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정현 단식' 새누리당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입력 2016.10.04 17:36 수정 2016.10.04 17:41        문대현 기자

야당 독주 예방했다는 '긍정' 민의 대변 못했다는 '부정'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닷새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 대표실에 눈을 감은채 누워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처리에 항의해 지난달 26일부터 진행하던 단식 농성을 멈췄다. 사상 첫 여당 대표의 단식으로 주목을 받은 이 대표를 향해선 긍정과 부정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이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지난달 24일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세월호 아니면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새누리당이) 안 내놔. 그러니까 그냥 맨입으로는 안 되는 거지, 뭐"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거야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는 비상한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다"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동시에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전체를 보이콧했다.

당초 이 대표는 단식농성을 당대표실에서 비공개로 진행하다가 '꼼수' 논란이 빚어지자 공개로 전환했다. 단식 초기 이 대표는 활발했다. 단식 2일차인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대한민국헌정회 초청 강연에서 강연을 진행했고 정 의장에 대한 날선 비판도 가감 없이 쏟아냈다. 28일에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까지 참석했다.

당에서도 활발히 움직였다. 재선 의원들은 정 의장 공관에 항의 방문을 했고 조원진 최고위원은 "정 의장이 지난 미국출장에서 개인 일정에 대한 일탈 의혹이 있다"고 폭로전을 예고했다. 당내 내분도 있었다.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은 국감 거부라는 당론에 반기를 들고 국감을 강행하려 하다 당내 큰 반발에 부딪혔고 나경원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와 정병국, 유승민, 주호영, 김세연, 권성동, 김성태, 김학용 등 23명의 비주류 의원들과 모여 국회 파행 관련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정 의장의 입장 변화는 없었고 그 사이 이 대표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단식 4일차부터 외부 활동을 자제했으며 누워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내 다수 의원들이 이 대표를 걱정했고 국회 당대표실은 사실상 병원 입원실 분위기처럼 변했다. 주위의 만류에도 이 대표는 강경했다. 우선 국감은 정상화하더라도 단식은 계속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단식을 진행하는 동안 여론은 좋지 않았다. 명분도 없이 국정 파행을 야기하는 단식이라는 여론이 새누리당과 이 대표를 때렸다. 일반 국민 중에선 이 대표가 단식을 도대체 왜 하는 것인지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시간이 갈수록 조롱 섞인 반응들이 이어졌다.

이 상황에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두 차례 이 대표를 찾았고 누워 있는 이 대표의 팔을 주무르고 이마를 짚으며 단식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이 대표는 끝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김 수석의 두 번째 방문 이후 결국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혈당 수치가 위험 수준까지 떨어지고 가끔 복통에 경기 증상까지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구순 부모의 만류에도 말을 듣지 않던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의 의중을 듣고 단식 중단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정현의 논개작전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이 대표가 일주일 만에 단식을 접으면서 새누리당도 국감에 참석, 4일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집권당이긴 하지만 소수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은 이 대표의 단식으로 거대 야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그것을 국민에게 알리려 했지만 민의를 반영하기 보다는 청와대의 뜻을 대변하는 뉘앙스로 비춰졌고 당내 계파 갈등의 소지를 남겨뒀다는 점에서 '일장일단'이라는 평가를 얻게 됐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데일리안'에 "국회의장의 사회권과 관련한 여러 행위에 대해 경고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단식은 효과가 있었다. 국회의장과 야당에 대해 상당한 주의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향후 연말 예산 정국 때도 여야 대치가 펼쳐질텐데 정 의장이 쉽게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단식을 통해서 이러한 것들을 국민에게 알리는 홍보효과도 나름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엔 그에 걸맞는 사회적 이슈가 있었어야 하는데 이번 건이 단식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좀 과도했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오히려 국감을 파행으로 몰고 가며 국민적으로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단식을 중단하는 명분도 크게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미흡했던 행동"이라고 평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본보에 "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대해 제동을 걸었던 것이 성과"라고 김 교수와 뜻을 함께 했다. 엄 소장은 이와 함께 "청와대와 야당의 대결로 흘러가던 국정 프레임을 여당과 야당의 대결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의 단식이 없었다면 국감 초기 청와대는 야당의 무차별 공세에 버티기 힘들 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의 리더십이 전당대회 이후 실종됐다는 비판도 꽤나 있었는데 이번 일로 당내 리더십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됐다는 것도 이 대표의 입장으로서는 얻은 점"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일이 국민들에게 좀 웃음거리로 비춰진 측면이 있다. 집권당 대표의 단식이 희화화됐다는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의 기반도 일부 훼손했다"고 진단했다.

엄 소장은 "이번 일을 방치했을 경우 야당의 독주를 막기 어려웠기 때문에 단식 농성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당내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과 민의 대신 청와대와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듯한 행동은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문대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