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법정서 첫 심경…"법치의 이름 빌린 정치보복"

재판 중 처음으로 발언 "역사적 멍에와 책임지고 가겠다"

10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연장 심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호송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들이었다.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돌아왔고, 이로 인해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같이 심경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 중 직접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저는 재임 기간 중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무죄를 확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포기하진 않겠다"며 "저를 믿고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멍에와 책임은 내가 진다…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지길"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재판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고 밝혔다.

구속기간 연장을 결정한 법원에 대해선 불신과 함께 유감을 표하며 "다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지길 바란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와 기업인에게는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그는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변호인단의 사임 의사를 전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며 사임하면서 향후 방어권 행사에 차질이 예상된다.