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잇단 최대실적 비결은 '비정유' 확대

박영국 기자

입력 2017.02.05 06:00  수정 2017.02.09 18:50

원유정제 수익성 한계…석유화학 등 고부가 사업 투자확대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 넥슬렌 공장 전경. 넥슬렌은 사우디 사빅과 SK종합화학의 합작 사업이다.ⓒ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일제히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정유업계가 잇달아 낭보를 전하고 있다. 호실적 배경으로는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등 비정유 부문의 선전이 공통적으로 꼽힌다.

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 39조5205억원과 영업이익 3조228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63.1% 증가했다. 창사 이후 최대 영업이익 뿐 아니라 정유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3조원 돌파라는 상징성까지 얻게 됐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해 16조3218억원의 매출과 1조692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연간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8.8%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의 두 배 수준(107.1% 증가)으로 늘었다.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 달성 행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GS칼텍스가 2조900억원, 현대오일뱅크는 9700억원 내외의 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GS칼텍스의 종전 영업이익 최고기록은 지난 2011년의 2조200억원이고, 현대오일뱅크는 2015년 6293억원의 영업이익이 기존 최고였다.

전반적으로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국내 정유업계 호황이라는 특수 상황이 있었던 2011년보다 좋은 실적을 낸 것이다.

정유업계는 이같은 실적 호조가 비정유 부문 확대에 따른 제품 포트폴리오의 고부가가치화에 따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SK이노베이션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은 화학사업과 윤활유 사업”이라며 “화학·윤활유 사업 중심의 투자를 통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한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화학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2014년 파라자일렌(PX) 중심의 화학설비 시설로 탈바꿈한 SK인천석유화학 영업이익은 각각 역대 최대인 9187억원, 3745억원을 달성했다.

여기에 SK루브리컨츠,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석유개발사업(E&P) 또한 견조한 실적을 이끌어내면서 SK에너지와 배터리 사업을 제외한 비정유 사업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총 2조원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이후 SK인천석유화학 업그레이드, 울산 아로마틱스(UAC), 중한석화, 스페인 ILBOC 등 화학과 윤활유 사업을 위주로 4조 넘게 집중 투자해왔다. 이를 통해 PX 생산규모 세계 6위, 고급윤활기유 생산규모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최근 5년간 화학·윤활유 사업 중심의 투자를 통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한 것이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에 대해 “PX, 고품질 윤활기유(그룹III)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고, 2015년부터 울산공장 시설개선 사업 등으로 생산효율과 수익성을 제고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비정유부문 매출 비중은 23.6%(석유화학 15.6%, 윤활기유 8%)에 불과했으나, 영업이익 비중은 55.2%(석유화학 30.5%, 윤활기유 24.7%)에 달했다.

정유업계의 비정유 사업으로의 중심이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그 중 대부분을 고부가가치 화학, 석유개발, 전기차 배터리, 정보전자사업 등 비정유 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고부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에틸렌 아크릴산(Ethylene Acrylic Acid, EAA) 사업을 다우케미칼로부터 3억7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에쓰오일 역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사업 비중 확대를 위해 총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올레핀 다운스트림 컴플렉스(ODC)와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 설비 건설을 진행 중이다. 이들 설비가 가동에 들어가는 내년 4월부터는 PP(폴리프로필렌)와 PO(프로필렌옥사이드) 매출이 본격화되며 비정유 부문 비중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정유설비의 고도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추세가 이어졌지만 이젠 고도화도 극한 수준까지 도달해 더 이상 원유를 정제해 돈을 버는 구조는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각 업체별로 중점을 두는 아이템은 다르겠지만 지향점은 비정유 부문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대하는 쪽으로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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