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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허술한 '특별수사'


입력 2016.06.05 04:50 수정 2016.06.05 12:53        이한철 기자

영남제분 청부 살인사건 모티브 화제

심각한 메시지 대신 '경쾌한 전개' 초점

성동일과 김명민의 조합은 작품이 심각해질 때마다 청량제 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 NEW

적당히 재밌고, 적당히 통쾌하다. 하지만 두고두고 곱씹을 만큼 강력한 한 방이 있느냐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재벌 권력에 의한 섬뜩한 청부 살인사건과 누명을 쓴 사형수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작품이다.

그러나 스피디한 전개와 리얼한 액션, 그리고 요소요소마다 숨어 있는 유머 코드 덕분에 작품 전반에 경쾌한 리듬감이 흐른다. 적어도 지루해 몸을 비틀 일은 없을 만큼, 촘촘한 편집도 호평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 희대의 청부 살인사건이 지나치게 가벼운 터치로 그려진 점은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무거운 소재, 가벼운 접근 '상업적 선택?'

'특별수사'는 경찰도 검찰도 두 손 두 발 다 든 브로커 필재(김명민 분)가 사형수(김상호 분)로부터 의문의 편지를 받은 뒤, 세상을 뒤흔들었던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범죄 수사 영화다.

재벌 권력이 검찰과 경찰을 좌지우지하고 힘없는 시민에게 살인자의 누명을 씌우는 설정 등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공분을 산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내부자들'이나 '베테랑'과 현실 속에서도 왠지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 작품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더 강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특별수사'의 성격은 '베테랑'보다는 '탐정: 더 비기닝'에 가깝다. 실제로 진중한 분위기의 시나리오 초고와 달리 촬영 과정에서 조금 더 대중적인 작품으로 변화됐다. 원래 제목이 '감옥에서 온 편지'에서 '특별수사'로 바뀐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작품은 누명을 쓴 사형수보다 폭력경찰에서 변호사 사무장으로 변신한 필재와 변호사 김판수의 좌충우돌에 더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대해제철 사모님으로 대변되는 재벌 권력의 잔혹함, 그리고 거대한 권력 앞에 발가벗겨진 채 처절하게 나락으로 떨어진 사형수의 억울한 감정은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다.

문제는 다루는 사건의 무게감과 수사 과정에서의 가벼움이 문득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코믹한 설정에도 객석을 들썩이게 할 만큼 폭소가 터지진 않는다. 관객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모호한 상황에 놓여 방황하는 느낌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이 주는 극적 반전이나 통쾌한 한 방이 주는 사이다 같은 청량감이다. 사건의 전개나 권력이 꾸미는 음모가 지나치게 단편적인 탓에 그만큼 긴장감도 떨어졌다.

김상호는 사형수로 열연을 펼치지만, 좀처럼 작품의 중심으로 부각되진 못한다. ⓒ NEW

그럼에도 놓치기 아까운 이유 '배우 그리고 배우'

그러나 배우들의 조합은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강한 끌림이 있다. 배우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며 기대에 부응한다.

카리스마를 내려놓은 대신 친근하고 화끈한 성격의 옆집 아저씨로 돌아온 김명민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그간 볼 수 없었던 생생한 생활 액션 연기가 흥미롭다.

성동일과의 호흡도 기대 이상이다. '탐정: 더 비기닝'에서 권상우와 찰떡호흡을 맞춘 성동일은 전혀 다른 캐릭터인 김명민과도 절정의 호흡을 과시한다. 어느 조건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는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두 차례에 걸친 리얼한 목졸림 연기를 펼친 김상호에겐 '특별수사'가 필모그래피 가운데 관객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으로 기록될 만하다. 김향기의 한층 무르익은 연기도 반갑다.

악역 여사님으로 등장하는 김영애의 카리스마 연기는 이 작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소득이다. 큰 저택을 휘감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냉혹한 대사와 섬뜩한 표정으로 드러나는 강력한 카리스마는 45년 경력의 '대배우'의 품격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당초 5월 19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피해 개봉일을 한 차례 연기했다. 개봉 연기가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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