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없어도’ 두산 베어스 우승, 변수는 없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09.23 09:46  수정 2016.09.24 12:00

21년 만에 페넌트레이스 우승...김현수 공백 기우

선발 4명 다승 상위권...외국인 전력도 역대 최강

두산 베어스가 21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KBO리그) 페넌트레이스를 제패했다. ⓒ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가 21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KBO리그) 페넌트레이스를 제패했다.

두산은 22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전에서 9-2 승리했다. 경기 전까지 매직 넘버 1을 남겨두고 있던 두산은 자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두산의 정규리그 우승은 1999년 양대 리그 시절을 제외하면 1995년 이후 무려 21년 만이다. 지난해 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던 두산은 올해는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선착, 2년 연속 우승을 노리게 됐다.

두산은 2000년대 이후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강팀으로 군림했지만 유독 정규시즌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01년과 2015년에도 정규시즌 순위는 3위에 불과했다. 항상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 등을 거치며 악전고투, 한국시리즈 단골손님이면서도 준우승 이력이 더 많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규시즌 우승만큼이나 두산에 따라붙던 ‘한국시리즈 우승 후유증’ 꼬리표를 극복한 것도 고무적이다. 두산은 전신 OB 시절인 1982년과 1995년을 비롯해 2001년까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달갑지 않은 징크스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한 뒤 올해는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팀 창단 최초의 기록을 지웠다.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지만 변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커보였던 것이 역시 간판타자 김현수(볼티모어) 공백이었다. 김현수는 2007년 이후 명실상부한 두산 타선의 핵이자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김현수 없이도 오히려 지난 시즌을 뛰어넘는 전력을 구축했다. 올 시즌 거포로서 잠재력을 폭발시킨 김재환을 비롯해 박건우, 오재일 등의 성장으로 두산의 트레이드마크인 화수분 야구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두산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이끈 선발진 4인방. ⓒ 연합뉴스

외국인 3인방의 맹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부활하기는 했지만 정규시즌에는 잦은 부상으로 노쇠화 우려를 낳았던 더스틴 니퍼트는 올해 자신의 KBO 커리어 하이를 경신하며 벌써 21승 투수의 반열에 올랐다. 니퍼트와 선발 원투펀치를 이룬 마이클 보우덴, 유일한 외국인 타자인 닉 에반스까지 외인 3인방이 모두 기복 없이 최고의 활약을 펼쳐준 덕분에 두산은 역대 최강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두산의 최대 경쟁력은 타선도 타선이지만 역시 화려한 선발진이다.

외국인 듀오 니퍼트-보우덴과 토종을 대표하는 장원준-유희관까지 1선발급 투수만 4명만 보유한 두산은 이들이 합작한 승수만 무려 68승에 이른다. 올해 다승 상위 4명이 모두 두산 소속이며 나란히 15승 이상을 기록한 것도 사상 최초다. 역대 프로야구 강팀들을 돌아봐도 이 정도의 선발 마운드를 구축한 팀은 찾기 어렵다.

그나마 약점으로 꼽히던 불펜도 마무리 이현승이 흔들리며 고전했지만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홍상삼과 이용찬 가세에 힘입어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투타에 걸쳐 탄탄한 전력을 보유한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이유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초보 사령탑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을 이끈 데 이어 올해 정규시즌까지 압도적인 성적으로 제패하며 새로운 명장 반열에 올랐다.

두산의 정규시즌 남은 목표는 역대 최다승 신기록이다. 현재 90승(승률 0.657) 고지를 밟은 두산은 역대 정규시즌 우승팀 승리 2위에 올랐다. 최다승 기록은 133경기 체제였던 2000년 현대 유니콘스의 91승(승률 0.695)이었다. 7경기를 남겨놓은 두산은 2승만 더 추가하면 역대 최고 승수 우승팀의 영예도 안게 된다. 경쟁팀들을 넘어 어느덧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산의 위대한 질주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경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