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당의 세상읽기>물론 '한따까리'한후에
빚으로 연명(延命)해가고 있는 우리 경제이다. 지난 2년 사이 가계부채만 해도 무려 360조가 늘었고 기업과 정부의 부채 증가를 합치면 연간 250조 정도의 빚을 늘림으로써 나라 살림을 어렵사리 꾸려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GDP 규모는 1500 조인데 250 조를 빚으로 충당하고 있으니 이는 GDP의 16% 정도가 된다. 그럼에도 연간 성장률이 2.5% 정도 되니 만일 빚을 늘리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연간 13.5% 정도 쪼그라들고 있을 것이란 얘기이다.
약간 더 엄밀히 얘기해자면 부채가 1조원 늘어나면 그로 인해 소비와 소득은 1조원 이상 늘어난다. 일종의 승수(乘數)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채 증가에 따른 승수효과를 연구한 논문이나 주장은 여태껏 본 적이 없으니 적어도 1.5배 정도의 효과는 있지 않을까 추정한다.
1.5배 정도의 승수효과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연간 250조원의 부채 증가는 연간 375조원 정도의 소득 증대와 소비 증가를 이끌어내는 셈이고, 이렇게 보면 우리 GDP 1500조원의 4분의 1에 해당된다.
다시 말해서 부채 증가가 없었다면 우리 경제 특히 내수는 이미 쇼크 상태에 들어갔을 것이란 얘기이다.
최근 한은이 내년도 우리 경제 성장률이 2.8% 정도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 하면서 보다 확장적인 재정과 통화정책을 써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정부가 예산을 더 늘리고 금리인하를 통해 부채를 보다 공격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 줄이면 ‘갈 데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주장이다.
그런가 하면 정부와 한은 사이에도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아직은 좀 더 금리를 낮추어도 된다고 말을 했다. 좀 더 통화 공급을 늘리라고, 다시 말해서 좀 더 부채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이주열 한은 총재는 뭔 소리? 우리나라 국가 재정건전성이 세계적으로 톱클래스이니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해도 된다고 맞받아쳤다.
어쨌거나 빚이 늘어나면 나중에 골치 아픈 일인데, 나는 하기 싫다, 그쪽에서 해라 하는 식이다.
그런가 하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은 새롭게 포장된 말을 꺼내고 있다. 부채주도성장이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국민성장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 말 역시 얼마 전 미국에서 나온 말이고 그냥 정치선전용 구호에 지나지 않는 것을 복제했을 뿐이다.
간단히 말해서 기업들을 쥐어짜서 종업원 급여를 올리게 함으로써 국민들의 소득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정치에 데드락이 걸린 상황에서 입법을 통해 해볼 수 있는 일은 사실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어느 누구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현 경제를 성장은 고사하고 유지하는 것만 목표로 하더라도 빚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마치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하늘에서 돈비라도 내리게 할 것 같은 공약을 내세운다.
제가 되면 국민 모두의 머리 위에 돈비가 내리게 하겠습니다, 이런 식이다.
그러자 영어 노래가 생각난다. “역사상 처음으로 하늘에서 남자가 비처럼 내려와요” 하는 노랫말 말이다. 제목이 It's raining men, 뭐 그랬던 것 같은데. 남자가 고픈 여자들에게 이 노래는 정말 복음이 아닐 수 없듯이 정치인들은 으레 저를 뽑아주신다면 하늘에서 돈비를 내려주겠다고 한다.
돈비, 한자로 고쳐보면 전우(錢雨)가 되고 영어로 바꾸면 money rain 정도가 되겠는데, 현실에서 ‘돈비’를 내리는 방식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서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이다. 물론 컴퓨터를 통해 전자적으로 개개인의 계좌에 입금해주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 방법은 정부가 국채를 왕창 발행해서 한은에 안기고 대신 돈을 받아낸 다음 복지 등의 명목을 붙여서 개개인의 계좌에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세 번째 방법은 이미 지금도 현실에서 하고 있는 방식인바 좀 더 공격적으로 화끈하게 해본다면 은행 창구를 통해 개인이 담보가 없더라도 일단 신청만 하면 무조건 원하는 액수만큼 기꺼이 대출에 응하는 방식이 있다.
첫째 방법은 악성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고 물가가 일제히 오르는 바람에 돈비의 효과가 삽시간에 사라져버릴 것이다. 나머지 방법은 모두 부채 증가에 해당된다. 다만 나라 부채냐 개인부채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라 부채는 내 빚이 아니니 일단 좋아 보이지만 결국 내 자식이 갚아야 할 빚, 즉 빚 상속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하늘에서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공짜로 돈비를 내리게 하는 방법은 없다. 만일 있었다면 벌써 시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성장은 차치하고서 현재의 경제규모를 유지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다 하더라도 부채를 꾸준히 급속하게 늘려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바로 지금의 상황이다.
그런 까닭에 현 정부 역시 나날이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뻔히 알면서도 단속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못하는 것이라 봐야 하겠다.
다 좋다 치자. 문제는 이러다가 어느 날엔가 더 이상 부채를 늘릴 수 없는 국면이 닥칠 것 같으면 그로서 모든 상황은 ‘끝’이란 얘기이다.
부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 무엇이겠는가? 하면 그건 금리를 어떤 이유에서든 인상해야 하는 때라고 보면 되겠다.
다행히도 현재의 상황은 우리 대한민국만이 그렇지가 않다는 점이다. 유럽과 일본, 미국 모두가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골 때리는 일이 벌어질 것이란 점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미국 연준의 모 인사는 ‘금리를 올리더라도 최대한 신중히 올릴 것’이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준 위원장 옐런이 그간 해온 말을 보면 이런 말이다. 금리를 올리긴 올려야 하겠는데, 그게 내 손으로 올리긴 참 싫거든요, 그러니 혹시 올려서 나중에 힘들더라도 제 욕은 너무 하지 마셨으면 해요 정도이다.
유럽이 미국을 따라 제로금리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다보니 은행의 경우 예대마진이 사실상 사라졌다. 이에 가장 보수적이던 독일의 거대 다국적 은행인 도이체 방크는 졸지에 하지 않던 짓거리, 즉 파생상품이나 서툰 투기질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삼다가 지금 쪽박이 났다.
도이체 방크를 파산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살려두느냐는 이제 은행 사람들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독일 정치인들 손에 달려있다. 대우조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정치인들 손에 달려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이야말로 가장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이란 사실. 문제가 불거지면 모두가 깃털이 될 뿐 몸통은 아니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들이지 않은가. 사실 이는 우리 정치만이 아니라 전 세계 정치가 모두 마찬가지이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정치인은 사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 호호당은 그 어떤 정치인이 그 어떤 말을 해도 전혀 놀라거나 문제 삼지 않는다. 그저 저에게 한 표를 던져주세요 하고 간곡하게 부탁해오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미국이 2013년 국운의 바닥을 맞이하면서 국민들의 살림이 어려워진 결과 급기야 우리는 바다 건너에서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선 캠페인이란 희대의 코미디 쇼를 보게 되었다. 마치 흉악한 사기꾼 불한당과 노회하고 돈 많은 마녀 간에 벌어지는 토크 쇼와도 같은 느낌이 든다.
확인해 보았더니 두 사람 모두 운세가 바닥을 기고 있다. 트럼프는 2009년이 입춘 바닥이었고 힐러리는 내년 2018년이 바닥이라 누가 대선에서 승리할 지 나 호호당으로선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느 누구가 더 못하나 게임일 뿐이다.
이 역시 미국의 국운이 바닥인 까닭이라 본다.
사실 내년에 있을 우리나라 대선 역시 그렇다. 2024년이 국운의 바닥이다 보니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 중에서 운세 흐름이 좋아 보이는 사람이 없다. 우리 또한 바닥에서 도토리 키 재기인 셈이다.
그래서 말이다. 뭔가 이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종말이 온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게 뭔가 전혀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기 위한 밑 작업이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중국을 포함해서 힘 좀 쓴다는 나라들은 죄다 엄청난 빚더미에 휩싸여있고, 유럽과 미국 등을 위시하여 모든 선진경제권의 정치 지도자들 또한 ‘맛탱이’가 간 상태이니 이건 뭔가 강력한 시그널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증시가 오래 바닥을 기면 이윽고 거대한 상승 물결이 생겨나고 또 오래 천장에 들러 붙어있다 보면 이윽고 거대한 하락의 물결이 만들어지듯 그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지금 전 세계 증시는 거대한 하락을 위한 어떤 신호탄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이 1971년 달러를 종이돈으로 만든 이후 전 세계는 엄청난 번영을 경험했다. 개발 수요가 크던 차에 돈이 전 세계 각지로 넉넉하게 공급되다 보니 그간 정말 잘 먹고 잘 쓰고 잘 살았다.
그런데 그게 36년이 흘러 2007년이 되자 더 이상 돈이 갈 곳이 사라져버렸다. 더 이상의 자금수요가 사라져버린 탓이다. 다시 말하면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지극히 적어져버린 것이다.
이에 즉각적으로 금융위기가 촉발되었다. 그리고 48년이 흐른 2019년이면 본격적인 되돌림 작용이 시작될 것 같다. (36과 48은 60 진법에 있어 중요한 수치들이다.)
우리 경제는 내년부터 어려워지겠지만 글로벌 차원에선 2019년부터 본격적인 조정과 되돌림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대로 그냥 고통스럽게 이어질 것 같진 않다. 그러니 뭔가 새로운 시대가 오긴 올 모양이다. 물론 그 과정은 당연한 통과의례 즉 ‘한따까리’ 하는 것으로 서막을 올리겠지만 말이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www.hohod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