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걸어온 슈틸리케호가 발견한 작은 돌부리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09.06 10:57  수정 2016.09.06 10:59

약체들과의 승리 행진 등 순항하다 중국전에서 철렁

초반 성공 도취돼 매너리즘 빠질 위기 피하는 계기

[한국 시리아]슈틸리케 감독 역시 완벽한 인물은 아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중국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3-2승)이 끝난 직후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승리한 슈틸리케호는 경기의 70분을 지배하고도 막판 20분 동안의 연속 실점과 졸전으로 고개를 숙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승장 인터뷰 시간에도 일그러진 표정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다. 패한 중국은 오히려 희망을 발견했다며 기세등등했다. 일본이 홈 1차전에서 UAE에 덜미를 잡힌 것도 월드컵 최종예선이 결코 만만한 무대가 아님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

한국 축구는 여전히 아시아 강호고, 중국에 비해서도 한 수 위라는 것을 입증하기는 했지만, 그 격차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작은 방심과 실수로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렇듯 중국전은 그동안 ‘꽃길’에만 익숙했던 슈틸리케호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슈틸리케호는 2014년 출범 이후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아대회 우승, 월드컵 2차예선 무실점 전승, 2015년 FIFA 가맹국 최고 승률과 최소실점에 이르기까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행보였다. 하지만 지난 6월 유럽 원정에서 스페인에 당한 대패는 한국축구에 여전히 세계무대와의 격차가 있음을 깨우쳐준 시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몇 가지 의문을 낳게 했다. 석현준 제외와 20인 엔트리를 둘러싼 논란은 항상 최상의 전력을 가동해 A매치에 나서야할 대표팀 감독의 자세로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지동원의 중국전 원톱 발탁처럼 여전히 슈틸리케 감독의 안목이 성공을 거둔 장면도 있었지만, 유럽파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매끄럽지 못한 선수교체 타이밍, 수비조직력 불안 등은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과 용병술에 대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불안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들도 많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축구와 인연을 맺은 지난 2년 동안 성실한 자세와 합리적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부임 이후 호성적과 찬사만이 이어지면서 별다른 위기를 겪지 않았던 것이 최종예선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트리 논란에서 보듯 선수선발의 기준이나 원칙 등에서 종종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가 나오고, 자신을 향한 비판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슈틸리케 감독은 초기의 성공에 지나치게 도취되어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중국전 이후 그동안 찬사 일색이었던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과 용병술을 바라보는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지난 월드컵 예선 당시 조광래호나 최강희호 역시 초창기에는 놀라운 승률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대표팀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감독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에 오르면서 연이은 파행을 초래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완벽한 인물은 아니다. 어떤 감독이라도 항상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지혜는 얻을 수 있다. 잘나갈 때가 가장 조심할 때라는 진리를, 슈틸리케 감독이 역대 대표팀 감독들의 실패 사례를 보고 교훈으로 여겨야 할 대목이다.

한편, 한국은 중국전 승리 이후 6일 말레이시아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시리아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48위. 시리아는 최종예선 같은 조에 속한 중국, 시리아, 카타르, 이란, 우즈베키스탄 중 랭킹이 가장 낮은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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