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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면 감천…고구마 '피고인' 살린 지성


입력 2017.03.06 07:00 수정 2017.03.06 08:51        부수정 기자

길 잃은 개연성에도 시청률 20% 돌파

매회 신들린 연기력 호평…인기 견인

배우 지성이 이끄는 SBS 월화극 '피고인'이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SBS

길 잃은 개연성에도 시청률 20% 돌파
매회 신들린 연기력 호평…인기 견인


"지성이 곧 개연성이다."

SBS 월화극 '피고인'에서 주연으로 나선 지성을 두고 시청자들이 하는 말이다. 아내와 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검사 이야기를 다룬 '피고인'은 시청률 20%(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경쟁작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KBS2 '완벽한 아내'와의 시청률 격차는 10%포인트 이상이다.

드라마의 얼개는 간단하다. 누명을 쓰고 기억을 잃은 박정우 검사(지성)가 기억을 되찾고 절대 악인 차민호(엄기준)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정의와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박정우를 통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는 인생의 이치를 길어 올린다. 매회 박정우를 통해 사건의 비밀과 진실, 반전을 찾아내고 방송 후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내막을 시청자들이 직접 추리해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바로 고구마(속이 답답하다는 뜻) 전개. '누명을 쓰고,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검사'인 탓에 고구마 전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사건 해결은 제자리 걸음이고, 악인의 악행만 늘어가니 시청자들의 속은 터질 대로 터진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런 드라마는 첫 회와 마지막 회만 보면 된다고 꼬집는다.

개연성도 떨어진다. 재벌 그룹의 후계자가 너무 쉽게 교도소에 들어가는 '교도소 막장'은 장난 수준. 헐거운 이야기에도 시청자들이 '피고인'을 끊을 수 없는 건 배우 지성의 힘이다.

배우 지성이 이끄는 SBS 월화극 '피고인'이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SBS

지성이 분한 박정우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밑바닥까지 추락한 인물. 아내와 딸을 죽인 진범을 찾기 위해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며 절절한 감정 연기를 펼친다. "나는 살인자가 아니야"라고 외치는 인물의 답답하고, 처절한 심리를 절절하게 표현한다.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 땅바닥을 기어다니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피고인'은 지성의 신들린 연기로 속을 채운 작품이다. 기억의 조각이 하나씩 떠오를 즈음이면 지성의 연기력도 같이 빛난다. 대사 없이 눈빛으로만 캐릭터를 표현해내며 안방극장에 쫄깃한 긴장감을 전달한다.

실소가 나오는 전개에도 지성을 보노라면 1시간이 후딱 지난다. 자칫 오글거릴 수 있는 눈물 젖은 '빵' 연기도 지성이 하면 짠하고 이해가 된다. 캐릭터에 너무 몰입하는 게 와 닿다 보니 저러다 탈진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앞서 조영광 감독은 지성에 대해 '지소드'(지성+메소드)라는 별명을 붙여줬다고 밝힌 바 있다.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잘해주고,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며 연기한다는 이유에서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6kg이나 빠졌다는 지성은 "대본을 따라 상상하고 연기하는 게 끔찍했다"면서 "체중 감량이라는 단순한 측면을 넘어서 계속 고민하면서 박정우를 생각한다. 살보다는 마음이 더 빠진 듯하고 박정우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결말이 꼭 해피엔딩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배우 지성이 이끄는 SBS 월화극 '피고인'이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SBS

제작진은 "지성의 연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눈빛부터 표정, 대사, 보이지 않는 손끝과 발끝까지 세심하게 연구한 뒤 카메라 앞에 선다.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이어 "지성은 작품의 전체적인 맥락을 꿰뚫어 보며 어떻게 연기하면 박정우가 공감을 얻는 인물이 될지, 박정우가 어떤 모습으로 극에 녹아들어야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성은 벌써 연기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지성은 지난 2015년 출연한 MBC '킬미, 힐미'에서 7개의 인격을 신들린 연기력으로 소화해 그해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지성 소속사 나무엑터스 관계자는 "지성의 연기는 교도소라는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한 시간을 찰나의 순간으로 만든다"며 "혼란에 휩싸인 복잡한 감정과 가슴 절절한 부성애, 실감 나는 발작 연기까지 롤러코스터 같은 캐릭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성은 '피고인'을 통해 명성을 입증했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견인하고 있다"며 "지성의 명품 연기가 빚어낸 이 같은 성과가 연기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고 분석했다.

총 18부작인 '피고인'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제작진은 "어둡고 침체된 사회에서도 희망은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아무리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은 온다는 메시지를 알려주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고구마'는 다 봤다. 이제 시청자가 원하는 건 '사이다'(속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 전개다. 박정우의 통쾌한 복수 이야기를 기다린다. 믿고 보는 지성의 눈빛과 목소리를 통해.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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