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FA 시장이 폐장했다. 정성훈은 15명의 FA 신청자 중 14번째로 원 소속팀 LG트윈스와 1년 총액 7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정성훈의 계약이 늦어진 이유는 계약 기간 때문이다. 정성훈은 2년을 원했지만 LG 구단이 1년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보상금과 보상 선수가 족쇄가 되기 때문에 하향세를 보이는 베테랑 FA 선수의 이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원소속 구단이 칼자루를 쥔다. 전년도 연봉에 따른 FA 등급제 도입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다.
LG 구단이 정성훈과 줄다리기를 했던 이유는 선수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80년생으로 38세가 된 정성훈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하겠다는 냉정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2016시즌 정성훈은 0.322의 타율 6홈런 64타점 0.815의 OPS(출루율 +장타율)을 기록했다. 팀 내 1루수 중 가장 뛰어난 기록이지만 장타력과 타점 생산 능력이 타 팀 1루수에 비해 우위를 점한 것은 아니었다. 홈런은 2014년 13개 이후, 2015년 9개, 2016년 6개로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1루수는 장타력을 요구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정성훈의 최근 4년 간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정성훈의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인 WAR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3.93에서 2014년 3.25, 2015년 1.33, 2016년 1.03으로 감소되고 있다. 2013년의 WAR에 비하면 2016년은 1/4 수준이다.
현재 LG가 정성훈의 뒤를 이을 확실한 1루수를 보유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견수까지 겸하는 김용의, 마무리 훈련부터 1루수 수비 훈련에 매진한 서상우, 3루수를 함께 소화하는 양석환 등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을 경쟁시키며 주전감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FA 계약을 맺고 잔류한 베테랑들이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도 LG로서는 부담이다. 지난해 말 은퇴한 이병규는 2016년에는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FA 3년 계약 첫해와 이듬해인 2014년과 2015년에는 햄스트링 부상 등이 겹치며 부진했다. 불펜의 이동현 역시 FA 잔류 첫해인 지난해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정성훈이 프랜차이즈 선수가 아니라는 점과, 2015년 음주 운전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는 2016년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봉중근이 2년 총액 15억 원으로 LG에 잔류한 FA 계약과도 비교되기 때문이다.
정성훈과 봉중근은 1980년생 동갑이다. 투수와 타자의 가치가 다르다 해도 정성훈으로선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계약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정성훈이 이진영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정성훈과 함께 2009년 FA로 LG에 입단한 이진영은 2015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 위즈로 이적했다. 이는 LG가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외야수 이진영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진영의 40인 보호 선수 명단 제외는 LG의 강력한 세대교체 의지의 첫 신호탄이었다. 이후 이병규의 은퇴, 정성훈의 1년 계약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공교롭게도 2017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가 예정돼 있다. LG와 정성훈의 계약은 2017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LG가 정성훈을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할 경우 타 팀은 그를 데려가 연봉 협상을 새롭게 하면 된다. 즉 LG는 올 시즌을 마치고 정성훈의 연봉에 대한 부담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 후 LG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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