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 고친다고 섬마을 여교사가 안전해진다고?
<기고>매맞고 욕먹고 이젠 성폭행까지 교권 추락의 끝
반인륜적 비교육적 범죄행위 막으려면 교권 지켜줘야
'국민가수' 이미자의 노래를 영화화해 1967년에 김기덕 감독은 '섬마을 선생'을 만들었다.
서울에서 의대를 휴학하고 내려온 총각 교사와 섬 처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록 시대가 변해도 섬에는 사랑과 정(情)이 있고 인심이 있다. 그러기에 최근 신안의 섬마을에서 발생한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의 여교사 성폭행사건은 더욱 국민적 충격을 주고있다.
물론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의 잘못이지, 애꿎은 지역주민의 탓은 결코 아니다. 이번 사건이 교육계는 물론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를 가르치고 안면도 있는 선생님을 보호하기는커녕 범죄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남역 묻지 마 살인’ ‘수락산 등산로 살인’ 사건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는 하는 가운데 벌어진 사건이라 사회적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은 “아무리 스승존경 풍토가 약해되고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 해도 이 지경까지 되었단 말인가?”라며 개탄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 여교사는 물론 선량한 지역주민은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학생과 다른 선생님들은 수업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반인륜적 범죄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수업권과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심대한 교권사건이다.
교권은 교사의 교육할 권리이자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러나 최근 교권추락의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지난 해 말 발생한 경기도 지역 고교생들의 기간제 교사에 대한 욕설, 폭행 동영상 사건, 수업 중에 ‘조용히 좀 하라’는 말에 격분한 학생이 의자를 집어던져 교사가 다치고 결국 퇴직한 사건, 친구들과 싸우는 것을 말리던 58세 여교사를 초등학생이 폭행한 사건, 담배를 뺏긴 중학생이 교감선생님을 폭행한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교육부의 교권침해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총 2만 6111건으로 한해 평균 5222건이 넘는다. 따라서 이번 사건과 유사한 범죄 예방과 학교가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도서벽지 지역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근무여건 등 애환과 교사 배치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지원과 바람직한 인사배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요즘 대부분의 교사들은 도서벽지 근무를 기피한다.
이는 열악한 생활여건뿐 아니라, 도서벽지 수당이라 해야 월 6만원에서 3만원에 불과하고, 도시지역 가산점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굳이 도서지역을 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도서벽지 지역 기피 현상으로 초등교사 임용시험 미달사태가 발생되고 수도권이나 도시지역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농산어촌 교육을 위해 교사 확보와 배치가 가장 우선 정책 순위가 돼야한다. “도서벽지 학교는 업무량이 많고 거주 환경도 매우 안 좋아 자발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대로는 신규 교사가 마지못해 근무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섬마을 교사의 고백을 정책당국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어떻게 학교를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것을 가장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학생과 선생님이 같이 지내는 학교 공간은 무엇보다 안전해야 한다. 아쉬운 점은 범죄 발생장소가 관사라고 해서 관사 안전대책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이 일어난 관사에는 CCTV나 경비인력 등 범죄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등 낙도와 오지 교사들이 근무하기에는 많은 안전상 문제점이 노출됐다. 학교 개방성이 도시보다 높아 관사만 아니라 학교 어느 곳에서든 범죄가 발생될 개연성이 크다. 통합관사화, CCTV 설치는 물론 경찰 등 치안 강화도 요구된다.
셋째, 학부모 및 지역주민과 교원간 바람직한 관계 및 문화 형성과 교·사대 교육과정과 현직교사 연수를 통한 성범죄 대응 역량 강화 방안도 필요하다. 학생교육과 학교발전을 위해 학부모와 지역사회와 교사간 좋은 관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근무 시간외에 저녁식사나 술자리로 인해 크고 작은 오해나 불상사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자제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또 점차 여교사가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해 교·사대 교육과정과 현직교사 연수를 통한 성범죄 대응 역량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넷째, 피해 여교사에 대한 법률적·심리적 지원과 2차, 3차 피해 재발방지책이 요구된다. 언론 보도와 인터넷, SNS 등을 통해 피해 교사나 사건과 관련 없는 여타 교사에 대한 험담이나 신상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마지막으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유기적 협력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남도교육청이 교육 중 발생한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건 발생 2주가 지나서야 교육부에 보고한 바 있다.
올해 8월 4일 시행되는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에는 학교장은 보고의무를 명시화한 반면, 교육청 등 상급기관의 보고의무는 빠져있다. 이번 사건처럼 학교가 신속히 교육청에 보고해도 교육청이 교육부에 알리지 않으면 교육부는 알 수 없는 구조다. 교육부는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비판을 받고 부랴부랴 대책을 만드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 따라서 '교육계 안팎의 큰 논란이 예상되고, 교육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경우'는 반드시 교육부에 알려 국가 차원의 대응이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교권 추락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반인륜적․비교육적 범죄행위다. 따라서 58만 교육자들은 교육부 및 시․도교육감들이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엄정한 의지를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매 맞고 욕설 듣고 흉악한 범죄의 대상이 되는 선생님이 신명나게 교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