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국가 중 마지막, 이탈리아도 ‘동성결혼 합법’
일부 권리 제한돼 비판있지만 시민들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이탈리아에서 동성 간 결합이 합법화 되면서 서유럽 국가에서는 동성 결혼이 불가능한 곳이 없게 됐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하원이 11일(현지시각) 동성 커플에게 합법적 권한을 보장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69표, 반대 193표로 가결됐다. 앞서 이탈리아 상원은 지난 2월 25일 같은 법안을 찬성 173표, 반대 71표로 통과시켰다.
이번 표결 이후 하원의원들은 장시간 박수를 치며 동성 결혼 합법화를 축하했고, 이탈리아 시민들은 로마의 트레비 분수 앞에서 무지개색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2001년에 네덜란드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면서 벨기에, 스페인,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다. 하지만 가톨릭을 국교로 삼고 있는 이탈리아는 보수적인 가족제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합법화가 통과되면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정권 초기에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이번 법안 통과로 인해 이탈리아의 동성 커플은 앞으로 서로의 이름을 따서 쓸 수 있고 배우자의 남은 연금을 물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입양이나 혼인에 따른 권리가 일부 제한돼 인권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양자 입양 조항’ 등은 중도우파당과 교회에 가로막혀 법제화되지 못했다.
이에 한 의원은 “이탈리아는 항상 가족 문제에 관해 뒤져있다”고 지적했고, 이에 시아라 사라세토 교수는 “전통적으로 교회에 반감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이탈리아 사람들은 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며 시민 의식을 따라가지 못한 반쪽짜리 합법화를 비판했다.
일부 권리가 제한되었음에도 동성애자 인권단체들은 이번 이탈리아 하원의 결정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동성애자 인권단체 회장 프랑코 그릴리니는 “바티칸에 의해 세워져 있던 인권장벽이 무너진 셈이다. 지금은 역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바티칸은 사회 문제들에 상당히 자유주의적 입장을 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동성 결혼에서는 여전히 반대의 뜻을 밝힌 상태다.
한편, 이번 이탈리아 하원의 결정에 유럽인권재판소의 압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지난해 7월 이탈리아에서 동성 커플이 공식적으로 가족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유럽 인권보호조약 제8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통상적으로 통과된 법안이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는 한 달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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