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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도 마구잡이 증인채택…증인실명제는 언제?


입력 2016.09.20 16:55 수정 2016.09.20 16:56        고수정 기자

폭로·호통 ‘한탕주의’ 여전…수시간 대기 질문 0건 허다

새누리 '증인 채택 실명제' 야당 '출석 의무 강화' 주장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 시작일인 2015년 9월 10일 국회 상임위원회 복도에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국정감사를 대비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폭로·호통 ‘한탕주의’ 여전…수시간 대기 질문 0건 허다
새누리 '증인 채택 실명제' 야당 '출석 의무 강화' 주장


‘협치(協治)’와 ‘일하는 국회’를 다짐한 20대 국회가 구태를 재연하고 있는 모양새다. 오는 26일부터 약 3주간 진행되는 첫 국정감사가 행정부 견제라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기업감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인을 마구잡이로 호출해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는 물론 여야 정쟁의 들러리로 세우는 ‘갑질 국감’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감증인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19대 국회의 첫 국감이었던 2012년 당시에는 3699명의 증인이 채택됐다. 2014년에는 3761명, 2015년에는 4175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감대상 기관도 559개였던 2012년과 달리 2015년에는 712개로 대폭 증가했다.

올해도 여야 간의 증인채택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어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기관 증인이 확정된 상임위원회 중 규모가 큰 곳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로 397명, 보건복지위 316명,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312명, 법제사제사법위 310명이다. 이 밖의 상임위도 최소 10여 명에서 최대 200여 명의 기관 증인이 채택됐다.

국감의 취지는 국정 전반을 성역 없이 들여다보고 의혹을 규명하는, 정책이나 대안 제시를 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국감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본래 기능은 온 데 간 데 없고, 폭로위주의 감사에 집착, 이슈를 만들어 국회의원들의 얼굴 알리기 장으로 변한 탓이다. 또한 일부 증인 채택과 출석을 둘러싸고 국감 시작 전부터 기싸움을 하는 모습은 국민으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현재 여야는 대우조선해양·한진해운 사태, 차명 땅 보유 의혹 등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 일부 증인 채택과 출석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실무자를 호출해 현미경식 검증을 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대기업 총수나 기관장을 불러 군기잡기, 막말을 행하는 구태가 지속되고, 시간은 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인 수는 매번 증가하면서 질문도 받지 못하고 하루 종일 대기만 하다 돌아가는 증인들도 많아지면서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바른사회시민사회가 공개한 ‘19대 국회 국감, 일반증인 신문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국감에서 일반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한 증인 266명 중 질문을 단 한 건도 받지 못한 인원은 34명(12.8%)으로 집계됐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서도 18대 국회 국감에 출석한 증인 중 12%가 질문을 전혀 받지 못했고, 19대 국회 국감 증인 1인당 신문 시간은 16분에 불과했다. 일례로 지난해 국감에서 한 외국계 기업 대표가 해외 출장 중 증인 채택 통보를 받고 급히 귀국해 국감장에서 12시간 이상 대기했지만, 30초만 발언하고 퇴장했으며, 일부 상임위에서는 3분의 1에 가까운 피감기관이 단 한 번의 질의도 받지 못하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간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제계에서는 이번 국감부터 불필요한 증인에 대한 출석 요구를 최소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계는 18일 “최근 국정감사는 민간기업들이 주요 증인으로 부각되면서 정책감사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는 현안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명분으로 기업 및 민간단체 대표를 대거 일반증인으로 채택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영역인 기업인들을 증인, 참고인으로 소환할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의 주체인 국가기관이 정책 목표와 예산에 따라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했는지를 점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기업인에 대한 증인신청은 보다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판이 줄을 잇자 여야는 국감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방법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 요구에 따라 증인들이 무더기로 불려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두 야당은 특정기업인 군기잡기 식 증인채택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19대 국회 때 국감 증인으로 나와서 5분 미만으로 답변한 증인이 75%고 나머지 12%는 답변 기회조차 없었다. 글로벌무대에서 뛰어야 할 기업인들 앉혀놓고 망신만 주면 국가 신뢰도는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 이어 ‘증인채택 실명제’(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증인채택 실명제는 증인요구 사유 등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으로, 국감 증인·감정인·참고인 출석 요구는 각 상임위원회의 ‘증인 등 채택 소위원회’에서 의결하고, 거수나 이의 유무를 묻는 방식이 아닌 기록 투표로 의결해 이를 공개하는 것이 골자다.

반면 야당은 증인 신청 의원의 실명이 공개될 경우 기업 로비 가능성이 생기고, 국감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신 국감의 질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증인 채택 실명제’ 도입이 아니라 증인의 출석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데다 고발하더라도 약식 기소로 벌금을 무는 데 그쳐 실효성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환경노동위원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8일 불출석한 증인에 대한 처벌을 3년 이하의 징역에서 5년 이하의 징역으로 강화하고, 벌금도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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