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에 민자역사까지…유통업계 “일자리 창출은커녕 대량 실업 걱정할 판”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와 경영 환경 악화로 일자리 창출 어려워
최근 잇따른 악재로 유통업계에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유통업계의 일자리 창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갈수록 강화되는 규제와 국내외 경영 환경 악화로 오히려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 면세점 임대료 산정 기준을 기존의 최소보장액이 아닌 품목별 영업료율로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면세점은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단체 관광객 감소로 현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올해 2000억원 이상, 향후 5년 동안 최소 1조 4000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롯데면세점은 높은 공항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인천공항 롯데면세점에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는 직영 사원 120여명을 포함해 판촉사원 등 총 1500여명에 달한다. 롯데가 철수를 결정할 경우 새로운 사업자가 고용을 승계하겠지만 현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면서 무리하게 들어올 사업자가 적다는 것이 문제다. 신규 사업자 선정이 늦어질수록 근로자들의 실직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
앞서 제주공항에 철수 의사를 밝힌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에는 150여명의 판촉사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방 공항 면세점과 시내 면세점의 상황도 좋지 않다. 김포, 제주 등 전국 10곳의 지방 공항 면세점 중 6곳만 정상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줄면서 항공편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탓이다. 정부가 공항 시설 사용료를 감면하고 지원금을 확대했지만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두타면세점, SM면세점 등 시내 면세점도 영업면적을 줄이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비용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자역사 점용기간 만료에 따른 대량 실직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말 30년 점용기간이 끝나는 서울역과 영등포역, 동인천역 등 민자 상업시설이 국가시설로 귀속된다. 갑작스러운 영업 중단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1~2년 임시 사용허가를 내 줄 예정이지만 신규 사업자 선정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자역사가 국가에 귀속돼 국가의 재산이 되면 현행 국유재산법 적용을 받아 임대 가능 기간이 최장 10년(5년 기본 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또 재임대가 불가능해 현재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요하는 영업방식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업계에서는 10년을 보고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재임대가 불가능할 경우 꽃집, 약국, 미용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직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이 경우 중소상인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민자역사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서울역사의 롯데마트, 영등포역의 롯데백화점 등에는 약 4000명이 일하고 있다. 이중 롯데 소속은 500명 고용이 보장되지만 나머지 3500명의 승계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신규 사업자가 선정돼야만 승계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조만간 열릴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로 신규 매장 설립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기대하는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점포 확대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내수 침체와 더불어 영업제한 등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설립 계획이 무산되는 것은 물론 폐점에 나서는 곳도 생겨났다.
신세계는 2015년 부천 상동 영상문화단지 복합개발 민간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주변 상인들 반대로 복합쇼핑몰 건설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마트는 지난 6월 부평점과 시흥 은계지구 부지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울산 학성점은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롯데도 서울 상암동 초대형 복합쇼핑몰 계획이 중단된 상태다. 부지매매계약도 체결했지만 주변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사업은 4년째 멈춰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고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정부의 요구를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보다는 성장 속도가 빠른 동남아 등 해외 매장을 늘리는 편이 매출 증대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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