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근우-이용규? WBC 앞둔 한국야구의 어두운 현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입력 2016.09.17 08:19  수정 2016.09.17 10:22
10년 째 국가대표팀의 테이블 세터진은 정근우와 이용규의 차지가 될 공산이 크다. ⓒ 연합뉴스

얕은 저변에 10년 째 특정 선수에게만 의존
선배 선수들 밀어낼 젊은 견제 세력 보이지 않아


“몇 년 동안 결국 우완투수가 없었다.”

지난 5일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으로 선임된 김인식 감독이 가장 걱정이 많이 되는 포지션으로 언급한 선발진(우완)은 특급 투수가 부족한 한국야구의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LA다저스)을 필두로 김광현(SK), 양현종(KIA) 등 수준급 좌완 선발들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얕은 인력풀이라는 국내 프로야구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숙적 일본만 해도 2000년대 초반 등장한 괴물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필두로 각종 국제대회를 거치면서 다르빗슈 유, 이와쿠마 히사시, 오타니 쇼헤이 등 특급 투수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반면 한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1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류현진, 김광현 외에는 확실한 선발 투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는 비단 투수 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타선 역시도 좀처럼 새로운 얼굴이 등장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특히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진에는 한화의 1,2번 정근우와 이용규(이상 한화)가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까지 소화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에 있을 WBC에도 테이블 세터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어느 덧 30대 중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정근우와 이용규가 10년 째 국가대표팀 1,2번 타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칫 내년 WBC에서 한국은 참가국 가운데 유일하게 노장 축에 접어드는 테이블 세터진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도 정근우와 이용규를 밀어낼 견제 세력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도루왕 2연패가 유력한 박해민(삼성) 준족의 고종욱(넥센) 정도가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이들이 기라성 같은 선배 선수들을 제치고 최종엔트리에 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군다나 내년 WBC는 3년 전 본선 진출에 실패했던 3회 대회의 악몽을 떨쳐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굵직한 국재대회가 열릴 때마다 부름을 받고 있는 김인식 감독이 사실상 국가에 봉사하는 마지막 대회이기도 하다.

이미 추신수, 이대호 등 메어저리거들이 WBC 출전 의사를 밝혀오고 있는 가운데 내년 대회 때는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를 망라한 최고의 선수들이 모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들이 WBC 이후 2018년 아시안게임에 나선다는 장담은 없다. 특히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9년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 올림픽, 2021년 WBC까지 매년 국제대회가 개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표팀의 세대교체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선결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표팀의 자리는 실력이 최우선이 돼야한다. 무작정 경험을 쌓을 목적으로 대표팀에 발탁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09년 2회 WBC 대회 준우승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 못지않게 한국 프로야구의 얕은 저변과 현실도 이제는 진지하게 한 번 고민 해봐야 되는 시점이 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