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해설가 출신이라는 경력에 맞지 않게 불행했던 노후 계속된 송사로 인한 이미지 손상과 경제적 빈곤 타격
야구해설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하일성 씨가 숨진채 발견돼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8일 경찰에 따르면 하 씨가 이날 오전 8시경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끈으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직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하 씨는 대학 졸업 후 체육 교사로 일하다가 1979년 동양방송 야구해설위원으로 방송계에 처음 입문했고,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에는 KBS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으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지금도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허구연 해설위원이 MBC의 간판이었다면 하 씨는 KBS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명실상부 80~90년대를 대표하는 프로야구 1세대 최고의 인기 해설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야구를 잘 모르는 팬들도 알아듣기 쉬운 친근한 표현, 기발한 위트가 넘치는 입담 등으로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며 야구 이외의 방송 예능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했다. “야구 몰라요”, “역으로 가네요”, “이번 공은 직구 아니면 변화구예요” 등은 지금도 회자되는 하일성 씨의 전설적인 유행어들이다.
하 씨는 지난 2002년 심근경색으로 생사의 위기를 넘기기도 했으나 건강 회복 이후로 다시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했다. 2006년에는 해설위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BO 사무총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한국 야구가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낸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준우승을 차지한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등에서 국가대표팀 단장을 맡으며 현장에서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하지만 말년은 그리 평탄하지 못했다.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2009년 이후 사기 혐의로 피소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11월에는 지인에게 3000만원을 빌린 뒤 변제를 미루다 사기 혐의로 피소돼 물의를 빚었다. 올해에도 입단 청탁 사기와 음주운전 방조 혐의에 휘말려 논란이 휩싸이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해설과 방송 출연을 병행했지만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다양한 데이터와 분석 기술이 발전하고, 현역 프로 선수와 지도자 경력을 거치며 전문성을 갖춘 후배 해설가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여전히 낡은 감과 입담에만 의존하는 하 씨의 해설은 시대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야구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하일성 씨는 과거 자서전에서 “어린 시절부터 돈 걱정을 해본 일이 없다”고 이야기할 만큼 부유한 삶을 살아왔다고 고백한바 있다. 선친으로부터 넉넉한 유산을 물려받았고, 야구해설가로 나선 이후로는 각종 방송출연과 강연 등으로 어마어마한 수입을 얻었다.
그러나 하 씨는 정작 말년에는 최근 계속된 송사로 인한 사회적 이미지 손상과 경제적 빈곤까지 겹쳐 생활고에 시달릴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벼랑 끝에서 몰린 하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파란만장했던 인생을 마감했다. 당대 최고의 스타 해설가이자 사무총장 출신이라는 경력에 맞지 않게 불행했던 그의 노후였다. 하 씨의 죽음은 야구계로서도 비극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