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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국에 이정현 지도부는 ‘꿋꿋’


입력 2016.11.08 17:20 수정 2016.11.08 17:33        고수정 기자

당내 사퇴 요구 또 거부…'타이밍' 놓쳤단 분석도

전문가 "식물대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8일 당 내의 사퇴 요구를 또 다시 거부했다. 사진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석호 최고위원이 사퇴를 선언하며 퇴장하자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이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지도부’가 귀를 막은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김병준 카드’를 철회하는 등 뒤늦게 정국 수습에 나섰지만, 이 대표는 당내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누란지위(累卵之危)’ 형국이 된 새누리당이 이 대표의 버티기로 분당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중심을 잡고 있다. 꼬인 정국을 풀어내야 할 책임 대표”라며 “이 상황에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고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고, 당이 결코 표류하거나 떠내려가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는 당 대표”라고 말했다. '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이어 “우선은 이 상황에 대해 최선을 다할 뿐이고, 그런 부분들은 두 번 세 번 반복 안 해도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정 의장을 만나 야당의 영수회담 전제 조건인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했다. 또한 ‘실질적 내각 통할’을 약속하면서 야당의 대통령 권한 이양 요구까지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박 대통령의 ‘복심’ 이 대표가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이 대표는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투톱’인 정진석 원내대표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파도에 부서진 난파선 선장을 자임했다. 그 선장이 이 배는 내 배다. 내 사람들만이 이 배를 지킬 수 있다 이렇게 고집한다면 그 배에 있는 어느 누가 노를 함께 저으며 풍랑을 헤쳐나갈 수 있겠느냐”며 “당의 분열을 막아 대통령을 지킬 수 있는 이 대표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신임’ 문제도 거론된다. 한 비박계 의원은 본보에 “이 대표는 이미 당에서 ‘진박’ 몇 명 빼고는 불신임을 받고 있다”며 “그런 상태에서 당을 어떻게 이끈다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박계 의원은 통화에서 “본인이 어떤 상황인지를 인식하고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면 빨리 내려놔야 사태 수습의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상태에서 우리 당도 진일보한 한걸음을 나가려면 적극적 협상이 필요한데, 지금 이 대표 얼굴로는 도저히 어디 나가겠다는 건지, 알량한 자기 기득권을 계속 붙잡고 있어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지금 당권을 내려놓으면 ‘최순실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친박계가 결국 ‘폐족(廢族)’ 수순에 직면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탄핵·퇴진 여론에 둘러싸인 박 대통령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가에서는 이 대표가 ‘사퇴 타이밍’을 놓쳤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과 당내 비난 여론이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에서 지금 사퇴를 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이 대표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며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는 한, 한동안은 계속 버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건 야당이 이 대표와 얘기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정 원내대표가 실질적인 대표 역할을 하고, 이 대표는 ‘식물 대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사퇴의)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이 대표의 버티기는 국민도 납득하지 않고 당 의원들이나 당직자들도 우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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