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찾는다며 '도로민주당'된 더민주...변화는 글쎄?
추미애-김민석 "분열에 대한 공감대 커...통합 필요"
당밖에선 "당명 바꾸는 이미지 정치 '구태'"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원외 정당인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도로 민주당'이 됐다. 지난 2014년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면서 약칭 민주당을 포기한지 2년 6개월 만이다. 당내에선 민주당의 뿌리를 되찾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선거만 다가오면 당명을 바꾸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당의 통합 논의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추미애 더민주 대표를 예방했던 지난 9일 이전부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추 대표는 예방 온 김 대표에게 "제가 통합으로 민생 정권을 약속드리겠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는 가을 전어 역할로 당을 떠난 분들을 정성껏 모시겠다"며 "절차가 어떻든 간에 (김 대표가) 통합 의지에 공감을 하면서 마음을 먼저 합치겠다고 흔쾌히 말씀해준 반가운 자리다"라고 합당을 예견했다.
김 대표 또한 "추 대표와 저는 민주, 정치세력 분열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다양한 통합이 필요하지 않냐'는 말에 그런 원칙에 마음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취재진에 합당 절차나 형식보다 '정체성'이 중요하다며 적통(嫡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던 두 대표는 지난 18일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당을 창당한 신익회 선생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통합을 선언했다.
합당에 대해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뿌리를 찾아서 기쁘다"면서도 "이미지 정치는 그만 끝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 당 약칭이 '더민주'였지만 의원을 포함한 당직자 대부분 '민주당'으로 써온 것이 사실이다. 쉽게 말하면 식당을 예약하면서도 민주당이라고 했다. 언론에서만 더민주라고 불러준 셈이다"며 "여러 차례 당명을 바꿨지만 사실 통합이니 새정치니 하는 것들은 모두 이미지에 불과하다. 민주당과 합당했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더민주 재선 의원 또한 이 같은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당원이 1만 명이 채 안되는 민주당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세(勢)가 중요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씁쓸함을 보였다. 더민주와 합당한 민주당은 전국에 6개 시도당(서울, 대전, 경북, 광주, 전북, 전남)을 가지고 있으며 당원이 9000여 명인 미니정당으로 알려져 있다.
당내에선 긍정, 부정 평가가 섞여 나오지만, 당밖에선 '구태정치의 표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당명 개정을 시작으로 열린우리당(2003년), 대통합민주신당(2007년), 통합민주당(2008년), 새정치민주연합(2014년) 더불어민주당(2015년)을 거쳐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와 껍데기(이름)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건 없다는 평가다. 여기에 민주당의 정통성은 오히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상태다.
한편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선 합당 효과는 적을 거라는 전망이 다수다.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1명도 배출하지 못한 원외 정당일뿐더러 당원 수도 적기 때문이다.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더민주에게 합당이 큰 호재라고 보긴 어렵지만 대외적으로 민주당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게 됐으니 의미 있다"며 "국민의당이 창당하면서 호남 교두보가 많이 약해진 상황에서 민주당이라는 당명이 갖는 상징성이 있어 일단 플러스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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