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 터지는 ‘침대축구’ 제지할 장치 없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9.07 07:29  수정 2016.09.07 14:08
침대축구의 진수를 선보인 시리아의 알메흐 골키퍼. ⓒ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가 이번에도 ‘침대 축구’에 분통을 터뜨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6일(이하 한국시각) 말레이시아 투안쿠 압둘라흐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시리아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1승 1무(승점 4)를 기록한 한국은 A조 2위를 유지했다. 9월 A매치를 마친 한국은 다음달 6일 카타르와 홈경기를 펼치고 11일에는 이란 원정을 떠난다.

무득점 무승부라는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지만 축구팬들의 복장을 터지게 한 부분은 바로 시리아 선수들의 노골적인 ‘침대축구’였다.

내전으로 인해 안방에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시리아는 제3국으로 원정팀을 불러들이는 극한 상황에 놓여있다. 즉, 홈팀과 원정팀 모두 낯선 환경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한국과 같이 한 수 위의 팀을 만난다면 시리아가 들고 나올 카드는 빤하다. 바로 노골적인 ‘침대축구’다.

주연은 시리아의 골키퍼 이브라힘 알메흐였다. 알메흐 골키퍼는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작정한 듯 그라운드에 쓰러지기 일쑤였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지만, 그에게는 참을 수 없는 커다란 고통으로 다가왔다.

골키퍼가 침대축구를 선보인다면 그야말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필드 플레이어가 쓰러질 경우 주심은 상태에 따라 경기장 밖으로 나갈 것을 주문, 의료진을 부르곤 한다. 하지만 골키퍼는 포지션의 특성상 치료 시간을 그대로 허공에 날려 보낼 수밖에 없다. 규정의 허점을 이용한 악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슈틸리케 감독도 충분히 사전에 인지한 부분이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잔뜩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상대 침대축구에 힘들어 했다. 경기 전 미팅 때도 그 부분에 대해 주지시켰다. 하지만 심판진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어려움을 겪고 말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침대 축구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6분 밖에 추가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시리아와 같은 팀들이 침대축구를 펼치게 된다. 분명한 것은 AFC가 추후 대륙연맹을 월드컵에 나설지에 대해서 잘 생각해야 한다. AFC가 우리처럼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축구를 펼치는 팀을 대표로 원하는지 혹은 축구 발전에 저하하는 팀이 월드컵에 나서기를 원하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침대 축구’는 분명 축구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악질적인 전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 전략을 들고 나오는 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축구는 승리할 경우 승점 3을 가져가지만, 비겨도 1을 가져갈 수 있다. 따라서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팀은 강팀을 상대로 틀어 잠근 뒤 고의로 시간을 끄는 행위가 종종 펼쳐지곤 한다.

그렇다면 ‘안티 풋볼’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침대축구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먼저 침대축구를 펼치는 팀을 상대로 그야말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거나 선제골을 먼저 넣어 드러눕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론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실제로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역시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이란의 침대축구에 크게 고전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FIFA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FIFA의 뜻은 곧 대륙별 연맹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심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심판은 ‘침대 축구’를 억제할 수 있는 직접적 결정권자다. 특정 팀이 침대축구를 선언한다면 곧바로 의료진을 불러 경기장 밖으로 나가게 할 수 있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시간 역시 인저리 타임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인저리 타임에서도 시간을 끈다면, 인저리 타임의 인저리 타임을 적용하면 된다.

AFC나 FIFA에서도 사후 비디오 판독을 통해 거짓으로 드러누운 선수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해볼 수 있다. 물론 진짜 아픈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판별해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축구의 제도를 손보는 방법도 있다. 축구는 같은 시간제 스포츠인 농구와 달리 볼 데드 상황에서 시간이 멈추지 않는다. ‘침대 축구’가 시작된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반칙이나 부상 등으로 경기가 중단될 경우 시간도 함께 멈춘다면 볼썽사나운 침대 축구를 보지 않아도 된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