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안키우고 잿밥 기웃 지자체장들 끝내...
박원순 미국행에 나경원 비판
남경필 연내 해외 강연 일정도 도마
19대 대선(2017년 12월 20일)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여야 잠룡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잠룡들이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하고 차기 주자로서의 행보에만 몰두하는 듯한 모습에 일각에선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의 잠룡들은 추석을 앞두고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슬슬 시동을 걸며 세력 확장에 힘 쓰고 있다. 여권에선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야권에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그 대상이다.
여권 잠룡들의 경우 강연정치를 펼치며 향후 본격적으로 치러질 정책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8일 오 전 시장은 인천경영포럼 주관으로 인천 라마다송도호텔에서 열린 자리에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복지관과 안보관을 설파하며 오랜만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전날(7일)엔 유 전 원내대표가 한림대학교를 찾아 '왜 정의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강연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당론과 반대되는 입장을 밝혔을 뿐더러 청년수당, 모병제, 자율형 사립고, 전기요금 등 최근 정치권 현안에 대한 언급을 해 눈길을 끌었다.
앞선 5일엔 남 지사가 모병제를 주제로 토크쇼에 참석해 몸집을 불렸고 김 전 대표는 9월부터 '격차해소 경제교실'을 진행하며 강연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여권 잠룡들이 출마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강연 등으로 눈치를 보며 보폭을 넓히고 있는 반면 야권의 잠룡들은 잇따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한 공개석상에서 "지난 번 대선 때는 내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가운데 정말 벼락치기로 대선에 임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권교체를 꼭 이루겠다라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한다"고 강조했고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이에 대해 "히든챔피언이 필요하다"고 반박하며 출마를 시사했다.
안 지사 역시 "동교동도 친노도, 친문도 비문도 뛰어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고 이 시장은 최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출마에 대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대선 레이스 합류를 선언했다.
박 시장은 7박 8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 중이다. 이번 순방은 '2016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2차 회의와 '서울시-샌프란시스코 자매결연' 4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기획됐지만 정가에선 박 시장의 대권 행보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은 이후 공식 팬클럽을 출범시키고 책도 낼 것으로 전해졌다.
너도나도 대선 레이스 나서면 시정·도정·국정은 누가 챙기나?
활발히 대권 행보를 펼치는 이들 중 문 전 대표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등 현역 신분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모두들 대권 행보를 한다고 나서면 시정은, 도정은, 국정은 누가 돌보는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생투어 등으로 국내를 돌거나 행사 가입 참석차 오랜 기간 외국으로 출장을 갔을 때 생기는 업무적 공백을 우려해서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7일 자신의 SNS에 "전국이 들썩들썩하니 소는 누가 키우나하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움직이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견제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발빠르게 목소리를 내는 중"이라고 포문을 연 나 의원은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 출마를 두고 현직 지자체장의 출마는 옳지 않다고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시장은 서울시장을 그만두고 대선출마를 하든지 아니면 시정에 전념해야할 것"이라며 "최근 그의 행보에 서울시민으로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이는 비단 야권 주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경기도 및 남 지사 측근 그룹에 따르면 남 지사는 올해 내에 중국 베이징대, 일본 도쿄대, 독일 베를린대, 미국 하버드·예일대 등에서 초청 강연을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자연스레 대선을 준비하는 남 지사의 전략적 방문이라는 해석이다.
아직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확정된다면 현역 도지사가 정치용 해외출장을 가는 것이 합당한 가를 두고 야권에서 만만치 않은 견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초부터 한 달 가까이 민생투어를 이유로 전국 곳곳을 누비고 그 사이엔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기까지 한 김 전 대표도 이 같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 전 대표를 두고 한 네티즌은 "김무성 의원님은 국회의원 아닌가요? 정치 행보를 이유로 국회를 이렇게나 비워둬도 되는 건가요? 비어버린 의정 활동은 누가 책임지나요"라고 비판을 해 다수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들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움직임 자체를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당사자가 선거와 관련된 행동이 아닌 직무와 관련된 활동이라고 선을 그어 버리면 특별히 반박할 내용이 마땅치 않다. 결국 개인의 윤리 의식에 기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다음 공직에 나가는 일 때문에 현재 공직에 의무를 소홀히하는 현상이 빈번하다"며 "이는 사회적, 국가적 책무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도하게 부각시키려고 하는 행위를 개인 스스로가 자제해야 한다"며 "개인의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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