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배터리 부담없이 초고해상도 AR·VR 구현 가능성 제시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3.29 12:00  수정 2026.03.29 12:02

GIST와 재구성형 공진 반사 픽셀 구현

1만6900 PPI 초고해상도 가능성 입증

차세대 AR·VR 디스플레이 기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해상도는 높이고, 전력은 거의 쓰지 않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이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색을 유지할 때 전력을 거의 쓰지 않으면서 픽셀 하나가 스스로 색을 바꿔 다양한 색을 표현하는 ‘모노픽셀(monopixel)’ 구조를 구현했다. 배터리 부담 없이 더 선명한 AR·VR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전기및전자공학부 송영민 교수 연구팀이 광주과학기술원(GIST) 정현호 교수팀과 함께 전기를 이용해 색이 변하는 물질을 활용해 적은 전력으로 색을 구현하는 새로운 모노픽셀 기술인 재구성가능한 저전력 반사형 모노픽셀(r-GT)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디스플레이는 더 선명한 화면을 만들기 위해 픽셀을 점점 작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픽셀이 작아질수록 전력 소모가 커지고, 빛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AR·VR 기기처럼 눈 가까이에서 보는 디스플레이는 아주 작은 픽셀과 낮은 전력을 동시에 만족해야 해 구현이 어려운 기술로 꼽힌다.


연구팀이 개발한 r-GT 픽셀은 전기를 가하면 색이 바뀌고 한 번 바뀐 색은 전기를 끄고도 일정 시간 유지된다. 즉, 색을 바꿀 때만 전력을 쓰고, 유지할 때는 거의 전력이 필요 없는 구조다.


기술의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전기를 가하면 성질이 변하는 전도성 고분자 폴리아닐린이다. 이 물질은 1볼트(V) 이하의 낮은 전압에서도 반응하며 빛의 성질이 변하면서 색이 달라진다.


빛의 굴절률은 쉽게 말해 빛이 물질을 통과할 때 얼마나 꺾이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이 값이 변하면 우리가 보는 색도 함께 변하게 된다.


여기에 빛을 여러 번 반사시켜 특정 색을 더 강하게 만드는 공진 구조(resonator)를 결합했다. 이 구조는 작은 변화도 크게 증폭해 적은 전력으로도 선명한 색 표현이 가능하도록 한다.


그 결과 초저전력으로도 220°이상의 넓은 색상 변화를 구현했다. 쉽게 말하면, 1cm²기준 약 0.00009W 수준의 매우 적은 전력만으로도 색상환(360°)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범위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모노픽셀 구조다. 기존 디스플레이는 하나의 픽셀을 빨강(R)·초록(G)·파랑(B)으로 나눠 색을 만들지만 모노픽셀은 픽셀 하나 전체가 스스로 색을 바꾸며 다양한 색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픽셀을 나누지 않기 때문에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픽셀을 구현할 수 있어 해상도가 높아지고, 빛 손실이 줄어 더 선명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또 PANI는 전압을 제거한 뒤에도 색 상태를 일정 시간 유지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 덕분에 색을 바꿀 때만 전력을 사용하고, 색을 유지할 때는 거의 전력이 필요 없는 메모리-인-픽셀 디스플레이 구현 가능성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기술을 통해 색을 넓은 범위(220.6°)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으며 픽셀 크기도 1.5마이크로미터(μm) 수준까지 줄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최대 약 1만6900 PPI에 달하는 눈으로 픽셀을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초고해상도를 의미한다.


또 단일 픽셀 구조만으로도 표준 색 영역(sRGB)의 약 절반 수준(48.1%)의 색을 표현할 수 있었으며 재료 조합을 다양화할 경우 약 70% 수준(69.9%)까지 더 풍부한 색 표현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5×5 모노픽셀 배열을 제작해 성능을 검증했다.


이때 색을 바꾸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매우 작은 수준(2.31 mJ)으로, 일반 LED 대비 최대 5.8배 이상 적은 전력으로도 색을 구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이 구조는 외부 빛을 반사해 화면을 표현하는 반사형 디스플레이로, 주변 조명이 강할수록 오히려 더 잘 보이는 장점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전기화학 소재와 광 공진 구조를 결합해 초저전력으로 풀컬러 구현이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다.


향후 AR·VR용 초고해상도 근접형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웨어러블 기기, 야외 정보 표시 장치, 전자종이 등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색을 유지하는 동안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어 지속 가능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디스플레이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송영민 교수는 “이번 기술은 전기를 아주 조금만 사용해도 색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며 “앞으로 디스플레이 구동 방식과 결합하면, 더 선명하고 전력 소모가 적은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물론 다양한 광학 기술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은 석사박사통합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 송영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라이트: 사이언스 앤드 애플리케이션스’(Light: Science & Applications, IF 23.4)에 지난달 28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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