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반대, 중국인도 일본인도 이스라엘인도 비웃는다
<칼럼>성주, 나보다 나라 생각하라는 선비의 고장 맞나
지금 대한민국은 사드 배치 아닌 핵대비 토의해야 할때
상대방의 탄도미사일을 고(高)고도에서 요격하여 파괴하는 사드(THAAD) 요격미사일을 경북 성주지역에 배치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점입가경의 행태가 노출되고 있다. 사드 배치 장소의 군민들은 현장을 방문한 총리에게 계란을 투척했고, 총리와 국방장관이 떠나지 못하도록 막았으며, 촛불집회도 벌리고 있다. 주말에는 광화문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성주군에서는 상경하여 일인시위를 한다고 한다. 정말 전자파가 유해하다는 이유만으로 이와 같이 시위하는 것인가?
국가안보에 관한 사안임에도 정치권에서도 여야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야당은 너무나 익숙한 모습으로 정부만을 비판한다. 본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부의 의사결정 및 대응 과정을 둘러싸고 잡히는 꼬투리만 물고 늘어진다. 오로지 현 정부의 실패 부각, 그들의 집권 가능성, 자기 당세 확장, 자신의 차후 당선에 이 사안이 어떻게 작용할 지에만 관심이 있다. 누구도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우리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걱정하지 않는다. 안보가 정쟁의 대상이 된지 오래이고, 그들 간의 어떤 쟁점보다 덜 중요해진 지도 한참 되었다.
이러는 사이에 일부인사들을 새로운 루머와 정부비판을 확산시키고 있고, 시위를 부추겨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자 획책하고 있다. 언론도 진실 여부를 거르는 역할은 포기한 채 이들의 언행을 충실하게 전달하기에 바쁘다. 사회 지도층 인사나 지식인들은 언제나처럼 냉소적으로 방관하면서 유체이탈식 화법을 구사한다. 정말, 이래도 되는가?
우리 내부의 문제점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스스로에게 침을 뱉는 일이라 그만두고자 한다. 대신 외부의 시각에서 우리를 한번 바라보고자 한다. 그 동안 우리끼리 서로의 주장에 사로잡혀 외부의 시각에서 객관화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수출과 한류로 쌓아온 국가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것 같은 우려도 있다. 과연,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면 우리를 어떻게 볼까?
외국인들이 본다면?
외국인들이 첫 번째로 궁금해 할 것은 “왜 반대하지?”일 것이다. 북한은 10개 이상의 핵무기를 개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탄도미사일에 탑재하여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경량화’하는 데 성공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한 탄도미사일, 즉 ‘핵미사일’로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이를 방어하기 위한 무기인 사드의 배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난 6월 22일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을 1400km 이상의 고고도로 발사하여 400km 거리의 표적을 타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것은 패트리어트(PAC-3)로는 요격할 수 없고, 사드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사드는 너무나 중요한 방어수단인데, 그것을 배치하는 것을 반대한다? 외국인 같으면 당장이라도 구매하여 배치하라고 정부를 채근했을텐데, 주한미군이 자신의 사드를 배치하여 방어해 주겠다는 것을 한국 국민들이 반대한다는 것을 외국인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중국이 반대하는 것을 정부가 강행하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반대한다고 대답할 것인가? 미군 것이라서 반대한다고 대답할 것인가? 외국인들은 재차 물을 것이다. 한국은 자주독립국 아니냐고. 국방정책도 중국에게 물어보고 결정하느냐고, 한미동맹이 필요없는 것이냐고. 아마 우리 국민 중 누구도 이와 같이 질문하는 외국인들에게 당당하게 답변하지는 못할 것이다.
두 번째 외국인들이 궁금해 할 사항은 “성주군민들이 왜 저렇게 격렬한 시위를 하지?”일 것이다.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는 과학이라서 따져보면 금방 밝혀질 사항이기 때문이다. 사드 레이더 전파자의 경우 국방부는 100미터만 떨어지면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전자파 전문가들도 텔레비전에서 전자파가 그렇게 유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전자파의 유해범위가 500미터나 되는 그린파인 레이더의 전자파를 기자들이 방문하여 측정한 결과 30미터 앞에서 허용치의 4.4%에 불과하다고 보도한 바도 있다.
일본에서 배치된 동일한 X-밴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거의 무시할 수준이라는 자료도 있다. 곧 기자들이 괌(Guam)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를 확인하여 보고할 것이다. 성주군민들이 이러한 과학적 자료보다 일부 인사들의 의혹을 더욱 신뢰하는 것을 보면 외국인들은 물을 것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자료의 어떤 요소가 실제와 다른 지를 과학적으로 제기하면 되지 않느냐고. 시위를 하면 전자파가 무해해지고, 시위를 하지 않으면 전자파가 유해해지느냐고.
성주군민들은 외국인들에게 시위하는 분위기라서 시위한다고 대답할 것인가? 지역에 대한 더욱 큰 지원을 바라서 시위한다고 할 것인가? 일부 반정부 인사들에게 영향을 받아서 시위한다고 할 것인가? 성주군민 중에서 왜 시위하는 지를 당당하게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08년 그렇게 처절하게 시위했던 광우병에 관한 모든 사항이 루머로 들어난 전력이 갖고 있는 우리다. 이제 또 그와 유사한 사례를 반복하려는가? 외국인들은 우리의 지성을 어느 정도로 평가할까?
더욱 실감나게 나라로 구분하여 외국인들이 현재 한국에서 사드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를 한번 유추해보자.
미국 국민들이라면?
미국은 한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고, 2만 8500명의 군대를 한국에 배치하여 동맹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결의와 태세를 과시하고 있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개념 하에 만약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비핵 및 핵무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에게 응징보복을 하겠다고 언명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에게는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이 지상과제이다. 그렇게 되면 핵무기로 위협하면서 한국을 공격하여 적화통일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7일 만에 남한을 석권하겠다는 “7일 전쟁계획”을 수립하여 훈련까지 실시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주둔을 지속하기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는 그들의 안전, 군대용어로 생존성(survivability)이다. 미군은 물론이고, 모든 군대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이나 무수단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여 공격할 경우 아무런 방어책이 없다면 주한미군이 어떻게 한국에 주둔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미군은 북한이 핵실험을 시작하자마자 패트리어트(PAC-3) 요격미사일을 배치하였고, 노동미사일이나 무수단 미사일을 고고도로 발사할 경우 그것이 방어할 수 없다고 판단하자 사드의 배치를 추진한 것이다.
그런데 동맹국인 한국은 주한미군을 보호해줄 수 있는 별도의 방안도 없으면서 사드의 배치를 2년 이상 지체시켰다. 동맹국 군대인 주한미군의 안위는 전혀 걱정하지 않은 채 중국이 미국을 향하여 발사하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요격할까봐 걱정하고, 미군이 구매해둔 것을 한국으로 재배치하는 사안인데도 마치 미국이 한국에게 비용을 요구할 것으로 추측하였다. 자신들이 규정에 근거하여 인체에 유해하지 않도록 만들었고, 괌에 배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을 마치 살인무기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우리가 미국 국민이라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중국 국민들이라면?
중국은 한국과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무역거래도 활발하며, 대규모 중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고, 한류의 열풍에 빠져 있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서 북한을 덜 지원하고 있고, 유엔의 경제제재에도 협조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이고, 통일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지원을 획득하고자 노력해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도 우리와 동일하게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국가이다. 남한과도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좋지만, 북한도 버릴 수 없다. 비록 순수한 방어무기이고, 그들의 ICBM을 요격할 수도 없으며, 레이더의 탐지 범위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는 것보다는 배치되지 않는 것이 편안한 것은 분명하다. 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불안하다는 사정은 알지만, 그것은 한국의 사정이지 중국이 걱정할 바가 아니다.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끝내지 않으려니까 북한에게 불리한 사드 배치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섭섭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중국에게는 굳이 한반도 사
드 배치를 환영해줄 이유가 없다.
자신들이 국익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에 중국 국민들은 한국도 당연히 위와 같은 중국입장보다는 한국의 국익, 즉 북핵에 대한 자신의 방어를 우선시할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예상과 달리 중국의 입장을 더욱 존중하는 데 매우 놀랐을 것이다. 사드 배치 반대의 이유를 제대로 제시하지도 않았음에도 한국 내에서 다수의 중국 대변자들이 자청하여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주었고, 2년 이상 논란을 벌여오는 데 대하여 감사하면서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1636년부터 1984년까지 청나라가 조선과 맺은 군신관계 및 사대주의의 영향력이 이와 같이 강하게 남아있다면서 흐뭇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조금만 더 고집을 부리면 미국과의 동맹도 파기시킬 것으로 기대하지 않을까? 한국을 우습게 보지 않을까?
일본 국민들이라면?
일본은 한국과 동일하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북한이 노동미사일과 무수단 미사일을 사용하면 일본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자마자 탄도미사일 방어(BMD: Ballistic Missile Defense)에 나섰고,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서 비행하자 미국과 함께 최적의 탄도미사일 청사진을 연구하였으며, 2003년 이를 확정하여 그 동안 상당한 노력과 예산을 투자하여 체계적인 BMD를 구축해왔다(한국에서는 MD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세계적으로는 BMD라고 한다).
일본은 다층방어에 의하여 BMD를 구축하고 있는데, 하층방어로 패트리어트(PAC-3) 17개 포대를 주요 도시마다 배치해두었고, 탄도미사일 요격 가능한 SM-3 해상요격미사일이 구비된 이지스함을 4척 운영하고 있다(이를 8척까지 증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즉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일본은 SM-3로 해상에서 제일 먼저 요격하고, 실패하면 지상의 PAC-3로 요격함으로써 2회의 요격기회를 갖는다는 개념이다. 이것도 불안하여 일본은 사드나 지상용 SM-3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추가로 배치함으로써 3번으로 요격기회를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평시부터 미국과 함께 BMD 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SM-3의 사거리와 성능을 더욱 개량한 SM-3 Block II를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입장에서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드 배치 논란을 보면 놀랄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동맹관계라면서 미국과의 협력없이 BMD를 추진한다는데 놀랐을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억제 및 승리를 위하여 한미연합사령부까지 보유하고 있으면서 가장 심각한 위협인 핵미사일 대응에 대해서는 미국과 협조하지 않는다?
사드에 의한 중국의 ICBM 요격이나 중국 군사활동 탐지를 걱정해주는 것을 물론이고, 중국에 의한 경제압력까지 우려하는 데도 놀랐을 것이다. 2006년 일본이 미국의 X-밴드 레이더를 배치할 때도 중국이 반대하였지만, 일본은 일언 지하에 무시하였고, 이후부터 중국은 일본의 BMD에 대해서는 제대로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를 주저하지 않음에도 중국의 대일본 무역규모는 홍콩, 미국에 이어 3위이다.
일본 국민들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전자파와 그를 빌미로 한 시위에 대해서는 너무나 놀랐을 것이다. 왜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고, 과학자들이 검증하도록 하지 않을까? 왜 주민들은 시위부터 하고볼까? 그리고 마음 속으로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을 식민지로 지배했던 기억과 한말에 갈갈이 분열되었던 조선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까? 35년 동안에 겪은 조선인들도 그랬었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유사한 상황이 오면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 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스라엘과 스위스의 국민들이라면?
미국, 중국, 일본 이외에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한국을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이스라엘과 스위스의 국민들은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라크가 핵발전소를 건설해 나가자 1981년 세계의 이목을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이를 폭격하여 파괴시켜 버렸다. 시리아가 비밀리에 건설하고 있었던 핵발전소도 2007년 동일하게 파괴시켜 버렸다. 지금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징후가 있을 경우 폭격하겠다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자시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음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 1994년 영변 핵발전소를 파괴시키자는 계획을 한국 국민들이 반대하였다고 말하면, 이들은 너무나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주변 국가들이 언젠가는 핵미사일을 만들어 공격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오래전부터 BMD를 구축해왔다. 이스라엘은 사드와 유사한 위력을 가지는 애로우(Arrow)라는 요격미사일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2000년부터 배치한 다음에 지속적으로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고, 패트리어트(PAC-3)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하여 2회의 요격을 보장하고 있다. 이것도 불안하여 이스라엘은 데이비즈 슬링(David's Sling)이라는 이름으로 애로우와 패트리어트 사이에서 한번 더 요격하도록 계획하여 금년부터 배치해 나가고 있고, 로켓탄이나 포탄까지 요격할 수 있는 아이언 돔(Iron Dome)도 개발하여 배치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총력을 기울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고자 노력해야할 상황인 것 같은데, 미군이 배치해주겠다는 사드를 반대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남한의 1/4이 조금 넘는 국토에 그와 같은 수많은 무기를 배치하고 있는 이스라엘로서 한국이 전자파 피해가 두려워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사드의 5배가 넘은 유해범위를 가진 그린파인 레이더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이스라엘 아닌가?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고, 어느 국가도 그들을 공격하겠다고 말하지 않지만, 국민개병제를 유지하고 있고, 대규모 민방위대를 조직해 두고 있다. 스위스는 1990년 대에 이미 국민의 100%가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였고, 대표적인 공공대피소인 소넨베르그 터널은 2만명을 동시에 수용하여 2주간을 견딜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으며, 각 가정별로도 유사시를 대비한 대피소와 필요한 장비들을 준비해두고 있다. 한국 서초동의 트라움 하우스라는 빌라는 이 스위스의 기준을 적용하여 대피소를 만들었다고 한다.
스위스 국민들의 입장에서 북핵 위협에 대한 한국의 무심함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드와 같은 방어무기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러한 논란을 어떻게 생각할까? 스위스 국민들이 한국에 왔다면 당장 대피소가 어디 있는지부터 찾을 것이다.
우리가 외국인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 객관성은 가질 필요는 있다. 우리 내부의 갈등에 지나치게 함몰될 것이 아니라 세계의 보편적 기준으로 우리를 보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사드 배치가 아닌 핵대비 토의
현 상황에서 우리가 자문해야할 질문은 사드 배치에 관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한다면 나와 내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가?”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모르겠으나 불안하다면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답답한 이야기지만, 현재 상태에서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한다면 한국은 이로부터 국민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나 자신, 내 가족, 내 후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국론을 결집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가야 한다.
정부부터 북핵 대응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국민들이 안심할만한 대응전략을 수립하여 보고해야 한다. 태세가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하고,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하여 보강해야 한다. 청와대 조직은 물론이고, 국방부, 국가정보원, 외교부, 국민안전처 등도 업무의 우선순위와 조직도 북핵 대응 측면에서 전면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관련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여의치 않을 상황에 대비하여 필요한 조치를 식별하여 구현해 나가야 한다.
정치인, 예를 들면 국회의원들의 대오각성과 변신이 필요하다.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그 어려운 국회의원에 도전하여 성공하였다면, 현재의 언행이 국가를 위한 일인지 아니면 자신의 영달만을 위한 것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상당수는 그들이 당리당략에 함몰되어 있고,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국가안보도 희생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전에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두고 당에 따라 의견을 달리했던 과거 역사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권분립’을 명분으로 국회의 권한을 주장 및 행사하고자 한다면, 국정에 관한 3분의 1의 권리에 수반되는 3분의 1의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무조건 정부만을 비판하고, 오히려 국민들의 갈등을 조장해서는 곤란하다.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사실 여부를 따져서 보도했는지 아니면 일부 인사가 제기한 루머를 전달하는데 급급했는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결정하지 않으면 무책임하다고, 결정하면 졸속 결정이라고 어떻게든 비판할 꼬투리를 잡고자 노력하지 않았는지? 정부가 공개하지 않으면 불통이라고 하고, 공개하면 국가기밀을 노출시켰다면서 결국은 모든 것을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가지 않았는지? 일부 인사가 의도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지는 않았는지? 특종이라는 유혹에 국익을 너무나 쉽게 포기하지 않았는지? 작은 글재주로 표시나지 않게 오히려 의혹과 불신을 키워오지 않았는지?
그러나 반성과 분발이 가장 필요한 국민들의 집단은 지식인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과학적 평가로 정확한 사실을 규정해주면 루머가 발생할 수 없을 것인데, 그들은 계속 방관과 3자적 관점만 지속한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광우병, 천안함 폭침 원인과 같이 명백히 과학적인 사실에 대해서도 그들은 수수방관함으로써 루머가 나라를 휩쓸도록 하였다. 사드의 전자파도 너무나 명백한 과학적 사항이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과학자들은 소수이다.
오히려 어떤 지식인들은 일부 인사들의 루머를 추종하거나 퍼트리고 있는 것 같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처럼 나라를 바로 이끌어야할 집단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필요하다면 국민들에게 듣기 싫은 말도 해야할 것이다.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도 주(周)나라의 고사리를 먹을 수밖에 없었듯이, 아무리 고고한 지식인이라고 국가라는 공동체에 의존하여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배운 지식으로라도 그 공동체에 보답해야하는 것 아닌가?
>질문과 부탁
아직도 나라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인사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까지 주장한 의혹 중에서 한 가지라도 맞은 것이 있는가? 도대체 왜 이러는가? 정말 스스로가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여러분 주변의 몇몇이 아닌 다수의 국민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가? 광우병 사태나 천안함 폭침 때 본 재미를 재현하고자 하는가? 여러분들의 자식과 손자들에게 지금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일을 자랑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가? 사진을 찍고 앨범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여러분과 여러분들의 자식과 손자를 지킬 수 있는 복안을 갖고 있는가?
성주군민들에게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필자도 고향이 그 근처라서 성주에 배치된다는 결정을 들었을 때 기뻤습니다. 우리 고향도 보호될 것이고, 우리 일가친척도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면서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내 고향에서는 언제나 나보다는 가정, 가정보다는 동네, 동네보다는 지역, 지역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하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성주군민들은 당연히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주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기대와 너무나 달라서 실망이 큽니다. 자초지종도 듣기 전에 반대하고, 아주 오랫동안 시위해온 사람들처럼 익숙하게 시위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 낯설었습니다. 정말 전자파가 유해해서 시위하나요, 아니면 지역적 이익을 더 챙기기 위해서 시위하나요? 후자라면 법도에 맞는 건가요? 성주의 서당에서 여러분들을 가르치시던 어르신들이 보시면 호통을 치지 않을까요? 제발 양반의 고을, 성주를 되돌려 주세요.
성주가 반대한다기에 나는 아직도 형수와 내 일가친척이 살고 있는 고향의 군수에게 전화할 생각까지 하였다. 대신 배치를 자청해달라고. 레이더는 절대로 유해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의 핵미사일로 지역주민들이 보호받을 것이라고. 북핵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되어 투자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조금 지나 북핵 위협이 더욱 심각해지면 서로가 사드를 배치해달라고 할 것이라고.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hrpark55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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