나타난 방어적 증상이 지금에도 있다는 건 분명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톡투유’에서의 자신의 위치는 전적으로 ‘청자’라고 칭했다. 대중들의 이야기들을 자신이나 제작진이 막는 건 ‘월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제동은 “막히면 역류한다. 불통은 역류의 시대인 거 같다. ‘법(法이)’은 물 수와 갈 거가 만난 한자다. 물은 흐르는 대로 두면 간다는 해석을 담고 있다. 상대의 이야기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치 않고, 비난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게 소통이다. 공감을 얻고 그러면서 입장이 동일해지는, 그것이 ‘동정’이 아닐까.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공감과 동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톡투유’는 앞으로도 갈 것이다.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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