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차우찬이 4년간 95억 원에 LG로 이적하며 FA 거품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LG 트윈스는 14일, FA 차우찬과 4년간 총액 95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차우찬은 지난 2015년 KIA에 복귀한 윤석민(90억 원)을 넘어 역대 투수 FA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체 선수 가운데서도 차우찬의 계약은 KIA 최형우(4년 100억 원), NC 박석민(4년 96억 원)에 이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액수다. 그만큼 야구팬들은 차우찬의 엄청난 몸값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삼성에 입단한 차우찬은 11시즌 동안 353경기 등판해 70승 48패 1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했다. 커리어 전체가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 팬들 뇌리에 박힐 특급 시즌도 없었다. 그럼에도 차우찬은 FA 시장 거품에 힘입어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다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원리다. 그리고 차우찬은 이 원칙에 따라 날개를 달 수 있었다.
올 시즌 FA 시장에서는 양현종과 김광현, 차우찬이 투수 최대어로 분류됐다. 이 중 김광현은 잔류를 택했고, 양현종 역시 KIA에 남을 것이 유력하다. 결국 타 팀으로부터 수혈 가능한 A급 투수는 차우찬 1명뿐이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선발 자원 보강이 절실했던 LG가 모처럼 지갑을 열며 최고액을 안겨주게 됐다. 이른바 ‘패닉 바이’의 전형이다.
하지만 차우찬이 과연 95억 원 몸값에 합당한 선수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FA와의 장기 계약은 현재 기량 및 미래 투자 가치에 베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먼저 차우찬은 FA 계약 1년차가 될 때 만 30세가 된다. 나이 부분에서는 전성기를 보내게 된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기량을 얼마나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기록한 성적표로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차우찬은 프로 11년 통산 16.89의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투수들 중 98위에 해당하는 다소 평범한 성적표다.
FA 몸값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최근 3년간의 성적에서도 차우찬은 크게 어필할 부분이 없다. 차우찬은 올 시즌까지 3년간 6.14WAR를 기록했고, 이는 같은 기간 리그 23위에 해당한다. 이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2년간 뛴 정우람(6.50WAR)보다 낮은 수치다.
결국 최근 3년간 성적표만을 놓고 따졌을 때 LG는 차우찬으로부터 1승을 얻기 위해 약 15.47억 원을 투자한 셈이 된다. WAR에서의 1은 1승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60억 이상 FA 투수들의 직전 성적. ⓒ 데일리안 스포츠
이는 60억 원 이상의 잭팟을 터뜨린 역대 투수 FA들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FA 자격을 얻기 직전 3년간 WAR를 놓고 봤을 때,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투수는 김광현(12.85WAR)이며, 1WAR당 6.61억 원이 매겨졌다. 김광현에 이어 윤석민(12.49WAR), 윤성환(12.26WAR)이 FA 직전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WAR 부문은 아무래도 선발보다 구원투수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우찬은 구원투수들 중에서도 이른바 가성비가 가장 좋지 않다.
구원투수들 중에서는 4년간 84억 원에 계약한 정우람이 1WAR당 8.45억 원으로 매겨졌고, 안지만(8.68억 원), 손승락(9.57억 원) 순이었다.
60억 원 이상의 대형 투수 FA들 중 차우찬을 제외한 9명은 자격 획득 직전 3년간 연평균 3.32WAR를 기록했고, 1WAR당 7.70억 원의 평가를 받았다. 연평균 23억 7500만 원의 차우찬이 거액 투수 FA들의 평균치에 근접하려면 최소 9이상의 WAR를 기록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KBO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9 WAR 이상 기록한 투수는 고작 15명이며, 2000년 이후로는 류현진의 2010시즌(9.20WAR) 밖에 없다.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차우찬이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