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박태환, 스스로를 구한 ‘마이 웨이’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6.10.16 09:41  수정 2016.10.16 09:42

도핑 파문 이후 리우 올림픽서 최악의 부진

이번 전국체전서 건재함 과시, 세계무대 재도전

전국체전을 통해 부활 기지개를 켠 박태환.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현역 은퇴 여부를 놓고 고심했던 수영 스타 박태환이 전국체전을 통해 재기의 가능성을 열었다.

박태환은 지난 13일 막을 내린 ‘제97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수영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1분45초01)와 400m(3분43초68)에서 금메달을 획득, 2관왕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기록은 지난 2013년 자신의 대회 기록(3분46초71)을 3초13이나 앞당긴 대회 신기록이면서 지난 시즌 세계랭킹 5위(리우올림픽 자유형 400m 결승 4위, 3분44초01)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이다.

자유형 200m 기록 역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기록한 한국최고기록(1분44초80)에 불과 0.21초 뒤진 기록이자 리우올림픽 은메달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박태환은 2개월 전 리우올림픽 자유형 100m, 200m, 400m 예선에서 모두 탈락하고 남은 경기 일정을 다 소화하지도 못한 채 귀국했다.

금지약물 복용(도핑) 파문으로 감내해야 했던 고통을 씻어내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선택한 리우올림픽 무대였다.

국제수영연맹(FINA) 징계가 풀린 이후 선수자격 회복과 함께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있는 자격도 회복해야 했지만 부당한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발목이 잡혀 대한체육회와 지루한 공방을 이어가야 했고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국가대표 자격을 인정받고 나서야 겨우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었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 무대에 나섰지만 박태환은 단 한 종목에서도 결선에 오르지 못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대한체육회와의 소모적인 공방 속에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여파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박태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어려움을 딛고 최선을 다한 박태환에게 격려를 보내는 이들도 많았지만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박태환이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언론은 물론 그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사실 현역 은퇴 의사를 밝혀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태환은 여전히 선수이기를 택했다.

리우올림픽을 마친 이후 박태환은 곧바로 훈련을 재개했다. 훈련에 집중하기 힘든 국내에서의 훈련 대신 트레이너 한 명만 대동한 채 호주에서 3주간 의미 있는 땀을 흘렸다. 그리고 박태환의 전국체전 출전 소식이 전해졌다.

리우 올림픽 이후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맞이한 실전에서 박태환은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존재인지를 ‘군계일학’의 실력과 기록으로 증명해 보였다. 박태환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면 충분히 예상한 결과였을 수도 있겠지만 리우 올림픽에서의 모습만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상상하기 힘든 극적 반전이었다.

도핑 파문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출전한 리우 올림픽에서 오히려 굴욕 한 가지를 얻어온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박태환은 이번 전국체전에서 리우 올림픽에서의 부진에 대한 명예까지 회복했다는 평가다.

이제 더 이상 박태환의 실력이 떨어져 국가대표로서 자격이 없다거나 은퇴를 해서 후배 선수들의 길을 터줘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들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게 됐다.

전국체전에서 경기를 마친 박태환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때 수영이라는 단어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은퇴를 고려했었음을 털어 놓으면서 "수영으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현역 연장을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이제 시작”이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이 생겼다. 세계무대에서 다시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됐다"면서 세계를 향한 재도전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박태환은 최근 대한체육회가 1급 체육훈장 청룡장 서훈 대상자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추천됐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거부로 수상자에서 제외됐다. 도핑 전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 입장에서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훈장은 없지만 그가 한국 수영 역사는 물론 한국 스포츠 역사에 매우 중요한 페이지들을 장식하고 있다는 사실과 여전히 그가 한국 수영의 간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난 도핑 파문을 계기로 박태환 스스로 자기 관리에 더욱 더 철저해지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그가 당분간 한국 수영의 간판으로서 그 위치를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결국 제 자리를 찾았다. 어렵사리 찾은 자신의 길을 다시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팬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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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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