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의 표도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안면에 집중된 펀치 일변도 패턴으로는 생존 어려워
미트리온전 아쉬움 토하면서도 패턴 변화 요구는 거부
한때 ‘60억분의 1’로 불렸던 표도르 에밀리아넨코(41·러시아)가 UFC도 아닌 벨라토르 데뷔전에서 1라운드 TKO패 수모를 당했다.
표도르는 지난 25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서 열린 '벨라토르 180' 코메인이벤트에서 UFC 헤비급 출신의 맷 미트리온(38·미국)과 맞섰지만 1라운드 1분 14초 만에 TKO패했다.
5년 11개월 만에 돌아온 미국 무대서 표도르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커리어 5패 가운데 4패가 미국에서 당했다. 그만큼 미국은 표도르에게 높은 벽이 되어버렸다.
미국 UFC가 세계적으로 뜨기 전인 2000년대 초반 일본 종합격투기 프라이드 헤비급에서 노게이라-크로캅 등을 꺾고 챔피언으로 군림했던 표도르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서 3연패 했다. 파브리시우 베우둠, 안토니오 실바, 댄 헨더슨에 패한 뒤 급기야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복귀했지만 UFC 옥타곤에는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못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는 분석이다. 많은 변화가 있었던 UFC 무대에서 표도르는 헤비급 체격에도 맞지 않고, 헤비급 파워에서도 밀린다. 그래서 두드린 문이 UFC 보다 한 단계 아래라는 벨라토르다.
표도르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서로의 강력한 라이트 펀치에 맞아 동시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더블 KO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 그러나 먼저 정신을 차린 미트리온이 쓰러져있는 표도르에게 다가가 파운딩을 퍼부으며 경기를 끝냈다. 펀치의 위력 자체는 살아있었지만 맷집은 예전 같지 않았다.
‘MMA 파이팅’를 비롯한 복수의 해외 격투매체 26일 보도에 따르면, 표도르는 “다시 붙을 수 있다면 붙고 싶다. 난 파이터다”라고 겸손하게 말하면서도 “너무 빨리 끝났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물론 미트리온은 표도르와의 2차전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사실 표도르가 미트리온에게 패한 것이 이변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경기 전 현지 전문가들 대다수가 미트리온의 승리를 예상했다. 세월의 흐름 속에 근력에서도 밀리는 표도르가 그래플링에 이은 그라운드가 없다면 그의 패턴은 빤히 노출되고 만다.
테이크다운 이후 파운딩, 리버스 암바와 같은 서브미션까지 갖췄던 표도르의 패턴은 이제 하나뿐이다. 모두가 알고 있다.
예전 보다 더 커진 파이터들에게 체격에서도 절대 열세다. 근력의 열세로 그래플링 싸움도 어렵다. 근거리에서의 위압감을 잃었다. 기술과 파워에서 예전만큼의 경쟁력이 없다.
그나마 살아있는 펀치만 해도 너무 안면에 집중되어 있다. 이 정도는 탄탄한 안면가드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전성기와 같이 크게 치고 들어오는 훅에 당할 파이터는 많지 않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생긴 빈틈으로 치명적 카운터를 꽂아 넣는다. 그만큼 MMA 파이터들의 복싱 기술은 크게 진보했다.
표도르의 작은 체구를 상쇄했던 스피드도 통하지 않는다. 지난해 UFC 라이트헤비급에서 밀려난 말도나도와의 경기에서도 판정승을 거뒀지만 스피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말도나도가 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다.
경기 후 세월의 무게를 감안한 효도르 팬들조차 크게 실망했다. 더 이상 헤비급치고 빠른 스피드가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표도르는 여전히 자신의 훈련 방식과 전략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표도르는 전략과 패턴의 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고수할 것이다. 이번 경기는 운도 없었다”며 전문가들과 많은 팬들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바꾸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확실한 것은 그만큼 미트리온과의 리벤지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때는 표도르의 방식이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변하고 싶으면 싫어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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