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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 "'운빨'로 '응답 저주' 풀었다고요?"


입력 2016.07.22 07:06 수정 2016.07.24 08:23        부수정 기자

'운빨로맨스'서 제수호 역 맡아 지상파 첫 주연

"황정음 선배 배려 덕에 로맨스 연기 잘 마쳐"

배우 류준열은 최근 종영한 MBC '운빨로맨스'에서 제수호로 분해 로맨스 연기에 도전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응답 저주'를 풀었다고요? 누가요? 제가요? 고맙습니다. 하하."

류준열(29)의 가능성은 최근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한 MBC '운빨로맨스'가 남긴 유일한 수확이었다. 드라마는 류준열과 황정음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진부한 캐릭터와 헐거운 이야기로 혹평받았다.

5월 23일 첫 방송에서 10.3%(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은 하향 곡선을 그리다 지난 14일 마지막회에서 6.4%라는 자체 최저치를 기록했다.

드라마는 흥행에 실패했으나 류준열이라는 배우는 건졌다. 류준열은 '응답 시리즈' 배우들이 차기작에서 대중의 응답을 받지 못한다는 '응답의 저주'를 완벽하게 깨진 못했지만 존재감은 알렸다.

드라마 종영 후 영화 촬영 차 지방으로 내려간 류준열은 인터뷰를 위해 하루 짬을 냈다. 21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응답의 저주'와는 상관없이 '응팔'은 내게 소중한 작품"이라며 "'운빨로맨스'를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작품을 끝낸 소회를 밝혔다.

배우 류준열은 최근 종영한 MBC '운빨로맨스'를 통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류준열은 요즘 순간순간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고, 밝은 기운이 넘쳐났다. 제수호로 분해 심보늬(황정음)와 애틋한 사랑을 펼친 덕분인 것 같았다.

극 중 제수호는 수식과 과학에 빠져 사는 공대 남자로, 미신을 맹신하는 보늬와 얽히고설키면서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사랑으로 행복한 결말을 이뤄낸다.

류준열은 "수호는 자기 생각에만 몰두하고,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하는 친구"라며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딱딱한 수호가 보늬를 만나 따뜻하게 변했다"고 웃었다.

"수호는 표현에 거침없고,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남자예요. 수호 안에 제 모습도 조금은 있는 것 같아요. 수호가 돼서 애교도 부리고, 연인한테 살갑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상대 역 황정음에 대해선 "많은 작품을 성공시킨 선배이자, 어마어마한 배우"라며 "로코 연기 조언도 해주시는 등 선배의 배려를 받고 촬영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키스신도 몇 차례 찍었다. 황정음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베테랑답게 후배를 잘 이끌었단다. "스킨십 장면이라 긴장도 될 법한데 선배가 편하게 해줬죠. 서로 친해서 시간에 쫓기거나 긴장하면서 찍지 않았어요. 정음 선배랑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어떻게 하면 보늬와 수호가 더 예뻐 보일까 고민했죠."

MBC '운빨로맨스'를 마친 류준열은 "요즘엔 순간순간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응팔' 덕선이와 '운빨' 보늬 중에 어떤 스타일이 좋으냐는 짓궂은 질문에는 "둘 다 매력이 있다"고 현명한 답변을 내놨다. "덕선이는 가족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보늬는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매력적이죠. 제 이상형은 정해 놓지 않았어요(웃음)."

수호는 유년시절 상처를 받아 타인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류준열의 청소년기는 어땠을까. "전 까불까불한 학생이었어요. 친구들이랑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활동적인 친구였습니다. 나름 모범생이었죠. 학교에 꼭 가고 선생님 무서워할 줄도 알고, 일탈도 안 했고요."

류준열은 사범대를 목표로 재수하다가 돌연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틀었다. 2014년 단편영화 '미드나잇 썬'으로 데뷔했고, 2015년 '소셜 포비아'로 장편 영화에 얼굴을 내밀어 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같은 해 행운의 작품인 tvN '응답하라 1988'을 만나 잭팟을 터뜨렸다.

올해는 '운빨로맨스'를 비롯해 '로봇, 소리', '섬 사라진 사람들', '양치기들', '계춘할망'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내 선택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는 그는 "일단 하기로 마음 먹었고, 일이 즐겁다.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올해 이렇게 많은 작품에 참여한지 몰랐네요. 비중 상관없이 사람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좋아하는 제작진, 출연지과 함께해서 영광이고요."

류준열은 도전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했다. 다만 연기, 직업에선 '도전'이라는 표현을 안 쓴다고. "연기에선 '어떤 것을 깨겠다', '몇만 관객을 동원하겠다' 등이 도전인 것 같은데 저는 무엇을 해내겠다는 것보다는 한 걸음씩 걷고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작품을 한둘씩 만나는 과정에 있습니다."

MBC '운빨로맨스'를 마친 류준열은 "10년 후 어려운 이웃들을 살피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그는 작품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돼요. 사람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순간도 있더라고요. 첫인상과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죠. 제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요."

10년 후 류준열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10년 후에도 이러고 있겠죠"라고 웃었다. "미리 내다볼 순 없어요. 사실 한 시간 전에 한 얘기도 뒤돌아서면 후회가 되고, 내가 한 얘기가 아닌 것 같거든요. 하하.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환경보호 일은 작은 것에서부터 하고 있습니다."

류준열은 조인성 정우성과 함께한 '더 킹' 촬영을 마쳤다. 극 중 태수(조인성)의 고향 친구를 맡았다. "TV로만 보던 스타를 직접 만났는데 기분이 묘했습니다. 인성 선배는 하이틴 스타잖아요. 선배들과 작품, 삶 등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많은 걸 배웠습니다."

촬영에 한창인 영화 '택시운전사'에서는 송강호와 호흡한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영화다. 그는 "한국 대표 배우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송강호 선배의 노력, 사소한 부분, 그리고 숨 쉬는 순간조차 배우려고 한다"고 했다.

바쁜 그에게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느냐고 물었다. "일 복이 터졌죠? 하하. 술은 잘 안 먹어요. 술, 담배는 저랑 잘 안 맞더라고요. 아시다 시피 축구광이라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배우 류준열은 최근 종영한 MBC '운빨로맨스'에서 제수호 역을 맡아 황정음과 호흡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롤모델은 오랫동안 활동한 선배들이란다. 긴 시간 사랑받고, 사람들이 찾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류준열은 '운빠로맨스'를 찍는 내내 연애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 서로를 알아가다 사귀고, 정을 나눈 다음 이별하는 게 연애잖아요. 새로운 스태프와 배우들과 만나서 헤어지는 과정이 연애한 것 같더라고요."

수호를 보내면서 하고 싶은 말은 "고생했다고 격려해주고 싶다"며 "다른 모습으로 또 만날 것 같아서 작별인사하기 싫다"고 툴툴 거렸다.

류준열은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로 꼽힌다. 전형적인 미남형은 아니지만 화면 속 그를 보면 매력이 넘쳐 잘생겨 보인다. "외모에 신경 쓰는 편은 아니에요. 외모보다 매력이 중요합니다. 외모에 신경 쓸 바에 책을 더 보고, 마음가짐과 심성을 잘 갈고 닦을 겁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서!"

극 중 수호는 반바지를 입고 매끈한 다리를 뽐냈다. 여자들조차 부러워할 날씬한 다리는 어떻게 관리한 걸까.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운동을 즐긴 덕분에 건강해 보인 듯합니다. 스타일리스트가 제 체형의 특징을 잘 살려 수호 패션을 완성했습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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